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닥.. 사이다썰은 좀 아닌듯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친구와 점심 약속을 한 휴일날, 약속시간까지 집에서 잉여롭게 뒹굴거리고 있느니</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차도남스럽게 조조영화 솔플이라도 뛰어보자~</span></div> <div>하고 박차고 뛰어나온 그날..</div> <div>그날이 어느 누군가에게 재앙같은 하루를 선사하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약속은 점심늦게 2시가량인데 영화는 11시약간 넘어서 끝나고...</div> <div>친구와 만나려면 아직 2시간 이상이나 기다려야 하는 참담한 현실속에서</div> <div>멘탈이 나가 울산 L백화점 광장의 벤치에 앉아 구름구경이나 하며</div> <div>잉여로운 놈은 집에 있든 밖에 있든 잉여롭다는 진리를 되새기고 있던중,</div> <div>갑자기 벤치옆자리에 누군가 앉더군요.</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 바로 옆에 앉길래 순간 만나기로 한 친구가 빨리 왔나.. 라고 생각할뻔 했으나</span></div> <div>정신차리고 다시 보니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무리 봐도 생판 처음 보는 호리호리한 아저씨..</span></div> <div>아니나 다를까 어께에 갑자기 손을 올리며</div> <div>"학생, 요즘 잘 안 풀리는 고민이 있지 않아요? 얼굴을 보니 음기가 서려있어서 걱정되네요"</div> <div>......</div> <div>항상 뻔할 뻔자로 듣는 그 레퍼토리에 질려 쫓아내려던 순간..</div> <div>이 아저씨로 무료한 시간을 조금이나마 때워보면 어떨까 하는 명안이 떠올랐습니다.</div> <div>아마.. 그 아저씨에게는 안된 일이었겠지만요.</div> <div><br></div> <div>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면서 홀려가는 척 해주고 있다가</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런데 우리집안 대대로 교회다녔는데 제사안지내는데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 근처 땅값 비싸던데 어디에다 제삿집(?)차려서 하세요? 월세 안 비싸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근데 제사상에 뭐뭐 올려요? 맛있는거 있으면 먹어도 되요?</span></div> <div>"그런거 올리는거면.. 대충 원재료값은 XXXXX원 정도면 되겠네요. 내가 장봐가서 만들어다가 차려도 되죠?"</div> <div>등등 공세를 이어나가자 '어;;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으로 이걸 더 꼬셔봐야 하나, 포기해야 하나..</div> <div>하고 겁나게 동공지진하는 사이비에게</div> <div>"근데 아저씨 이거 한명 데리고 가면 수당 얼마 벌어요?"</div> <div>라고 막타 날리자 급정색하면서 일어나려고 하는걸 팔을 잡아끌며 앉혀서</div> <div>"에이 얼마 받는지 말해봐요, 그럭저럭 돈은 좀 되나봐요? 대낮부터 이러는거 보면? 아니면 이런거 하고 살 리 없는데 그쵸?"</div> <div>하자 급기야 뿌리치고 도주하는 사이비.</div> <div>멀어져가는 뒤통수에다 대고</div> <div>"아저씨! 이런거 하지말고 제대로 된거 하고 사세요!!"</div> <div>하고 밝은 앞날을 빌어주고 30분도 못 때운 내 자신의 어리석음을 곱씹다 헌혈의 집을 발견하곤 헌혈을 하러 갔습니다.</div> <div>시간도 죽이고 헌혈도 하고 사이비도 내쫓고 해피엔딩....이 될뻔 했으나..</div> <div><br></div> <div>얼마후 넘쳐나는 에너지와 혈기를 뽑아내고 코코아를 5잔째 먹고 나와서 친구와 만나기로 한 아까 '그 장소'로 되돌아가던중</div> <div>아까 그 사이비를 다시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이번엔 정말 기가 약해보이는 어린 친구를 붙잡았는지 희희낙락하더군요.</div> <div>살살 걸어가서 어께에 손을 탁 올리며 </div> <div>"아저씨, 그거 수당 쏠쏠하냐구요~"</div> <div>하자 '이런 XXXXX' 하는 표정으로 다시 도주하는 사이비.</div> <div>어린 친구에게 저런건 걍 무시하고 갈길가면 떨어진다고 조언을 해서 보내고</div> <div>흡연장소로 옮겨 담배를 태우며 예정보다 늦을거 같다는 친구를 욕하고 다시 광장에 돌아오니</div> <div>이번엔 저 멀리서 눈 마주치고 굳어버린 사이비,</div> <div>"얼마 버는지좀 가르쳐달라고!!!!!" </div> <div>하고 반갑게 소리치자 다가와선 '그만좀 해라, 나한테 왜 이러냐고, 얘기좀 하자' 고 하며 붙잡으려길래</div> <div>180에 90덩치에 어울리는 똘끼발랄한 표정과 목소리로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싫어요~☆ 엄마가 모르는 아저씨 따라가지 말랬어요~"라고 말해주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백화점안으로 도망쳤다가</span></div> <div>좀 있다 다시 나와서 누구 붙잡고 있으면 달려가서 풀어주고</div> <div>완전 경찰과 도둑 놀이.</div> <div>두 어명정도를 더 그렇게 풀어주고 나자 늦은 친구가 드디어 도착했다고 전화오더군요.</div> <div>"아저씨~ 나 이제 갈게~ 그런거 하지 말고 똑바로 살아요~"</div> <div>라고 막타 넣고 도주.</div> <div><br></div> <div>저는 역시 시간때우기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해야 즐겁다는 교훈을 얻었고</div> <div>그 사이비는 평생 기억에 남을 개같은 하루가 되었을겁니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