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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1162577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7
    조회수 : 1413
    IP : 221.155.***.186
    댓글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12/07 12:15:02
    원글작성시간 : 2015/12/06 22:43:33
    http://todayhumor.com/?humorbest_1162577 모바일
    [BGM] 언제나 눈물겹다



    1.png

    최영미, 어쩌자고



    날씨 한번 더럽게 좋구나
    속 뒤집어놓는, 저기 저 감칠 햇빛
    어쩌자고 봄이 오는가
    사시사철 봄처럼 뜬 속인데
    시궁창이라도 개울물 더 또렷어
    졸 졸
    겨우내 비껴가던 바람도
    품속으로 꼬옥 파고드는데
    어느 환장할 꽃이 피고 또 지려 하는가

    죽 쒀서 개 줬다고
    갈아엎자 들어서고
    겹겹이 배반당한 이 땅
    줄줄이 피멍든 가슴들에
    무어 더러운 봄이 오려 하느냐
    어쩌자고 봄이 또 온단 말이냐






    2.jpg

    나금숙, 사랑



    언젠가 한 번 이 밀밭에 온 적이 있다
    이 찰진 흙을 밟고 가다
    풀숲으로 미끄러진 적 있다
    네 팔이 내 허리를 안은 적 있다
    종달새의 둥지처럼 아늑한 네 품에서
    젖빛 하늘에 취한 적 있다
    내가 처녀인 적이 있다
    너와 팔베개하고 한 잠 자고 나면
    깃털처럼 가벼워지던 아침이 있다
    멀리 소풍가자고 꽃시절 다 간다고
    손잡아 끄는 너를 팔랑팔랑
    천년 전에 따라 나와
    나 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3.jpg

    양현주, 그대는 강물로 와서



    여윈 강물 흘러
    빈속으로 들어오는 푸른빛
    좋아라. 행복하여라
    비명 지르며 찰랑거리는 소리

    해묵은 상처자국
    부끄러워
    살얼음으로 커튼을 쳐도
    훤히 보이는 속내

    먼 계절 기다리다
    마음둑을 넘실대는
    저 붉은 피 어쩌랴
    한 세상 야무지게 흐르고 싶다는데
    어찌하랴
    어쩌란 말이냐






    4.jpg

    정용철, 이 한마디



    참 고맙다는 이 한마디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올때
    나는 내 인생길 어디쯤 걷고 있을까

    참 고맙다 는 이 한마디
    가슴에서 퍼 올려 입술에 담고 걸을 때
    내 발 길은 누구를 향하고 있을까

    참 고맙다는 이 한마디
    내 삶에 노래가 될 때
    내 마음에는 어떤 평화가 찾아와 있을까






    5.png

    이외수, 사랑은



    하고 있는 순간에도
    하지 않은 순간에도
    언제나 눈물겹다

    사랑은
    부끄럽지 않은 것
    흐르는 시간 앞에 후회하지 않는 것
    험난한 일이 앞에 닥쳐도 두렵지 않는 것
    창피하지 않는 것

    몇날 며칠을 굶어도 배고프지 않는 것
    막연히 기대하지 않는 것
    서로 간에 자존심의 빌딩을 쌓지 않는 것
    허물없이 모든 걸 말할 수 있는 것

    가랑비처럼 내 옷을 서서히 적시는 것
    온 세상을 아름답게 간직하게 해주는 것
    어두운 곳에서도 은은하게 밝은 빛을 내 주는 것
    삶의 희망과 빛을 스며들게 하는 것

    그래서 밤 하늘에 기대하지 않았던 별이
    내 앞에 떨어지는 것처럼
    기다리지 않아도 생각하지 않아도
    무심결에 오는 것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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