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ed src="http://player.bgmstore.net/8rEIC" allowscriptaccess="always" allowfullscreen="true" width="422" height="180" allowNetworking="internal"></embed><br><a target="_blank" href="http://bgmstore.net/view/8rEIC" target="_blank">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8rEIC</a> <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왜 정작 흉가에 다녀온 나는 아무런 이상 없이 일상처럼 지내고 있는데, 내 가까운 사람들이 귀신을 보고 가위를 눌릴까. 그런 고민을 하며 흉가를 같이 다녀온 그 친구에게 문자로 혹시 가위 눌리고 그런 건 없냐고 물어 봤지만, 그 친구는 여전히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답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그저 우연일 거라 생각하며 일주일을 보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그러나 점점 시간이 갈수록 가위에 눌리는 친구가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고, 여자친구는 점점 더 힘들어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상황은 나아질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나는 어쩔 수 없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무속인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무속인을 무시하고 깔보며 흉가에 다녀오기까지 했으나, 이런 일이 막상 닥치고 나니 자연스레 그쪽에 의지하게 됐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아직 어린 고등학생 커플이 무당을 찾아가는 건 흔한 일은 아닐 것이었다. 그런 일을 부모님께 말씀 드리기에도 꺼려졌고, 부모님도 내가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이 가위에 눌린다고 이야기를 해 봐야 이해해 주시지 않을 것이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사기로 등쳐먹는 무당들도 많다는 걸 입소문으로 많이 들어 봤었기에 나는 인터넷을 뒤져가며 우리 지역 내에서 이름 있는 무속인을 찾았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내 생각으로는 완전 산골 깊숙히 자리하고 또 사람도 별로 없고 그럴 줄 알았는데, 용한 무당이라 그런지 순서를 기다리기까지 해야 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또, 생각보다 멀리 있지는 않았다. 물론 도심지를 벗어난 곳에 있긴 했으나, 그렇게 구석진 곳에 있지는 않았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그리고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다. 우리 둘은 여름방학 말에 주는 일주일간의 진짜 방학에 놀러가기 위해 준비해 뒀던 돈을 쓰기로 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그러나 그 돈을 쓸 일은 없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전화로 예약을 했었고, 우리가 찾아가기로 한 날짜가 되어 그날 선생님께 잘 말씀을 드려서 부모님 몰래 학교를 쉬고서 여자친구와 함께 그곳을 찾아갔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그러나 그 집 안에 들어서기도 전에 집안에서 사람이 나왔다. 복장을 보자마자 그 사람이 그 무당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그리고 다짜고짜 뺨을 맞았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어안이 벙벙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왜 맞았을까 싶었지만 무당이 갑자기 이렇게 나오니 겁이 나기도 했다. 여자친구는 무당이 내 뺨을 때리며 무섭게 나를 노려보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니, 어디 큰일날라고 여까지 찾아오고 있노?"</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무당이 내뱉은 첫마디였다. 전화로 예약할 땐 오라고 해 놓고는 막상 가려니 밖으로 뛰쳐나와 뺨을 때리며 그렇게 말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저, 예약하고 왔는데요……."</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처음엔 내가 어린 학생이라, 어린 녀석이 어디 이런 곳을 찾아다니느냐는 소린 줄만 알았다. 사복을 입긴 했으나 우리 둘에게선 아직 어린 티가 확연히 드러났으니까.</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그러나 그 다음 무당이 한 말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니, 어릴 때 부모님이 그런 거 안 알아 주더나? 니는 이런 곳에 함부로 오면 안 된다고."</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무당은 나를 계속해서 무당집에서 먼 곳으로 데리고 나가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무당은 화를 내며 내게 소리쳤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니는 양기가 넘칠만치 많아서 귀신 있는 곳에 함부로 오면 안 된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 일단 고개를 끄덕이만 했다. 여자친구는 화를 내는 무당에게 괜히 겁을 먹었는지 내 팔을 꽉 붙잡기 시작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니가 무당집에 들어오면 거기 귀신들은 물론이고 장군님까지 자리를 비켜야 한단 말이다. 그게 그걸로 끝나는 줄 아나? 귀신들은 뭐 가만히 있는 줄 아나?"</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그쯤되니 무당이 하고 있는 얘기가 조금씩 이해가 갔다. 요점은, 내가 양기가 많은 사람이라 무당집에 들어가면 그곳의 귀신들이 자리에서 쫓겨난다는 얘기였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무당이 화를 내며 집밖으로 뛰쳐나온 이유가 그것이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무당은 내 여자친구를 흘끗 보고는 혀를 차며 내게 말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근데 니가 멋대로 귀신 터에 기어들어가니까, 그 쫓겨났던 귀신이 니 주위사람한테 들러붙어서 해코지하는 거 아니가. 니한테는 못하니까."</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갑자기 핵심을 찔러오는 무당의 말에 나는 당황하여 말을 하지 못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친구들과 여자친구는 괜찮을 것인지, 어떻게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를 묻고 싶었으나 무당은 바로 말을 이으며 내게 윽박질렀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사내 귀신들은 원래부터 그 자리에서 마음잡고 나라 위해 죽었던 귀신들이라 니 쫓아서 따라오지는 않았다. 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당장에 니 죽이고 싶어하지만 니를 어찌 못하니까 그냥 참고 있는기라. 허지만 그 사내 귀신들 말고 거서 죽은 처녀 귀신이 니 뒤를 쫓아서 온 기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또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무당의 불친절한 일방적인 설명에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사내 귀신들은 뭐고 날 따라왔다는 처녀 귀신은 뭐란 말인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껴졌으나, 내게 무당의 말을 끊고 자세히 물어 볼 용기는 없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무당은 여전히 격양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니 쫓아 와서, 니가 만나서 살갑게 지내는 사람들만 골라가 밤마다 지랄을 해쌌는데, 니는 뭐 잘했다고 편하게 퍼질러 자고 있노. 그러고도 니가 사람이가!"</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마치 자신이 해를 당한 것처럼 무당은 크게 화를 냈다. 내 탓에 내 친구들은 고생하고 있는데, 나는 그것도 모른 채 편하게 지내왔음을 꾸짖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나는 그제야 죄책감이 들어 눈을 내리깔았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그 전까지 나는 무당들이 하는 소리들은 뻔한 이야기들을 찔러가며 역으로 정보를 얻어 사람을 속이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하지만 나는 이 늙은 여자에게 내가 흉가에 다녀왔다는 것, 그리고 내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그런데도 무당은 모든 걸 알고서 내게 화를 내고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이 상황이 내가 생각하던 것만큼 가벼운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자세한 사정은 아직 이해하지 못했으나, 내 잘못으로 내 주위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나는 무당에게 다급하게 말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제, 제가 뭐 어떻게 해야 돼요?"</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그래, 해결을 해도 니가 해야지. 니 친구들 중에서는 다른 무당도 찾아 가믄서 난리를 치고 있을랑가 모르겠는데, 가들이 그래 난리를 쳐 봐야 아무 소용 없다. 지들한테 원한이 있는 게 아니거든."</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무당은 점점 내게 죄책감을 싣고 있었다. 네 실수를 확실히 느껴 보라는 듯, 내 잘못을 계속해서 들춰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나는 그에 따라 점점 마음이 조급해지고, 또 한면으로는 무거워져 갔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일단 니가 다시 그 집으로 찾아 들어가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참고 넘어갔던 다른 사내놈들까지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있으이까. 다만 그 집을 찾아가기는 해야 한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모순적인 그 말에 나는 당황하여 되물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그게 무슨 소리예요? 찾아는 가는데 찾아가면 안 된다고요?"</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집 가까이는 가지 말란 소리다. 그 집 근처까지만 가면 된다. 거기까지 다시 찾아가는 최소한의 성의는 당연히 보여야 된다는 소리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우리 동네에서 굿이고 뭐고 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 뜻이었다. 영덕 흉가로 가되, 너무 가까이는 가지 말고 그 근처까지는 갈 것. 그것이 무당이 첫째로 내건 이야기였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니 생각에야 그냥 찾아가서 둘러보고 놀다 온 거겠지만 귀신들한테는 그게 아이다. 양기라는 기 애초에 살아 있는 기운이다. 죽어서 그 자리에 떠도는 아들한테 찾아가서 니 살아 있고 기운 팔팔하다고 자랑하듯이 들어가서 지들 자리를 잠시라도 빼앗아서 밀어내기까지 했으니 그건 그 집에서 다른 놈이 침을 뱉고 지랄을 하는 것보다 더 심한 기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무당의 설명에 뒷목이 뻣뻣하게 굳는 듯 했다. 그저 잠깐 들러서 돌아다녔을 뿐인 행동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 일이었다니.</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그 설명을 듣기 전에는, 내가 지하실에서 했던 장난이 문제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그 장난은, 나의 흉가 방문 자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나는 위험한 짓을 한 것이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무당은 마구 혀를 차며 몇 분간 화를 낸 후에야 내게 내가 어찌 해야할지를 알려 주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아까 말했던 대로 그 근처까지만 가기라. 그냥 그 집이 완전히 보일 정도까지만. 그 이상 가까이 가믄 안 된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상당히 두루뭉술한 말이었지만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다른 때 같았으먼은 굿을 하면 좋겠지만은 그런 집에서는 굿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니 홀몸으로 사죄를 구해야 된다. 가까이 가서, 절을 하면서 니 진심으로 사죄를 해라."</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절만 하면 되나요……?"</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그냥 절이 아니다. 니 진심으로 큰 소리로 쩌렁쩌렁 울릴 맨치로 사죄의 말을 올리면서 수십 번이고 수백 번이고 절을 해야 한다. 머리를 바닥에 찧을 정도로 시게 절을 해야 할끼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무시무시한 말이었지만 나는 따지기는 커녕 아무런 거부감도 들지 않았다. 내 실수로 말미암아 생긴 내 잘못이니 당연히 해야 될 일처럼 느껴졌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그리고 일단 귀신에게 올리는 절이니 음식이랑 술도 있어야 할기다. 거창한 거 들고 갈 생각은 마라. 그냥 제삿상에 올리는 과일이랑 술만 가져가그라. 술잔도 들고 가서 기본적인 제사 흉내는 내고 온나. 그렇다고 향 피우고 초 키고 하라는 기 아니다. 그냥 과일이랑 술만 올리고 니 성의껏 절 드리고 오그라."</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무당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자친구의 손을 꼭 붙잡았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무당은 이런 이야기를 해 준 이상 얼마가 됐던 복채를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내 돈을 받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일단 여자친구에게서 대충 천 원 한 장을 받아갔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여자친구는 옆에서 아무 말도 없이 내 팔만 붙들고 있다가, 무당이 등을 돌려 무당집을 향해 돌아가는 걸 본 뒤에야 내게 말을 꺼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갈 거야?"</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그래야지……. 그래야 한다는데."</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학교는 어쩌고?"</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학교가 문제가. 니랑 아시끼들한테 해코지 한다 카는데."</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여자친구는 걱정스러운 듯 이것저것을 물어 보았으나 나를 말리지는 않았다. 흉가에 들어가지는 않고서 사죄의 절만 올리고 오는 것이니 말릴 구실이 없어서였을 것이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그리고 매일 가위에 눌리는 공포도 나를 말리지 못하는 데에 한몫 했을 테고.</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나는 부모님께는 또 다시 독서실에서 밤을 샌다고 거짓말을 했다. 처음 흉가에 갈 때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두 번째로 갈 때에는 부모님께 이렇게 거짓말을 하고서 흉가로 가서 내 잘못을 사죄 드리러 간다고 생각하니 부모님께 죄송스러웠고 가슴 깊숙이 죄책감이 피어올랐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다음날 아침, 나는 바로 영덕으로 향할 채비를 마쳤다. 학교에는 몸이 좀처럼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내가 아무리 선생님들과 친하게 지내고 꽤 신임을 얻으며 지내는 녀석이라지만, 이틀이나 연속으로 쉬게 되면 의심을 해서든 걱정을 해서든 학교에서는 집으로 전화를 해 볼 가능성이 컸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그러나 그런 것을 겁내서 주말로 시간을 더 미룰 수는 없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과일은 아무데서나 사도 괜찮았지만, 미성년자가 술을 살 때에는 꽤 한정적인 조건이 붙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아무리 제삿술을 산다고 해도, 일단 그게 다 청주다 보니 가까운 슈퍼에서는 모두 민증을 요구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오늘이 제사라 심부름을 나온 것이라 해 봐도 넘어가 주진 않았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민증 검사를 하지 않고 술을 파는 곳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가 여는 그 작은 슈퍼는 아침 일찍 문을 열지 않았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결국 나는 오전 중의 시간을 모두 날려 버렸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사과 하나와 술, 종이컵을 사들고 버스에 타 영덕에 도착하고 나니, 시간은 저녁 때가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가 고파왔지만, 그런 걸 챙기고 있을 시간적 여유도, 금전적 여유도, 심리적 여유도 없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는, 흉가로 가는 버스와 길을 애써 떠올리며 간신히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해가 산머리에 걸쳐진 뒤였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나는 무턱대고 언덕을 올랐다. 건물이 완전히 보여야 한다고 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정확한 거리의 기준이 없었기에, 나는 무당집에 가다가 무당이 뛰쳐나온 그 거리에서 조금 여유를 두는 식으로 거리를 정하였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흉가와는 조금 떨어진, 마당 바깥쪽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멈춰선 나는 가방을 열어 과일과 술, 종이컵을 꺼내고는 두 무릎을 땅에 대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제사 때마다 아버지께서 하던 것을 봐 왔던 덕에 내가 뭘 해야할지 헷갈리지는 않았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다른 음식이나 초, 향 등 제대로 된 준비물이 전혀 없었기에 내가 챙겨야 할 것은 술이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혼자서 종이컵에 술을 따라 세 번 돌린 뒤 사과 옆에 컵을 내려놓고서 절을 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그리고 이마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한 나는 큰 소리로 소리쳤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용서해 달라느니 잘 모르고 그랬다느니 하는 다른 말들은 떠오르지도 않고,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외쳐댔다. 한참을 그렇게 소리치다가 나는 시간이 꽤 지났음을 깨닫고는 종이컵에 담겨 있던 술을 주위에 뿌리고는 다시 술을 채우고 재차 머리를 바닥에 쳐박았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힘이 빠져 아까처럼 크게 소리를 치지는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끊임없이 죄송하다는 말을 중얼였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생각이 날 때마다 술잔을 비우고 다시 채우며, 몇 시간인지도 모를 만큼 그렇게 바닥에 고개를 쳐박고 있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그때 지나가던 많은 차 중에서는 나를 보고 귀신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술을 따를 때 외에는 거의 움직이지도 않으며 계속 그 상태로 시간을 지샜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어느덧 술병이 바닥을 보였을 때는 하늘에 푸르슴한 기운이 감돌며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마지막 술잔을 주위로 뿌린 나는 앞에 두었던 사과를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옮겨두고는 마지막으로 절을 두 번 하고서 언덕을 내려왔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이걸로 된 걸까, 아니면 부족한 걸까. 부족하다면 얼마나 더 와야 하는 걸까. 하지만 안 올 수도 없겠지.</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그런 생각을 하며 언덕을 내려와 휴대폰을 열어 보니 수십 통의 부재전화와 문자가 와 있었다. 어머니였다. 늦은 밤에도 부재전화는 꾸준히 기록돼 있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학교에서 연락을 했던 모양이었다. 밤새 연락도 안 되고 소재도 알 수 없는 아들 걱정에 밤을 지샜을 어머니 생각에 다시 고개가 푹 숙여졌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지금 들어간다는 문자를 보내고서 버스에 올라탔다. 좌석에 앉자마자 전신의 피로가 나를 깔아뭉개듯 쏟아지며 금새 잠에 빠졌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이미 우리 시에 도착한 뒤였다. 불러도 깨지 않는 나를 버스 기사분이 흔들어 깨우고 나서야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눈을 뜨고 있기가 힘들었다. 단 하루를 지샜을 뿐인데도 너무나 피곤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온 몸의 뼈가 녹슨 쇳덩이가 된 것처럼 삐걱거렸다. 등이 쑤셔오고 팔이 아파왔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종일 바닥에 대고 있느라 까지고 피가 나는 무릎과 손바닥, 이마보다도 그게 더 고통스러웠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집에 도착하자 마자 보인 것은 거실에서 화가 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어머니였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어머니는 나보다도 더 피곤해 보였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어디 갔다 왔노."</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평소와는 달리 조금 쉰 듯한 목소리로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어제랑 그저께 학교 안 갔었나."</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는 잠시 말씀이 없으시다가 곧 다시 입을 여셨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뭐 때문에 그랬는데."</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그냥……. 제가 잘못한 게 있어서 제가 수습했어야 됐어요. 죄송해요, 엄마."</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그 말을 들은 어머니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나는 죄책감에 짓눌려 질식할 것만 같았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엄마한테 말하고 가면 안 됐나? 꼭 그래 억지로 둘러대고 엄마 모르게 가야 됐나?"</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죄송해요."</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어머니에게도, 입에 붙은 듯한 그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어머니는 한참을 말씀이 없으시더니, 뺨 위에 흐르던 눈물을 훔쳐내시며 고개를 돌리고는 말씀하셨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씻고 들어가서 자라."</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나는 아무런 말씀도 드리지 못했다. 그저 어머니 말씀대로 몸을 씻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전날 아침에 헐레벌떡 뛰쳐나올 때는 엉망진창이었던 이불이 평소처럼 깔끔하게 정리돼 있는 걸 보자니 또 어머니께 죄송스러워졌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그러나 극도의 피곤함은 그 죄송스러움도 무색하게 곧바로 나를 잠에 빠지게 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한 일은,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가위에 눌리진 않았는지 물어 보는 것이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전날에 한 일 덕인 것인지 여자친구가 날 안심시키려고 한 거짓말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때 여자친구는 가위에 눌리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학교에 가서도 나는 친구들에게 전날 밤에 가위에 눌렸느냐고 물어 보았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다들 가위에 눌리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 처녀귀신을 꿈에서 봤다는 친구가 하나 있긴 했으나, 가위에 눌리지는 않았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내가 흉가에 재차 찾아간 것이 전날 저녁때부터였고, 그 자리를 뜬 게 그날 새벽이었기에 당장에 효과가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날부터는 그 여자에게 가위를 눌리는 친구는 없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간혹 가위에 눌렸다고 이야기하는 친구가 있긴 했으나, 원래부터 가위에 잘 눌리는 친구였고, 그때 목을 졸라댔다던 그 여자는 나오지 않고 그저 평범히 몸이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 가위였다고 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다행히 한 번에 용서를 받아낸 건지 잘 해결되긴 했으나, 아직도 가끔 그때의 그 난리와 고생이 떠오르곤 한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그저 장난일 뿐인 작은 행동이 내가 아닌 내 주윗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 지금 생각해 봐도 내가 고생하는 것보다 훨씬 끔찍한 일이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br></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내 경우엔 그 정도가 심한 편이지만, 귀신이나 그런 면 쪽으로 전혀 관련이 없다 할 체질인 사람은 어딜 가나 많이 있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하지만 아무리 그런 체질이라고 해서, 흉가라던지 묘지 같은 곳에서 함부로 찾아가 괜한 짓을 하는 것을 나는 추천하지 않는다.</p><p style="line-height: 20px; font-family: gulim, 굴림; color: rgb(51, 51, 51);">본인은 그런 것에 면역이 있을지 몰라도, 귀신이 해코지를 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꼭 알아둬야 한다.</p><div><br></div><div>---------------------------------------------</div><div><br></div></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