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하루에 글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아 좀 미안함.</p><p>오늘따라 글발이 좀 받아서 그런 거니 이해해주기 바람.</p><p><br></p><p>나는 군생활 5년 6개월 동안 모두 4분의 함장님을 모셨음.</p><p>그 중에 가장 마지막으로 모셨던 함장님에 관한 썰을 풀어보겠음.</p><p>쓰고 읽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그냥 "함장님"으로 칭하겠음.</p><p><br></p><p>1. 함장!!! 이함!!!</p><p>함장님은 원래 FF 탈때 우리 부장(부함장)으로 계셨던 분임.</p><p>지금부터 잠깐 동안만 "부장"으로 칭하도록 함.</p><p>인천에서 근무하다 동해로 발령나서 FF를 타게 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p><p>현문당직을 서게 됐음.</p><p>함장이고 부장이고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부장님이 대령을 모시고 나와서 현문에서 배웅을 함.</p><p>난 당연히 우리 함장인 줄 알고 잽싸게 방송을 함.</p><p>(해군은 함장이 타고 내릴 때 반드시 타종과 함께 방송을 하고 함장 부재기를 올리거나 내림)</p><p><br></p><p>"땡땡~ 땡땡~ 함장 이함!!!"</p><p><br></p><p>방송을 하고 아차 싶었음.</p><p>정확히 말하면 좆됐다 싶었음.</p><p>원래는 "함장 하함"이라고 해야 함.</p><p>근데 나는 "이함"이라고 해버렸음.</p><p>이함은 배를 버리고 뛰어 내리거나 전역, 발령 등으로 배를 아주 떠날 때 쓰는 말임.</p><p>더군다나 함장한테는 절대로 써서는 안 되는 말임.</p><p>선장이 배를 버린다는 뜻이 되니까...</p><p>근데 나는 했음. 방송사고임.</p><p>게다가 당시 나는 자다가도 마이크만 갖다 대주면 멘트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짬밥을 먹은 상태임.</p><p>나도 당황하고, 부장도 당황했음.</p><p>그리고 아니나다를까... 주임원사와 위병오장(중사)가 함미로 뛰어 나와 폭풍 쌍욕을 해댐.</p><p>지켜보던 부장께서 쉴드를 쳐줌.</p><p><br></p><p>"네가 얼마 전에 새로 온 사통사구나. 주임, 내가 ○○○ 선배를 모시고 나오니까 부직사관이 함장인 줄 알고 착각했나 봐요"</p><p>"아... 그래도 함장 이함은 좀 그렇습니다."</p><p>"부임 온 지 얼마 안돼서 당직을 서다 보니까 긴장해서 그런 것 같은데, 앞으론 안 그러겠죠. 그렇지? 안 그럴거지?"</p><p>"네!!! 잘 하겠습니다!!!"</p><p>"거봐요 주임. 안 그런다잖아요. 자자 들어가서 커피나 한 잔 합시다. 위병오장도 들어가봐"</p><p><br></p><p>덕분에 주임원사와 위병오장 및 뒤늦게 뛰어나왔던 선배들이 누그러짐.</p><p>그리고 그날 일은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됨.</p><p><br></p><p>2. 부장이 함장이 되다.</p><p>FF(호위함)을 타다가 PCC(초계함)으로 발령이 났음.</p><p>1주일 후에 함장 이.취임식을 하는데, 우리 부장이 함장으로 똭!!!</p><p>사실 내가 술 마시고 자잘한 사고들을 좀 쳤음.</p><p>출근을 안 하거나, 출항하는데 배에 안 타거나... 뭐 그런 사고임.</p><p>절대 인사사고나 그런 건 없었음.</p><p>PCC에서는 내가 온다는 소리를 듣고 받지 않으려고 했다고 함.</p><p>그런데도 내가 부임을 왔고, 1주일 뒤에 내가 타던 배 부장을 하던 사람이 함장으로 왔으니</p><p>함장이 나를 데리고 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었음.</p><p>더군다나 발령나기 전에 봤던 부사관능력평가에서 1함대 1등을 했던 터라 그 소문은 더 증폭이 됐음.</p><p><br></p><p>3. 함장과 글로는 친척</p><p>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PCC에서도 술 마시고 출항하는 날 배를 못 타는 일이 생겼음.</p><p>우리 함장... 나 때문에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음.</p><p>그런데도 영창을 안 보내고 나를 용서해줬음.</p><p>이번에는 내가 함장이랑 친척이란 소문까지 돌았음.</p><p>그러지 않고서는 사고친 놈을 이렇게 너그럽게 봐 줄수는 없는 거라고...</p><p><br></p><p>4. 분노한 함장님</p><p>부사관 능력평가에서 1등을 하고 한참이 지난 어느날...</p><p>현문에서 함장님이랑 딱 마주쳤음.</p><p><br></p><p>"야. 글로. 너 상장 받아 왔어?"</p><p>"네? 무슨 상장요?"</p><p>"너 임마. 능력평가 1등 했으니까 사령관 상장 나왔을 거 아니야"</p><p>"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요."</p><p>"사령부 올라가봐. 상장 나와 있을 거야. 가서 받아와"</p><p>"네. 알겠습니다^^ 룰루루~~~^^"</p><p><br></p><p>그리고 바로 공용증 끊어서 들뜬 마음으로 사령부 인사과로 갔음.</p><p>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음.</p><p>내가 1등이 아니라 2등이라는 거임.</p><p>아무래도 이상해서 성적을 확인했더니 서류상으로 내가 1등이 맞음.</p><p>그런데 내가 받을 1등상이 2등한테 갔다는 거임.</p><p>왜 그런 거냐고 따지니까 서류를 뒤적거리더니</p><p>"넌 술 마시고 사고쳤잖아"</p><p>나중에 알고보니 2등 한 놈이 후배놈인데, 육상에 오래 근무한 놈임.</p><p>함정근무 점수가 없어서 진급심사 때 불리하니까 담당자들한테 밥 사주고 술 사주고 하면서 좀 비볐나 봄.</p><p>그런데, 점수로는 도저히 뒤집을 방법이 없으니까 내 약점을 찾아낸 거임.</p><p>내가 군생활 그만둬야겠다고 확실하게 마음 먹은게 바로 그 순간임.</p><p>사령부에서 내려왔는데 현문에서 우리 함장이 날 기다리고 있음.</p><p>함장 얼굴을 보는데 억장이 무너짐.</p><p>함장은 정말 기쁜 얼굴로...</p><p><br></p><p>"야. 글로 왔나? 상장 좀 보여 줘봐^^"</p><p>"...."</p><p>"뭐하나? 상장 좀 빨리 보여 줘봐^^"</p><p>"그게..."</p><p>"마. 장난하지 말고 얼른 상장 꺼내 봐. 사령관 상장은 뭔가 다르지?^^"</p><p>"그게... 없...습...니다"</p><p>"뭐?"</p><p>"....제가 1등이... 아니랍니다"</p><p>"무슨 소리 하나? 네가 1등인건 이미 다 정해진 건데"</p><p>"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2등이랍니다."</p><p><br></p><p>함장 표정 완전히 바뀜. 얼굴도 벌개짐.</p><p><br></p><p>"마! 장난 그만하고 이제 상장 내 놔봐"</p><p>"진짜로 없습니다. 제가 술 마시고 사고 쳐서 1등 상장을 2등한테 줬답니다"</p><p>"뭐? 이...씨 그런게 어딨어? 그건 그거고 상장은 상장이지! 가만 있어봐 내가 갔다 올테니까"</p><p><br></p><p>그길로 사령부로 올라가신 함장님...</p><p>사실 그때까지도 난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었음.</p><p>당시 우리 함장님은 '1함대를 빛낸 10인의 용사들'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신 분임.</p><p>그런 대단한 분이 올라가셨으니 뭔가 조치가 될 것이란 기대를 했었음.</p><p>한참 후에 내려 오신 함장님...</p><p>얼굴 표정은 굳을대로 굳어 있고, 혈색은 벌겋고, 눈은 촉촉하신 것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음.</p><p><br></p><p>"글로... 그게... 그렇게 됐단다."</p><p>"헤헤. 괜찮습니다. 헤헤"</p><p><br></p><p>울것 같은 함장님 앞에서 뭐라고 더 말을 못하겠어서 그냥 너스레를 떨고 말았음.</p><p>우리 함장님이 그런 분임.</p><p>부하의 일에 진심으로 기뻐하시고, 분노하시고, 슬퍼하시고, 눈물 흘릴 줄 아는... 그런 분임.</p><p><br></p><p>5. 로맨틱 가이</p><p>기혼자 결혼기념일이면 어김없이 와인과 꽃을 선물하심.</p><p>96년 9.18 잠수함 침투사건 때 3개월 넘게 영외거주자들 퇴근도 못하고 정말 빡시게 돌았음.</p><p>그러던 어느날 아주 잠깐 기혼자들 퇴근해서 가족 만나고 오라는 지시가 떨어졌는데,</p><p>그때도 어김없이 와인과 꽃을 선물로 주심.</p><p>그외 생일 맞은 수병들에게도 와인을 선물하시고</p><p>시시때때로 핑계거리만 있으면 와인과 꽃을 선물하심.</p><p><br></p><p>6. 독서의 생활화</p><p>함장님이 취임하시고 제일 중점을 뒀던 일 중 하나가 함내에 도서를 많이 비치하는 거였음.</p><p>당신께서 기증도 하시고, 기증도 받고, 돈 들여 사오기도 하면서 날로날로 책을 쌓아 나갔음.</p><p>읽고 싶은 책을 써서 제출하면 며칠 있다 바로 사다 놓으심.</p><p>그래서 우리 주임원사가 고생했음. ㅋㅋㅋㅋㅋㅋ</p><p>그런데 나중에는 그 관리를 내가 하게 됐음.</p><p>주임원사 고생한다고 다른 사람으로 바꿔주려던 차에</p><p>도서대출 대장에 내 이름이 제일 많은 걸 보고 관리를 나한테 맡겼던 거임.</p><p>다행히 우리 전단 복지단에 서점이 있어서 책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음.</p><p>그런데, 그 일로 또다시 '역시 글로는 함장님 친척'이라는 소문이 돌았음. ㅋㅋㅋㅋㅋㅋ</p><p><br></p><p>7. 한치 포획 사건</p><p>토요일 점심 무렵 현문당직 교대를 하고 보니 부두 안에서 해경들이 IBS(고무보트)를 타고 돌아다님.</p><p>전방을 향해서 갈고리를 던져가면서 우왕좌왕 하는데 뭐 하는 짓인가 싶어 욕을 해줬음.</p><p><br></p><p>"야이 병~신들아~~~ 거기서 뭐하냐아~~~?"</p><p><br></p><p>그래도 묵묵부답 뭔가를 계속 쫓아다니기만 하는 거임.</p><p>자세히 보니 빨간색 부유물을 쫓아다니는 건데,</p><p>하필 그 부유물이 해경들한테 쫓겨서 우리배로 오는 거임.</p><p>가까이 왔을 때 보니 엄청나게 큰 오징어 종류임.</p><p>대왕 오징어를 사이에 두고 IBS를 탄 해경들과 PCC를 탄 해군 사이에 대치 상황이 벌어짐.</p><p>대왕 오징어가 방향을 틀어 고속정 부두를 향해 이동함.</p><p>나는 당직이고 뭐고 '사조묘'라는 이름의 갈고리를 들고 고속정 부두로 뛰었음.</p><p>예상 진로를 찾아 고속정 위로 뛰어 오르고 보니 딱 그 방향으로 오고 있음.</p><p>진행 방향 앞에다 사조묘를 담그고 있다가 그 위에 왔을 때 똬악!!! 낚아채서 포획하는데 성공.</p><p>돌아오려는데 그 배 갑판장이 시비를 걸기 시작함.</p><p>자기네 배에서 잡았으니 자기거라며 놓고 가라는 거임.</p><p>똘끼 충만에 개김성 투철한 내가 그런 협박에 굴할리 없음.</p><p>갑판장과 대치중에 우리배 스피커에서 낭랑한 함장님의 목소리가 들려 옴.</p><p><br></p><p>"글로!!! 뭐하나? 빨리 안 오고!!!"</p><p>"아. 저희 함장님께서 절 찾으시네요. 얼른 가봐야겠습니다."</p><p>"야. 글로 빨리 와라."</p><p>"네!!! 함장니임!!!"</p><p><br></p><p>그러고 갑판장을 뿌리치고 냅다 뛰었음.</p><p>갑판장은 어버버 하다가 날 놓침.</p><p>배에 돌아와 보니 함장님을 비롯해 우리배 영외거주자들이 퇴근하다 말고 전부 군침을 흘리며 서 있음. ㅋㅋㅋㅋㅋㅋ</p><p>크기가 약 1.5m 가량 되는데, 한치라고 함.</p><p>칼질 좀 하는 애들이 붙어서 배를 가르고 보니 살 두께도 어마어마 함.</p><p>함장님과 영외거주자들한테 손바닥 하나씩만큼 떼 드리고 나머지는 당직자들이랑 영내 대원들이 맛있게 덮밥을 해먹음.</p><p>그날도 어김없이 함장님께서 하사하신 와인을 반주로 마셨음^^</p><p><br></p><p>8. 전설이 되다.</p><p>타군은 잘 모르겠는데, 해군들은 정말 술을 많이 마심.</p><p>회식도 정말 많음.</p><p>직별회식, 부서회식, 영외거주하사 회식, 중사회식, CPO(원.상사) 회식, 전대 직별 회식 등등...</p><p>오죽하면 회식만 없어도 돈 모으겠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임.</p><p>그러다보니 술로 인한 사고도 정말 많음.</p><p>우리 함장께선 그게 정말 싫었음.</p><p>그래서 책을 많이 갖다 놓은 건데, 그래도 안됨.</p><p>낚시를 권장함.</p><p>원래 군항내에서 낚시가 금지돼 있었는데, 우리 함장 덕분에 군항내 낚시가 허용됨.</p><p>그래도 술 사고가 없어지지 않음.</p><p>그래서 만든게 아까 올렸던 취미활동 동아리를 만든 거였음.</p><p><a target="_blank" href="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610307&s_no=610307&page=5" target="_blank" class="tx-link">http://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610307&s_no=610307&page=5</a></p><p><br></p><p>아까 댓글 보니까 2011년까지 해군에서 레전드로 남아 있다고 하는 것 같음^^</p><p>실제로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 뒤로 우리배에서는 술 사고가 엄청나게 줄었고</p><p>구타사고 가혹행위 등 인사사고도 거의 없어졌음.</p><p><br></p><p>9. 삐돌이 함장님.</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이렇게 훌륭하고 대범하신 함장님의 유일한 단점은 아주 잘 삐친다는 거임.</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능력평가 1등상을 놓치고 열받은 내가 다음 능력평가 때 아주 개판을 쳤음.</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교육전대에서 나온 관찰관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며 의아해 할 정도였음.</span></p><p>그 때도 '네가 실망이 커서 그랬구나'라고 대범하게 이해하셨던 분인데 잘 삐치심.</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내가 전역지원서를 썼을 때 삐쳐서 한달 동안 나한테 말도 안 걸었음.</span></p><p>내가 경례를 해도 받아주지도 않음.</p><p>그래서 나도 함장님 만나면 그냥 쌩깠음.</p><p>한달인가 지난 후에 드디어 말을 걸어오셨음.</p><p><br></p><p>"야. 글로. 이새꺄. 너는 함장을 보고도 인사도 안 하냐?<br>"아. 네. 필승"</p><p>"너 함장방으로 와봐."</p><p>"네"</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야 이새꺄. 나는 너를 중사 진급 시키고 내 처제랑 결혼까지 시킬려고 생각했는데, 니가 전역지원서를 내?"</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아하... 저는 사회 경험도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야. 지금 안그래도 IMF 때문에 사회 분위기 살벌한데 꼭 지금 나가야겠어? 그냥 나랑 같이 군생활 좀 하면 안되나?"</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죄송합니다. 그냥 전역하겠습니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알았어. 아직 시간 많이 남았으니까 그동안 잘 생각해봐. 너 우리 집사람 봤지? 내 처제도 이뻐 임마."</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진짜 그랬음.</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함장님 사모님의 미모는 역대 최강이었음.</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그런데 처제가 사모님이랑 아주 똑같이 생겼음.</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그런데, 그런 예쁜 처제를 장교도 아니고 맨날 사고만 쳐서 중사 진급을 못하고 5년째 하사를 달고 있는 나한테 주시려고 했었음.</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진짜 감동의 쓰나미였음.</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솔직히 좀 심각하게 고민을 하기도 했었음.</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전역이 두달 앞으로 다가옴.</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그런데, 통신 동기놈이 전보를 하나 들고 오더니 내 앞에서 씨익 웃음.</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KDX 2번함인 을지문덕함 교육내신이 나온 거임.</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아직 취역도 하지 않은 함정 교육내신이 나온다는 거는 실력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반증임.</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해군 부사관으로서 영광 중의 하나임.</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그런데 전역을 두달 남겨 놓은 놈한테 교육내신이라니...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음.</span></p><p>그 비밀은 그날 오후에 풀렸음.</p><p><br></p><p>"야 글로. 너 교육내신 나왔지?^^"</p><p>"함장님께서 어떻게 아십니까?"</p><p>"그걸 내가 왜 모르나? 어때? 갈거지?"</p><p>"흠... 시간을 좀 주십시오."</p><p>"그래 잘 생각해봐. 그리고 처제는 네가 이상형이란다.^^"</p><p><br></p><p>그랬음.</p><p>내가 장비 욕심이 좀 있어서 광개토대왕함 장비 원서를 구해서 읽고 있는 걸 함장님이 보신 거임.</p><p>그리고 빽을 써서 나도 모르게 을지문덕함 교육내신을 낸거임.</p><p>1주일 정도 심각하게 고민했음.</p><p>을지문덕에 타게 된다면 진급은 무조건 된다고 보면 됨.</p><p>게다가 미모의 부인과 함장님과 동서지간이 된다니...</p><p>1주일 후에 결론을 내고 함장님을 찾아 갔음.</p><p><br></p><p>"(회심의 미소를 띄우며) 그래. 잘 생각했어. 2주 있다가 교육 들어가야 하니까 준비 잘 해."</p><p>"저 전역 할랍니다."</p><p>"뭐 이새꺄?"</p><p>"전역한다구요"</p><p>"이새끼가... 꺼져!!!"</p><p><br></p><p>난 내가 1등상 놓친 후로 함장님이 그렇게 화내는거 처음 봤음.</p><p>그리고 그날부터 또 거의 한달동안 나한테 말을 안 거심.</p><p><br></p><p>10. 마지막 술잔</p><p>전역 1주일을 남겨놓고 함장님이 다른 곳으로 영전하시게 됐음.</p><p>이.취임식 전날 저녁 때 함장님댁에 전화를 걸었음.</p><p>사모님께서 받으심.</p><p><br></p><p>"사모님 저 글로입니다."</p><p>"아~~~ 글로 하사님. 왜 전역을 하신다고 하셔갖고 함장님을 서운하게 하세요."</p><p>"아하... 그렇게 됐습니다"</p><p>"내 동생 정말 예쁜데...^^"</p><p>"휴... 죄송합니다"</p><p>"함장님 바꿔 드릴게요"</p><p>"네"<br>"어. 글로. 이밤에 무슨 일이야?"</p><p>"함장니임~~~ 저랑 술 한잔 하시죠"</p><p>"아... 나도 너랑 한잔 하고 싶은데, 내일 함장이 이임식이 있어서 오늘 일찍 자야겠다"</p><p>"아... 그렇군요."</p><p>"대신 내일 함장 이임식 끝나고 한 잔 하자"</p><p>"네. 알겠습니다"</p><p><br></p><p>그날 속상한 마음에 술을 많이 마셨음.</p><p>다음날 술이 덜 깨서 함장 이.취임식에도 나가지 않고 짱박혀 있었음.</p><p>그런데, 방송이 나옴.</p><p>"알림. 하사 글로. 지금 즉시 사관실 보고. 이상 당직사관. ○○" </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은 배 이름)</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어라? 무슨일이지?' 하고 부시시한 몰골로 짱박혀 있던 공간에서 나왔음.</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나와보니 전부 난리가 나 있음.</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함장님 명으로 나를 찾겠다고 함내를 이잡듯 뒤지고 다녔나 봄.</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아무리 찾아도 나오질 않자 방송을 한 거임.</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내가 짱박히는데는 일가견이 있음. 별명이 King Side, Side Of The King 뭐 그런 거였음)</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br></span></p><p>초췌한 몰골로 사관실로 갔음.</p><p>우리 함장이랑 신임함장이랑 사모님들이랑 다른배 함장들이랑 우리배 장교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봄.</p><p><br></p><p>"어 글로. 잘 왔다. 어제 함장이 안 나가서 서운했지? 여기서 한 잔 하자"</p><p>"아 네... ㅠㅠ"</p><p><br></p><p>여기저기서 '쟤가 글로야?'하는 수군거림이 들려 옴.</p><p>쪽팔림을 무릅쓰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당당하게 함장님이랑 사관실에서 술을 마시고 나옴.</p><p>우리 함장님은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방송까지 해가면서 나를 찾았던 거임.</p><p><br></p><p>김성재 중령님 - 지금은 제독 진급을 하셨겠죠?^^ - 그 때 저한테 베풀어주신 관심과 사랑</p><p>정말정말 고맙고 영광이었습니다.</p><p>함장님이랑 동서지간이 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긴 합니다^^</p><p><br></p><p>끗.</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