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본인은 대한민국해군의 자랑스런 사격통제사로서</p><p>바로 아래 사진과 같은 곳에서 간지나게 근무한 사람임.</p><p><br></p><p><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1/86898b0c1e6887e1e616a364349c29f2.jpg" class="txc-image"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clear: none; float: none;" /></p><p><br></p><p>영화 같은데서 보면 레이더 들여다 보고 앉아 있다가</p><p>표적 나타나면 추적하고 긴장감 돋게 뭐라고 막 떠들고</p><p>그러다가 버튼 눌러서 사격하는 사람들 있잖음? 바로 그런 걸 내가 했음.</p><p>CIC<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Combat Information Center. 그냥 줄여서 상황실)</span><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는 <군사통제구역>임.</span></p><p>즉, 군인이라고 할지라도 CIC 근무자나 비밀취급인가자를 제외하고는</p><p>아무나 함부로 들어오면 안되는 곳임.</p><p>그 안에 있는 장비 구성 자체가 비밀에 속하는데다 전투정보, 즉 작전정보를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그럼.</p><p>정말 간지 나지 않음?</p><p><br></p><p>표적을 추적할 때는 빨간 동그라미 안에 있는 휠(트랙볼)을 사용하는데,<br></p><p>마우스랑 원리가 똑같음.</p><p>옛날 볼 마우스 뒤집어 놓은 거라고 보면 됨.</p><p><br></p><p style="text-align: left;"><im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301/33ae7b3025def981fbf9eadde770e3e3.jpg" class="txc-image" style="clear:none;float:none;" /></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위 사진 속 하사의 오른손이 놓인 노란색 당구공 같이 생긴게 바로 그거임.</p><p style="text-align: left;">저걸 분해하면 안에 4개의 센서가 있는데,</p><p style="text-align: left;">너무 무리해서 움직이면 고장이 날 수 있음.</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우리 장비는 24시간 돌아가는게 아니라</p><p style="text-align: left;">사격 훈련, 전투배치 훈련, 그리고 전시 상태가 아니면 켜질 않음.</p><p style="text-align: left;">따라서 항해당직 때는 그냥 CIC(Combat Information Center. 그냥 줄여서 상황실)에 앉아서 대기하는 일이 태반임.</p><p style="text-align: left;"><br></p><p style="text-align: left;">초임하사 때 전자 직별 선배가 할일 없어서 심심하다고</p><p style="text-align: left;">내 당직 시간에 가끔 CIC에 놀러와서 <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저 트랙볼을 굴리며 놀았음.</span></p><p>나 또한 심심하니까 자주 저걸 굴리며 놀았음.<br></p><p>책 보면서도 굴리고, 옆사람이랑 얘기하면서도 굴리고, 커피 마시면서도 굴리고...</p><p>하여간 엄청 굴려댔음.</p><p>그러던 어느날... 저게 고장이 난 거임.</p><p>난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했음.</p><p>그러나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우리 직별 선배들의 추궁 때문에 점점 한계가 오고 있었음.</p><p>그 때, 딱 떠오른 인물이 바로 전자 선배였음.</p><p><br></p><p>"○○○ 선배가 제 당직시간에 자주 올라와서 저걸 굴리고 놀았습니다."</p><p>"얌마. 그럼 못하게 해야지. 그걸 보고 있었냐?"</p><p>"고장난다고 했는데도 계속 굴렸습니다. 선배가 하는데 제가 무슨 힘으로 막겠습니까?"</p><p>"내가 이 개새끼를...!!!"</p><p><br></p><p>그리고 그 선배는 우리 직별 선임하사와 선배들한테 불려와 내가 보는 앞에서 뒤지게 혼났음.</p><p>자기는 아니라고 박박 우겼지만 그 선배가 트랙볼 갖고 노는 걸 목격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어서</p><p>억울하게, 진짜 억울하게 누명을 쓸 수밖에 없었지만 나는 모른척 했음.</p><p>그뿐 아니라 "제가 하지 말라는데도 선배가 괜찮다고 계속 굴렸잖아요"라는 팩트를 들이대며</p><p>더욱 가열차게 그 선배를 몰아붙였음.</p><p>결국 그 선배에게는 CIC 출입금지라는 극약처방이 내려졌고,</p><p>특히 우리 장비 근처에서 서성이다가 걸리는 날엔</p><p>아무 잘못도 없이 그저 우리 장비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욕을 먹어야 했음.</p><p><br></p><p>서종우 선배...</p><p>그때 트랙볼 망가뜨린 진짜 범인은 나야.</p><p>지난번에 우리 만났을 때, 선배가 나한테 형이라고 불렀지만</p><p>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잖아.</p><p>그거 사실은 그때 그일이 마음에 걸려서... 미안해서 그런거야.</p><p>그러고보니 벌써 19년이 지났네.</p><p>19년 동안 억울하게 해서 미안해.</p><p>다음에 내가 술 한잔 살게^^</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