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체 게바라, 나의 삶
내 나이 15살 때
나는
무엇을 위해 죽어야 하는 가를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그 죽음조차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이상을 찾게 된다면
나는 비로소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것을 결심했다
먼저 나는
가장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방법부터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득
잭 런던이 쓴 옛날이야기가 떠올랐다
죽음에 임박한 주인공이
마음속으로
차가운 알래스카의 황야 같은 곳에서
혼자 나무에 기댄 채
외로이 죽어가기로 결심한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이 내가 생각한 유일한 죽음의 모습이었다
윤재철, 창호지 쪽유리
유리도 귀했던 때
창호지 문에
조그맣게 유리 한 조각 발라 붙이고
인기척이 나면
그 유리 통해 밖을 내다보았지
눈보다는 귀가 길었던 때
차라리 상상력이 더 길었던 때
여백이 많았던 때
문풍지 우는
바람이 아름다웠던 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아름다웠던 때
복효근, 어떤 나쁜 습관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거시기 슈퍼 아저씨와 엘리베이터를 타면
그는 자기 집 층수보다
한층 위에서 내려 계단을 내려간다
이유를 물으니
자기 집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함께 탔던 모기들도
우르르 같이 내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기가 들리지 않을 만한 소리로
복선생도 그렇게 해보라는 충고를 해준다
그 뒤로 나는 모기가 많은 여름날이면
부러 그 집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려서
두 층이나 걸어 올라간다
참 나쁜 습관이다
김사인, 별사(別辭)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면 나는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 책상 앞에 무릎 꿇고 앉은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착하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 하겠지요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인적 드문 소로길 스적스적 걸어
날이 저무는 일
비 오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으로 골똘히 서 있기도 하는 일
다 공부라고 하면 좀 낫지요마는
배한봉, 포장마차 국수집 주인의 셈법
바람 몹시 찬 밤에
포장마차 국수집에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예닐곱쯤 되는 딸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
늙수그레한 주인이 한 그릇 국수를 내왔는데
넘칠 듯 수북하다
아이가 배불리 먹고 젓가락을 놓자 남자는
허겁지겁 남은 면발과 주인이 덤으로 얹어준 국수까지
국물도 남김없이 시원하게 먹는다
기왕 선심 쓸 일이면
두 그릇을 내놓지 왜 한 그릇이냐 묻자 주인은
그게 그거라 할 수 있지만 그러면
그 사람이 한 그릇 값 내고 한 그릇은
얻어먹는 것이 되니 그럴 수야 없지 않느냐 한다
집으로 돌아오며 그 포장마차 주인의 셈법이 좋아
나는 한참이나 푸른 달을 보며 웃는다
바람은 몹시 차지만 하나도 춥지 않다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 제 목 | 이름 | 날짜 | 조회 | 추천 | |||||
---|---|---|---|---|---|---|---|---|---|---|
[BGM]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알도록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3] | 통통볼 | 17/04/03 09:36 | 2007 | 27 | ||||||
[BGM]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좋다 [1] | 통통볼 | 17/03/30 00:55 | 2776 | 38 | ||||||
[BGM] 왜 나는 주기만 하고, 받지는 못하는 걸까 [3] | 통통볼 | 17/03/29 15:08 | 1650 | 26 | ||||||
[BGM] 이젠 그때의 너도 없고, 그때의 나도 없는데 [2] | 통통볼 | 17/03/21 14:47 | 1555 | 22 | ||||||
[BGM] 요즘은, 나에 대한 모든 것이 불만스럽다 [4] | 통통볼 | 17/03/20 01:17 | 1514 | 26 | ||||||
[BGM] 왜 그럴까, 우리는 [2] | 통통볼 | 17/03/20 01:16 | 1049 | 14 | ||||||
[BGM] 연애의 시작은 관심이다 [6] | 통통볼 | 17/03/19 18:35 | 2820 | 28 | ||||||
[BGM] 이젠 정말 안녕 [2] | 통통볼 | 17/03/19 06:52 | 2143 | 24 | ||||||
[BGM]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익숙함 [2] | 통통볼 | 17/03/14 17:19 | 2406 | 19 | ||||||
[BGM] 옛 마을을 지나며 [2] | 통통볼 | 17/03/10 00:44 | 827 | 16 | ||||||
[BGM]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1] | 통통볼 | 17/03/08 00:38 | 1612 | 23 | ||||||
[BGM] 너를 너무 사랑해서, 마음을 조절할 수가 없었다 [3] | 통통볼 | 17/03/07 21:23 | 2160 | 29 | ||||||
[BGM] 와락, 나를 끌어안는 뜨거운 쓸쓸 [1] | 통통볼 | 17/03/07 14:19 | 1391 | 19 | ||||||
▶ | [BGM] 바람은 몹시 차지만, 하나도 춥지 않다 [4] | 통통볼 | 17/03/06 23:18 | 1482 | 21 | |||||
[BGM] 다 잊었다는 말은,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 [2] | 통통볼 | 17/03/06 19:27 | 1332 | 18 | ||||||
[BGM]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2] | 통통볼 | 17/03/06 18:33 | 1344 | 18 | ||||||
[BGM] 그런 너를 좋아하게 되었다 | 통통볼 | 17/03/04 00:45 | 1567 | 27 | ||||||
[BGM] 길고 긴 세월을 함께하고 싶으니까 [3] | 통통볼 | 17/03/03 08:10 | 998 | 20 | ||||||
[BGM] 나를 가득 채워주기를 [1] | 통통볼 | 17/03/02 16:39 | 1388 | 24 | ||||||
[BGM] 그대여, 내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 통통볼 | 17/03/01 16:39 | 1690 | 25 | ||||||
[BGM] 나는 수많은 나로 이루어졌다 [4] | 통통볼 | 17/03/01 15:24 | 1751 | 30 | ||||||
[BGM] 쉽게 놓은 것이 아니다 | 통통볼 | 17/03/01 00:26 | 1471 | 32 | ||||||
[BGM]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 통통볼 | 17/02/24 13:54 | 1098 | 17 | ||||||
[BGM] 모든 생각의 끝은, 바로 너라는 것이다 [1] | 통통볼 | 17/02/21 19:09 | 1338 | 17 | ||||||
[BGM] 사람은 언제 아름다운가 [2] | 통통볼 | 17/02/21 17:39 | 1472 | 20 | ||||||
[BGM] 오늘도 한숨이 늘었다 | 통통볼 | 17/02/21 07:56 | 925 | 23 | ||||||
[BGM] 좀 느린 걸음걸이면 된다 [1] | 통통볼 | 17/02/15 17:08 | 1608 | 21 | ||||||
[BGM] 서운하니까 서운한 거야 [2] | 통통볼 | 17/02/13 06:22 | 2126 | 29 | ||||||
[BGM] 사랑이 아닌 건 아니다 | 통통볼 | 17/02/12 13:06 | 1816 | 16 | ||||||
[BGM] 나 혼자만 멈춰 있는 기분 [2] | 통통볼 | 17/02/09 22:24 | 1807 | 25 | ||||||
|
||||||||||
[1] [2] [3] [4] [5] [6] [7] [8] [9] [10] [다음10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