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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756998
    작성자 : Dementist
    추천 : 66
    조회수 : 6188
    IP : 115.88.***.168
    댓글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9/30 18:05:03
    원글작성시간 : 2013/09/30 16:43:16
    http://todayhumor.com/?humorbest_756998 모바일
    3초 <BGM>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jDzB1
     
     
     
    내가 잠들어버린지 벌써 7년이 지나버렸다.
     
    정확히 7년인지 8년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이곳에선 태양도 시간도 없다.
    그저 어두운.
    그런 곳이다.
     
    스스로 일어나려 몸부림을 쳤지만 가위눌린듯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전에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누구의 관섭도 받지 않은채 깊은 동면에 취해버린 것처럼.
    나는 그저 숙면에 취하고 있을 뿐..
     

    처음 이곳에 발을 디디고나서 3년을 지내니 나는 빛조차 없는 이 어둠속에서 걸어다닐 수 있게 되었다.
    2년을 더 지내보니 어쩌면 내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2년이 더 지나자 소중한 무언가가 생각나기 시작했다.
    뚜렷히 기억나진 않지만 나를 지켜주는 무언가.
    이 어두운 세상 밖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 최근의 일이다.

     
    무엇을 하던 어두웠던 공간.
    어두운 것인지 아무것도 없는 것인지 조차도 몰라 감각이 무뎠던 공간.
     
    그런 곳에서 희미한 빛을 뿜으며 검은 복장의 사내가 나타났다.
    너무도 놀란 나는 그에게 허겁지겁 달려가서 물었다.
    허나 내 답변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채 자기 할말을 이어갔다.
    "네 소원을 들어주겠다."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소!"
    "그럴 수 없다. 허나 걱정마라, 곧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제발.. 제발 간곡히 부탁하니 단 몇초만이라도 밖 세상을 보게 해주시오."
    "..."
     
     
    소원을 이룬 것일까.
    어두웠던 공간 전체가 점점 밝아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시야 전체가 밝아졌다.
    7년을 어둠에서 보냈던 눈이 빛에 엉겨붙어 어렵사리 눈거풀을 떴고 나는 직감했던대로 소중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늙어버린 여자.
    혹여나 잃어버릴까 두려웠던 소중한 것.
     
    천근만근이 되어버려 굳어버린 내 입이 점점 떼어지고
    말라버린 혓바닥을 움직였다.
    "사.."
    늙어버린 여자는 내 손을 움켜 잡았다.
    한때 너무 고왔던 손이 주름져서 처참해질 지경이었다.
    부드러웠던 손인데 이젠 한 어머니의 손만치 투박해졌다.
    나는 눈을 껌뻑이다 뺨아래로 눈물 한방울 흘러 내리며 말을 이어갔다.
    목이 메여서 미칠 지경이다.
    "사랑하오..."
     
    늙은 여자도 내 말을 따라하듯 말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계속해서 반복하니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흘러 넘칠 지경이다.
    나또한 마찬가지였다.
    눈물에 가려져 여자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허나 그녀의 마음또한 잘 알았으니 나는 여한이 없다.
    매번 확인하고 싶었던 그 마음이 긴 시간을 침묵하며 드디어 알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는 듯 했다.
     
    나는 이제 곧 식어버릴 마지막 눈물을 흘리며 무거운 눈을 다시금 감았다.
    이제는 떠지지 않을 두 눈을 감은채
     
    또 다시 깊은 잠에 들었다.
     
     
     
     
     
     
     
     
     
     
     
     
     
     
     
     
     
     
     
     
     
     
     
     
     

    ---------------------
     
    아버지가 지방의 큰 병원에 근무하던 간호사셨는데
    몸 상태가 많이 안좋으셨던 남자분을 만나셨답니다.
    젊은 사람이 예의도 바르고
    항상 올때마다 음료 하나씩 챙겨오면서 형님형님하고 부르는게
    아직도 선하게 기억나신다면서 얼마전 술자리서 말씀하셨는데
     
    정말 젊은 분인데 치매에 걸리셨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는 입원하시길 권장했지만
    부인이랑 가볼 곳이 많다며 거절했다고 합니다.
    얼마후에 다시와서 입원을 하셨는데
    치매 때문에 기억이 왔다 갔다하는 상황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셨답니다.
    중상을 입었는데 사경에 헤매셨고 결국 식물인간이 된채로 몇년을 버티셨다고 합니다.
     
    처음엔 부인분이 일주일에 2~3일씩 오더니 그것도 모자르다면서 매일같이 찾아오셨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근무하던 분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두분의 이야기는
    곧 이혼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만 계속해서 나왔는데
     
    7년째 계속해서 그 남편분을 찾으셨다고 합니다
    물론 이혼도 재혼도 하지 않으셨구요.
    그때 젊었던 부인의 모습은 간데없이 사라지고
    심한 노동의 흔적이 남은 손과 주름만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주위에선 미친 짓이라고 젊을때 새 신랑 만나라고 병실에서 큰소리도 많이 나고 했답니다.
     
    7년하고 반년쯤 되었을때
    남편분이 의식에서 깨어났지만 위급한 상황이 닥쳤고
    그 소식을 들은 부인이 정말 양말채로 뛰어왔다고 합니다.
    남편은 늙어버린 부인의 모습도 알아보는 듯 정말 힘겹게 사랑한다는 말을 했고
    부인도 계속 울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 부인이 온지 채 3초도 지나지 않아 사망에 이르셨다고
    부인은 그곳에 머물러서 멍하니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는데
    평소 친분이 있던 아버지께서 부인분께 음료수를 드리며 '힘내셔서 집에 돌아 가셔야지요.'하고 위로해드리니
    부인분이 '아직 그이의 온기가 이 침대에 남아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병원일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었다고..
     
    제가 쓴 이 소설도 아버지께서 이야기 해주신 걸 각색해서 만들었습니다.
    부인께서는 재혼도 않고 아이도 없이 일찍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부디 좋은 곳에서 두분 행복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출처 : Daum루리웹
    작성자 : 타블로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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