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지난 글에서 누누이 밝혔다시피 나는 해군 부사관 출신이다.</p><p>그 중에서도 함포 사격을 담당하는 사통(사격통제) 출신이다.</p><p>내가 근무했던 배에는 모두 76mm가 주포로 달려 있었고</p><p>부포는 30mm 에머슨 또는 40mm 브레다였다.</p><p><br></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2/4870d0cbee4a0147375320363d01b705.jpg" class="txc-image" style="clear:none;float:none;" /></p><p style="\"text-align:" left;\"=""><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76mm 오토멜라라 (내부에 사수가 없는 전자동포)</span></p><p><br></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 style="text-align: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2/8e29e3b2637670dfd14708cbc3f33231.jpg" class="txc-image" style="clear:none;float:none;" /></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40mm 브레다 (내부에 사수가 없는 전자동포)</span></p><p><br></p><p style="\"text-align:" left;\"=""><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 style="text-align: left;"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2/09798925521fe255f4fc4a085ef286de.jpg" class="txc-image" style="clear:none;float:none;" /></p><p style="\"text-align:" left;\"=""><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30mm 에머슨 (내부에서 사수가 조종 및 사격하기도 하고 전자동으로 사격하기도 한다)</span></p><p><br></p><p>함포사격...</p><p>상당히 재밌다.</p><p>깜깜한 CIC(Combat Information Center. 전투정보상황실)에서</p><p>레이더와 모니터에만 의존해서 사격을 한다.</p><p><br></p><p style="\"text-align:" left;\"=""><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 style="text-align: left;"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2/1b2bfcca22554620f5fbbff04e211bb0.jpg" class="txc-image" style="clear:none;float:none;" /></p><p style="\"text-align:" left;\"=""><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 style="text-align: left;"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2/11b27fbc4d1f8ae62d23c2ccee05e6c7.jpg" class="txc-image" style="clear:none;float:none;" /></p><p style="\"text-align:" left;\"=""><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위 사진들은 미해군 함정의 CIC. 대충 위 사진과 비슷한 곳이라고 보면 된다</span></p><p><br></p><p>각종 센서들이 추적 레이더 신호가 정상적으로 포대에 전달된다는 것을 알려주면</p><p>그 때부터는 오로지 사람의 감각에 의존해 사격을 한다.</p><p>FIRE 버튼에 손가락을 대고 느끼는 파도...</p><p>그리고 내 몸 안의 모든 세포가 나의 뇌에 때가 왔음을 알리는 순간</p><p>나는 버튼을 누르고 함포는 불을 뿜는다.</p><p>그 때, 마치 소총의 방아쇠를 당기듯 손가락 끝을 통해 느껴지는 짜릿함은</p><p>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설명이 불가능하다.</p><p><br></p><p>그러나 불행하게도 나는 대부분의 근무기간 동안</p><p>레이더로 표적을 추적하고 그 신호를 사수에게 전달해 주는 W.D(Weapon Director)였기 때문에</p><p>실제로 사격을 하는 일은 드물었다.</p><p>W.D는 수십개의 표적을 동시에 추적해서 위험도를 판단하고</p><p>그 판단에 따라 우선 순위를 매겨 사수에게 표적신호를 전송하는 일을 한다.</p><p>따라서 장비에 정통해야 하며 운용 능력도 뛰어나야 한다.</p><p>순간적인 판단력 또한 누구보다 뛰어나야 한다.</p><p><br></p><p>당시 내가 근무하던 배에서는 전통적으로</p><p>W.D가 가장 똘똘한 후배를 골라 후임으로 양성을 했다.</p><p>그리고 후임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게 되면</p><p>전임자는 드디어 사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사격을 하게 된다.</p><p>그러나 나는 양성을 당하기만 했지 양성할 기회가 없었다.</p><p>W.D가 필요 없는 구형 함정으로 발령이 났기 때문이다.</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그래도 마지막 탔던 배에서는 사격을 할 기회가 있었다.</span></p><p>기수로는 실질적으로 사통장(상사) 다음이 나였으니까...</p><p><br></p><p>전역하기 전 마지막 사격이 있던 날...</p><p>나는 사통장을 졸라 사격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후배들에게 내 자리를 넘겨줬다.</p><p>그리고 함포 사격을 해보기만 했지 발사되는 장면을 한 번도 보지 못했으므로</p><p>마지막 추억으로 발사 장면을 구경하고 싶다며 사격 중에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 받았다.</p><p>드디어 사격 시작을 알리는 기적이 울리는 순간,</p><p>나는 재빨리 좌현 갑판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섰다.</p><p>그리고 다음 순간...</p><p>나는 몇 m를 날아가 갑판에 널부러졌다.</p><p>아무 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p><p>도대체 내가 왜 갑판에 널부러져 있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p><p>아픈 귀와 허리를 부여잡고 CIC로 돌아왔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p><p>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p><p>나중에 들어보니 밖에 나갔다 온 내가 CIC 구석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더란다.</p><p><br></p><p>상황은 이랬다.</p><p>통상적으로 포술장의 발사 명령이 떨어지면</p><p>사격을 알리는 기적을 울리고 사통사는 사격을 하지만</p><p>조준이 좋지 못할 때는 발사 명령이 떨어지고 기적이 울리더라도</p><p>사통사가 스스로 판단해서 조준이 좋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격을 한다.</p><p>그러나 외부에 있어서 CIC 상황을 알 수 없었던 나는</p><p>기적 소리만 듣고 외부로 나간 것이고</p><p>그날따라 (나보다 기수가 아래인) 선임하사 새끼가</p><p>발사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바로 FIRE 버튼을 눌러 버린 것이다.</p><p>그리고 나는 76mm의 발사 후폭풍에 밀려 널부러진 것이었다.</p><p><br></p><p style="\"text-align:" left;\"=""><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 style="text-align: left;"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2/710c0b715526b11901d497feedc7dae3.jpg" class="txc-image" style="clear:none;float:none;" /></p><p style="\"text-align:" left;\"=""><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76mm 발사 직후 모습. 나는 옆으로 뿜어져 나오는 후폭풍에 밀려서 날아갔다.</span></p><p><br></p><p>그래도 나는 사통사로서는 드물게 76mm가 발사되는 장면을 두 눈에 똑똑히 담을 수 있었고</p><p>더불어 40mm가 발사되는 장면도 눈에 담아서 전역할 수 있었다.</p><p><br></p><p>마지막으로 나의 마지막 근무지였던 김천함 사진을 올린다.</p><p>바로 이 배에서 함장님의 지시에 따라 사물놀이 동아리를 만들었고 많은 추억을 쌓았다.</p><p>나는 김천함의 훌넘버인 761과 나의 성을 형상화해 싸인을 만들었고 <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지금도 그 싸인을 사용하고 있다.</span></p><p><br></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2/3761698ec56d5d721ce9465b7043698b.jpg" class="txc-image" style="clear:none;float:none;" /></p><p style="\"text-align:" left;\"=""><br></p><p><b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