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이야말로 포니빌 안에서 도축꾼 노릇을 하는 김샤이 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 다. 문안에(거기도 문밖은 아니지만) 들어간답시는 앞집 마나님의 개를 도축한것을 시작으로 행여나 호구가 있을까 하고 시장에서 어정어정 하며 지나는 사람 하나하나에게 거의 비는 듯한 눈결 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교원인 듯한 어스포니의 만티코어를 도축해 주기로 하였다
첫번에 삼비트 둘째 번에 오비트 아침 댓바람에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 서 근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한 김 첨지는 일 비트짜리 금통화 서 푼, 또는 다섯 푼이 찰깍하고 편자에 떨어질 제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 날 이때에 이 팔비트 라는 돈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컬컬한 목에 건초 스무디 한 잔도 적실 수 있 거니와 그보다도 앓는 대쉬에게 사이다 한 잔도 사다줄 수 있음이다.
그의친구가 기침으로 쿨럭거리기는 벌써 달포가 넘 었다. 티모시도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물론 약 한 첩 써 본 일이 없다. 구태여 쓰려면 못 쓸 바도 아니로되 그녀는 병이란 놈에게 약을 주어 보내면 재미 를 붙여서 자꾸 온다는 자기의 신조(信條)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 따라서 의사에게 보인 적이 없으니 무슨 병인지는 알 수 없으되 반듯이 누워 가지고, 일어나기는 새로 모로도 못 눕는걸 보면 중증은 중증인 듯. 병이 이대도록 심해지기는 열흘 전에 흙을 먹고 체한 때문이다.
그때도 김 샤이가 오래간만에 돈을 얻어서 플림 형제에게 사이다 한잔 사다 주었더니 김 샤이 의 말에 의지하면 그 오라질 년이 천방지축(天方地 軸)으로 입가에 벌걱였다 마음은 급하고 잔이 작지 않아 채 마시지도 않은 것을 그 오라질 년이 땅바닥에 쏟아서 그 젖은 흙을 두 뺨에 주먹덩이 같은 혹이 불거지도록 누가 빼앗을 듯이 처박질 하더니만 그날 저녁부터 가슴이 땅긴다, 배가 켕긴다고 눈을 홉뜨고 지랄병을 하였다 그때 김 샤이는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
“에이, 오라질 년, 조랑말은 할 수가 없어, 못 먹어 병, 먹어서 병, 어쩌란 말이야! 왜 눈을 바루 뜨지 못 해!” 하고 김 샤이는 앓는 대쉬의 뺨을 한 번 후려갈겼다. 홉뜬 눈은 조금 바루어졌건만 이슬이 맺히었다. 김 샤이의 눈시울도 뜨끈뜨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