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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644156
    작성자 : 선추냥
    추천 : 23
    조회수 : 3578
    IP : 218.150.***.150
    댓글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3/13 01:27:28
    원글작성시간 : 2013/03/12 16:55:50
    http://todayhumor.com/?humorbest_644156 모바일
    [BGM,펌] 양기가 많은 체질 - 2/2 -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8rEIC

    왜 정작 흉가에 다녀온 나는 아무런 이상 없이 일상처럼 지내고 있는데, 내 가까운 사람들이 귀신을 보고 가위를 눌릴까. 그런 고민을 하며 흉가를 같이 다녀온 그 친구에게 문자로 혹시 가위 눌리고 그런 건 없냐고 물어 봤지만, 그 친구는 여전히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답했다.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그저 우연일 거라 생각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갈수록 가위에 눌리는 친구가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고, 여자친구는 점점 더 힘들어했다.

    상황은 나아질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무속인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무속인을 무시하고 깔보며 흉가에 다녀오기까지 했으나, 이런 일이 막상 닥치고 나니 자연스레 그쪽에 의지하게 됐다.

    아직 어린 고등학생 커플이 무당을 찾아가는 건 흔한 일은 아닐 것이었다. 그런 일을 부모님께 말씀 드리기에도 꺼려졌고, 부모님도 내가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이 가위에 눌린다고 이야기를 해 봐야 이해해 주시지 않을 것이었다.


    사기로 등쳐먹는 무당들도 많다는 걸 입소문으로 많이 들어 봤었기에 나는 인터넷을 뒤져가며 우리 지역 내에서 이름 있는 무속인을 찾았다.

    내 생각으로는 완전 산골 깊숙히 자리하고 또 사람도 별로 없고 그럴 줄 알았는데, 용한 무당이라 그런지 순서를 기다리기까지 해야 했다.

    또, 생각보다 멀리 있지는 않았다. 물론 도심지를 벗어난 곳에 있긴 했으나, 그렇게 구석진 곳에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다. 우리 둘은 여름방학 말에 주는 일주일간의 진짜 방학에 놀러가기 위해 준비해 뒀던 돈을 쓰기로 했다.

    그러나 그 돈을 쓸 일은 없었다.


    전화로 예약을 했었고, 우리가 찾아가기로 한 날짜가 되어 그날 선생님께 잘 말씀을 드려서 부모님 몰래 학교를 쉬고서 여자친구와 함께 그곳을 찾아갔다.

    그러나 그 집 안에 들어서기도 전에 집안에서 사람이 나왔다. 복장을 보자마자 그 사람이 그 무당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다짜고짜 뺨을 맞았다.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왜 맞았을까 싶었지만 무당이 갑자기 이렇게 나오니 겁이 나기도 했다. 여자친구는 무당이 내 뺨을 때리며 무섭게 나를 노려보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니, 어디 큰일날라고 여까지 찾아오고 있노?"



    무당이 내뱉은 첫마디였다. 전화로 예약할 땐 오라고 해 놓고는 막상 가려니 밖으로 뛰쳐나와 뺨을 때리며 그렇게 말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저, 예약하고 왔는데요……."



    처음엔 내가 어린 학생이라, 어린 녀석이 어디 이런 곳을 찾아다니느냐는 소린 줄만 알았다. 사복을 입긴 했으나 우리 둘에게선 아직 어린 티가 확연히 드러났으니까.

    그러나 그 다음 무당이 한 말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니, 어릴 때 부모님이 그런 거 안 알아 주더나? 니는 이런 곳에 함부로 오면 안 된다고."



    무당은 나를 계속해서 무당집에서 먼 곳으로 데리고 나가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무당은 화를 내며 내게 소리쳤다.



     "니는 양기가 넘칠만치 많아서 귀신 있는 곳에 함부로 오면 안 된다!"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 일단 고개를 끄덕이만 했다. 여자친구는 화를 내는 무당에게 괜히 겁을 먹었는지 내 팔을 꽉 붙잡기 시작했다.



     "니가 무당집에 들어오면 거기 귀신들은 물론이고 장군님까지 자리를 비켜야 한단 말이다. 그게 그걸로 끝나는 줄 아나? 귀신들은 뭐 가만히 있는 줄 아나?"



    그쯤되니 무당이 하고 있는 얘기가 조금씩 이해가 갔다. 요점은, 내가 양기가 많은 사람이라 무당집에 들어가면 그곳의 귀신들이 자리에서 쫓겨난다는 얘기였다.

    무당이 화를 내며 집밖으로 뛰쳐나온 이유가 그것이었다.


    무당은 내 여자친구를 흘끗 보고는 혀를 차며 내게 말했다.



     "근데 니가 멋대로 귀신 터에 기어들어가니까, 그 쫓겨났던 귀신이 니 주위사람한테 들러붙어서 해코지하는 거 아니가. 니한테는 못하니까."



    갑자기 핵심을 찔러오는 무당의 말에 나는 당황하여 말을 하지 못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친구들과 여자친구는 괜찮을 것인지, 어떻게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를 묻고 싶었으나 무당은 바로 말을 이으며 내게 윽박질렀다.



     "사내 귀신들은 원래부터 그 자리에서 마음잡고 나라 위해 죽었던 귀신들이라 니 쫓아서 따라오지는 않았다. 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당장에 니 죽이고 싶어하지만 니를 어찌 못하니까 그냥 참고 있는기라. 허지만 그 사내 귀신들 말고 거서 죽은 처녀 귀신이 니 뒤를 쫓아서 온 기다."



    또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무당의 불친절한 일방적인 설명에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사내 귀신들은 뭐고 날 따라왔다는 처녀 귀신은 뭐란 말인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껴졌으나, 내게 무당의 말을 끊고 자세히 물어 볼 용기는 없었다.


    무당은 여전히 격양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니 쫓아 와서, 니가 만나서 살갑게 지내는 사람들만 골라가 밤마다 지랄을 해쌌는데, 니는 뭐 잘했다고 편하게 퍼질러 자고 있노. 그러고도 니가 사람이가!"



    마치 자신이 해를 당한 것처럼 무당은 크게 화를 냈다. 내 탓에 내 친구들은 고생하고 있는데, 나는 그것도 모른 채 편하게 지내왔음을 꾸짖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그제야 죄책감이 들어 눈을 내리깔았다.


    그 전까지 나는 무당들이 하는 소리들은 뻔한 이야기들을 찔러가며 역으로 정보를 얻어 사람을 속이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나는 이 늙은 여자에게 내가 흉가에 다녀왔다는 것, 그리고 내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무당은 모든 걸 알고서 내게 화를 내고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이 상황이 내가 생각하던 것만큼 가벼운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자세한 사정은 아직 이해하지 못했으나, 내 잘못으로 내 주위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나는 무당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제, 제가 뭐 어떻게 해야 돼요?"


     "그래, 해결을 해도 니가 해야지. 니 친구들 중에서는 다른 무당도 찾아 가믄서 난리를 치고 있을랑가 모르겠는데, 가들이 그래 난리를 쳐 봐야 아무 소용 없다. 지들한테 원한이 있는 게 아니거든."



    무당은 점점 내게 죄책감을 싣고 있었다. 네 실수를 확실히 느껴 보라는 듯, 내 잘못을 계속해서 들춰냈다.

    나는 그에 따라 점점 마음이 조급해지고, 또 한면으로는 무거워져 갔다.



     "일단 니가 다시 그 집으로 찾아 들어가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참고 넘어갔던 다른 사내놈들까지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있으이까. 다만 그 집을 찾아가기는 해야 한다."



    모순적인 그 말에 나는 당황하여 되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찾아는 가는데 찾아가면 안 된다고요?"


     "집 가까이는 가지 말란 소리다. 그 집 근처까지만 가면 된다. 거기까지 다시 찾아가는 최소한의 성의는 당연히 보여야 된다는 소리다."



    우리 동네에서 굿이고 뭐고 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 뜻이었다. 영덕 흉가로 가되, 너무 가까이는 가지 말고 그 근처까지는 갈 것. 그것이 무당이 첫째로 내건 이야기였다.



     "니 생각에야 그냥 찾아가서 둘러보고 놀다 온 거겠지만 귀신들한테는 그게 아이다. 양기라는 기 애초에 살아 있는 기운이다. 죽어서 그 자리에 떠도는 아들한테 찾아가서 니 살아 있고 기운 팔팔하다고 자랑하듯이 들어가서 지들 자리를 잠시라도 빼앗아서 밀어내기까지 했으니 그건 그 집에서 다른 놈이 침을 뱉고 지랄을 하는 것보다 더 심한 기다."



    무당의 설명에 뒷목이 뻣뻣하게 굳는 듯 했다. 그저 잠깐 들러서 돌아다녔을 뿐인 행동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 일이었다니.

    그 설명을 듣기 전에는, 내가 지하실에서 했던 장난이 문제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 장난은, 나의 흉가 방문 자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나는 위험한 짓을 한 것이었다.


    무당은 마구 혀를 차며 몇 분간 화를 낸 후에야 내게 내가 어찌 해야할지를 알려 주었다.



     "아까 말했던 대로 그 근처까지만 가기라. 그냥 그 집이 완전히 보일 정도까지만. 그 이상 가까이 가믄 안 된다."



    상당히 두루뭉술한 말이었지만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때 같았으먼은 굿을 하면 좋겠지만은 그런 집에서는 굿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니 홀몸으로 사죄를 구해야 된다. 가까이 가서, 절을 하면서 니 진심으로 사죄를 해라."


     "절만 하면 되나요……?"


     "그냥 절이 아니다. 니 진심으로 큰 소리로 쩌렁쩌렁 울릴 맨치로 사죄의 말을 올리면서 수십 번이고 수백 번이고 절을 해야 한다. 머리를 바닥에 찧을 정도로 시게 절을 해야 할끼다."



    무시무시한 말이었지만 나는 따지기는 커녕 아무런 거부감도 들지 않았다. 내 실수로 말미암아 생긴 내 잘못이니 당연히 해야 될 일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일단 귀신에게 올리는 절이니 음식이랑 술도 있어야 할기다. 거창한 거 들고 갈 생각은 마라. 그냥 제삿상에 올리는 과일이랑 술만 가져가그라. 술잔도 들고 가서 기본적인 제사 흉내는 내고 온나. 그렇다고 향 피우고 초 키고 하라는 기 아니다. 그냥 과일이랑 술만 올리고 니 성의껏 절 드리고 오그라."



    무당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자친구의 손을 꼭 붙잡았다.

    무당은 이런 이야기를 해 준 이상 얼마가 됐던 복채를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내 돈을 받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일단 여자친구에게서 대충 천 원 한 장을 받아갔다.

    여자친구는 옆에서 아무 말도 없이 내 팔만 붙들고 있다가, 무당이 등을 돌려 무당집을 향해 돌아가는 걸 본 뒤에야 내게 말을 꺼냈다.



     "갈 거야?"


     "그래야지……. 그래야 한다는데."


     "학교는 어쩌고?"


     "학교가 문제가. 니랑 아시끼들한테 해코지 한다 카는데."



    여자친구는 걱정스러운 듯 이것저것을 물어 보았으나 나를 말리지는 않았다. 흉가에 들어가지는 않고서 사죄의 절만 올리고 오는 것이니 말릴 구실이 없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매일 가위에 눌리는 공포도 나를 말리지 못하는 데에 한몫 했을 테고.


    나는 부모님께는 또 다시 독서실에서 밤을 샌다고 거짓말을 했다. 처음 흉가에 갈 때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두 번째로 갈 때에는 부모님께 이렇게 거짓말을 하고서 흉가로 가서 내 잘못을 사죄 드리러 간다고 생각하니 부모님께 죄송스러웠고 가슴 깊숙이 죄책감이 피어올랐다.

    다음날 아침, 나는 바로 영덕으로 향할 채비를 마쳤다. 학교에는 몸이 좀처럼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했다.

    내가 아무리 선생님들과 친하게 지내고 꽤 신임을 얻으며 지내는 녀석이라지만, 이틀이나 연속으로 쉬게 되면 의심을 해서든 걱정을 해서든 학교에서는 집으로 전화를 해 볼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그런 것을 겁내서 주말로 시간을 더 미룰 수는 없었다.


    과일은 아무데서나 사도 괜찮았지만, 미성년자가 술을 살 때에는 꽤 한정적인 조건이 붙었다.

    아무리 제삿술을 산다고 해도, 일단 그게 다 청주다 보니 가까운 슈퍼에서는 모두 민증을 요구했다.

    오늘이 제사라 심부름을 나온 것이라 해 봐도 넘어가 주진 않았다.

    민증 검사를 하지 않고 술을 파는 곳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가 여는 그 작은 슈퍼는 아침 일찍 문을 열지 않았다.


    결국 나는 오전 중의 시간을 모두 날려 버렸다.

    사과 하나와 술, 종이컵을 사들고 버스에 타 영덕에 도착하고 나니, 시간은 저녁 때가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가 고파왔지만, 그런 걸 챙기고 있을 시간적 여유도, 금전적 여유도, 심리적 여유도 없었다.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는, 흉가로 가는 버스와 길을 애써 떠올리며 간신히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해가 산머리에 걸쳐진 뒤였다.


    나는 무턱대고 언덕을 올랐다. 건물이 완전히 보여야 한다고 했다.

    정확한 거리의 기준이 없었기에, 나는 무당집에 가다가 무당이 뛰쳐나온 그 거리에서 조금 여유를 두는 식으로 거리를 정하였다.

    흉가와는 조금 떨어진, 마당 바깥쪽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멈춰선 나는 가방을 열어 과일과 술, 종이컵을 꺼내고는 두 무릎을 땅에 대었다.


    제사 때마다 아버지께서 하던 것을 봐 왔던 덕에 내가 뭘 해야할지 헷갈리지는 않았다.

    다른 음식이나 초, 향 등 제대로 된 준비물이 전혀 없었기에 내가 챙겨야 할 것은 술이었다.

    혼자서 종이컵에 술을 따라 세 번 돌린 뒤 사과 옆에 컵을 내려놓고서 절을 했다.

    그리고 이마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한 나는 큰 소리로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 달라느니 잘 모르고 그랬다느니 하는 다른 말들은 떠오르지도 않고,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외쳐댔다. 한참을 그렇게 소리치다가 나는 시간이 꽤 지났음을 깨닫고는 종이컵에 담겨 있던 술을 주위에 뿌리고는 다시 술을 채우고 재차 머리를 바닥에 쳐박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힘이 빠져 아까처럼 크게 소리를 치지는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끊임없이 죄송하다는 말을 중얼였다.

    생각이 날 때마다 술잔을 비우고 다시 채우며, 몇 시간인지도 모를 만큼 그렇게 바닥에 고개를 쳐박고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많은 차 중에서는 나를 보고 귀신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술을 따를 때 외에는 거의 움직이지도 않으며 계속 그 상태로 시간을 지샜다.


    어느덧 술병이 바닥을 보였을 때는 하늘에 푸르슴한 기운이 감돌며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마지막 술잔을 주위로 뿌린 나는 앞에 두었던 사과를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옮겨두고는 마지막으로 절을 두 번 하고서 언덕을 내려왔다.

    이걸로 된 걸까, 아니면 부족한 걸까. 부족하다면 얼마나 더 와야 하는 걸까. 하지만 안 올 수도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언덕을 내려와 휴대폰을 열어 보니 수십 통의 부재전화와 문자가 와 있었다. 어머니였다. 늦은 밤에도 부재전화는 꾸준히 기록돼 있었다.


    학교에서 연락을 했던 모양이었다. 밤새 연락도 안 되고 소재도 알 수 없는 아들 걱정에 밤을 지샜을 어머니 생각에 다시 고개가 푹 숙여졌다.

    지금 들어간다는 문자를 보내고서 버스에 올라탔다. 좌석에 앉자마자 전신의 피로가 나를 깔아뭉개듯 쏟아지며 금새 잠에 빠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이미 우리 시에 도착한 뒤였다. 불러도 깨지 않는 나를 버스 기사분이 흔들어 깨우고 나서야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들었다. 단 하루를 지샜을 뿐인데도 너무나 피곤했다.

    온 몸의 뼈가 녹슨 쇳덩이가 된 것처럼 삐걱거렸다. 등이 쑤셔오고 팔이 아파왔다.

    종일 바닥에 대고 있느라 까지고 피가 나는 무릎과 손바닥, 이마보다도 그게 더 고통스러웠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보인 것은 거실에서 화가 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어머니였다.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어머니는 나보다도 더 피곤해 보였다.



     "어디 갔다 왔노."



    평소와는 달리 조금 쉰 듯한 목소리로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어제랑 그저께 학교 안 갔었나."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잠시 말씀이 없으시다가 곧 다시 입을 여셨다.



     "뭐 때문에 그랬는데."


     "그냥……. 제가 잘못한 게 있어서 제가 수습했어야 됐어요. 죄송해요, 엄마."



    그 말을 들은 어머니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나는 죄책감에 짓눌려 질식할 것만 같았다.



     "엄마한테 말하고 가면 안 됐나? 꼭 그래 억지로 둘러대고 엄마 모르게 가야 됐나?"


     "……죄송해요."



    어머니에게도, 입에 붙은 듯한 그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한참을 말씀이 없으시더니, 뺨 위에 흐르던 눈물을 훔쳐내시며 고개를 돌리고는 말씀하셨다.



     "씻고 들어가서 자라."



    나는 아무런 말씀도 드리지 못했다. 그저 어머니 말씀대로 몸을 씻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전날 아침에 헐레벌떡 뛰쳐나올 때는 엉망진창이었던 이불이 평소처럼 깔끔하게 정리돼 있는 걸 보자니 또 어머니께 죄송스러워졌다.

    그러나 극도의 피곤함은 그 죄송스러움도 무색하게 곧바로 나를 잠에 빠지게 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한 일은,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가위에 눌리진 않았는지 물어 보는 것이었다.

    전날에 한 일 덕인 것인지 여자친구가 날 안심시키려고 한 거짓말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때 여자친구는 가위에 눌리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학교에 가서도 나는 친구들에게 전날 밤에 가위에 눌렸느냐고 물어 보았다.

    다들 가위에 눌리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 처녀귀신을 꿈에서 봤다는 친구가 하나 있긴 했으나, 가위에 눌리지는 않았다.


    내가 흉가에 재차 찾아간 것이 전날 저녁때부터였고, 그 자리를 뜬 게 그날 새벽이었기에 당장에 효과가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날부터는 그 여자에게 가위를 눌리는 친구는 없었다.

    간혹 가위에 눌렸다고 이야기하는 친구가 있긴 했으나, 원래부터 가위에 잘 눌리는 친구였고, 그때 목을 졸라댔다던 그 여자는 나오지 않고 그저 평범히 몸이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 가위였다고 했다.


    다행히 한 번에 용서를 받아낸 건지 잘 해결되긴 했으나, 아직도 가끔 그때의 그 난리와 고생이 떠오르곤 한다.

    그저 장난일 뿐인 작은 행동이 내가 아닌 내 주윗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 지금 생각해 봐도 내가 고생하는 것보다 훨씬 끔찍한 일이다.


    내 경우엔 그 정도가 심한 편이지만, 귀신이나 그런 면 쪽으로 전혀 관련이 없다 할 체질인 사람은 어딜 가나 많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체질이라고 해서, 흉가라던지 묘지 같은 곳에서 함부로 찾아가 괜한 짓을 하는 것을 나는 추천하지 않는다.

    본인은 그런 것에 면역이 있을지 몰라도, 귀신이 해코지를 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꼭 알아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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