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해군은 "위수지역"이란게 없음.</p><p>따라서 상륙(외출, 외박, 휴가)증만 갖고 나오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음.</p><p>증에도 위수지역 표시가 없음.</p><p>만약 소속 함정이 정박한 곳이 아닌 곳에 있다가 전쟁이라도 나면</p><p>가장 가까운 해군부대로 가면 아무 배나 태워 줌.</p><p>여차저차 하다보면 결국 자기 소속 함정으로 돌아가게 돼 있음.</p><p><br></p><p>1994년 영내하사 때 일임.</p><p>외박을 받아서 동해에서 속초로 가는 길에 주문진 검문소에서 잡힘.</p><p>위수지역 위반했다고 내리라 함.</p><p>위수지역이 뭐냐고 물으니까 간부가 그런 것도 모르냐고 버스 안에서 개쪽을 줌.</p><p>내렸음.</p><p>초소 같은데로 데리고 가서 그 안에 있던 다른 헌병들한테 기가 차다는 듯이 고자질을 하고 웬 병장놈이랑 같이 계속 갈굼.</p><p><br></p><p>"하~ 글쎄 이 하사님이 위수지역이 뭐냡니다. 하하하"</p><p>"아니 간부가 돼 갖고 위수지역이 뭔지도 몰라요? 짬밥 어디로 드셨어요?"</p><p>"그러게나 말입니다. 해군들은 다 이렇습니까?"</p><p><br></p><p>나는 원래 기품 있는 집안에서 예의 바르게 자란 사람이고 해군은 국제신사니까</p><p>여기서 날 놀리고 있는 싸가지 밥 말아 쳐먹은 헌병새끼들이 일병이랑 병장 나부랭이라도 존댓말을 써줬음.</p><p>하지만 열받아서 막 나가기로 함.</p><p>남자답게 반말을 했음.</p><p>니네랑 얘기하기 싫으니까 간부 데려오라고 함.</p><p>간부 불렀으니 좀 기다리라고 함.</p><p>그러면서 뭘 써야 하니까 소속을 알려 달라고 함.</p><p>까짓거 소속까지만 얘기해주고 이제 너희 헌병 나부랭이들이랑은 절대 한마디도 하지 않을거야라고 생각만 하면서</p><p>친절히 소속을 얘기해 줌.</p><p><br></p><p>"대한민국해군 제x함대"</p><p>"네?"</p><p>"제x함대"</p><p>"그게 부대 이름입니까?<br>"어"</p><p>"알겠습니다"</p><p>"제x전단"</p><p>"네?"</p><p>"제x전단"</p><p>"그것도 부대 이름입니까?<br>"어. 제x함대 제x전단"</p><p>"아~~ 알겠습니다."</p><p>"제xx전투전대"</p><p>"네? 또 있습니까?"</p><p>"어"</p><p>"다시 한 번만 말씀해 주십시오"</p><p>"제xx전투전대에~~!!!"</p><p>"이제 끝입니까?"</p><p>"xx함"</p><p>"네?"<br>"xx하암~~~!!! 너 청각장애 있니? 잘 안들려?"</p><p>"그게 아니고 이런 소속은 처음 들어봐서 말입니다"</p><p>"그러게 해군 편제도 제대로 모르는 놈들이 뭘 안다고 위수지역 어쩌고 하면서 날 잡냐고오~~!!!"</p><p>"일단 저희는 규정대로 하는 거니까 이해해 주십시오."</p><p>"규정? 육군 규정이겠지. 해군엔 위수지역이란 게 없다고오!!! 됐고... 간부나 빨리 불러와"</p><p><br></p><p>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불렀다던 간부는 코빼기도 안 보임.</p><p>슬슬 인내심에 한계가 오기 시작함.</p><p>그래서 나의 분노를 더 확실하게 어필하고자 진짜 해서는 안 될 막말을 하리라 다짐하고 용기내어 소리침.</p><p><br></p><p>"야!!! 간부 안 오냐?"</p><p>"아 그게... 아까 불렀는데 어딜 가셨는지 아직 안 오셨습니다."</p><p>"그럼 어떡할까? 그냥 무작정 여기서 기다릴까?"</p><p><br></p><p>내가 "야"라고 무시무시한 막말을 하자 헌병놈이 무척 당황한 것 같음.</p><p><br></p><p>"아... 그게... 죄송합니다만 소속부대 전화번호를 알려 주시겠습니까?"</p><p>"전화번호는 뭐 할라고?"</p><p>"저희가 전화를 걸어서 확인 후에 보내 드리겠습니다"</p><p>"아 그냥 내가 직접 전화해서 바꿔줄게"</p><p>"네. 부탁드리겠습니다"</p><p><br></p><p>결국 우리배 당직사관한테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함.</p><p>당직사관도 위수지역이란 말을 처음 들어보는지라 꽤 황당해 함.</p><p>헌병놈이 당직사관이랑 통화하더니 얼굴이 벌개져서는 미안하다고 함.</p><p>그리고 나를 잡았던 일병놈이랑 둘이서 속초행 시외버스를 잡아 줌.</p><p>하지만 이대로 순순이 버스에 올라타는 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음.</p><p>버스 출입문이 열리고 일병놈이 검문을 마친 후에 병장의 안내에 따라 버스에 탔음.</p><p>그리고 올라 타타 말고 졸라 큰 소리로 외쳤음.</p><p><br></p><p>"사람을 잡으려면 뭘 좀 똑바로 알고 잡으란 말이야!!! 자네들 때문에 이게 뭔가?"</p><p><br></p><p>이렇게 나는 수많은 승객들에게 그 헌병들이 나한테 뭔가 큰 실수를 했다는 암시를 줬고</p><p>동시에 국제신사인 해군 하사로서 나의 품위를 높이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p><p>정신승리를 하며 집으로 향했음. 젠장!!!</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