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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618592
    작성자 : 선추천
    추천 : 34
    조회수 : 10001
    IP : 218.150.***.206
    댓글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1/29 14:10:52
    원글작성시간 : 2013/01/29 09:27:44
    http://todayhumor.com/?humorbest_618592 모바일
    펌)의대생과 채팅녀
    <TABLE class=read_cont_table> <TBODY> <TR> <TD style="HEIGHT: 18026px" class="tx-content-container read_cont_td"> <P>이건 정말 큰일이다. <BR><BR>초등학교 때, 엄마가 아끼던 200만 원 짜리 도자기를 깼을 때보다 더 <BR><BR>혼이 날 것 같다. <BR><BR>물론, 그 도자기보다 비싼 건 아니지만, 욕실에 나뒹굴고 있는 이 육 <BR><BR>체는 자칫하면 내 인생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 <BR><BR>어쩐지 너무 쉽게 모텔까지 데리고 오나 했는데, 사람일이란 새옹지마 <BR><BR>라고 말도 안 되는 일이 터져 버린 것이다. <BR><BR>엄마의 화난 얼굴과 이제 한 달 후면 결혼하게 될 나의 피앙세 <BR><BR>(fiance), 정화의 실망한 얼굴이 오버랩 되기 시작한다. <BR><BR><BR>두 시간 전, 채팅에서 만난 가출소녀와 20만원으로 밤을 같이 보내기 <BR><BR>로 하고, 약속장소로 갔다. <BR><BR>자동차의 히터를 틀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BR><BR>내 키 정도 되 보이는 훤칠한 여자애가 나타났다. <BR><BR>여자애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링 귀걸이를 하고 있었고, 그 <BR><BR>것이 더욱 그 애를 섹시하게 보이게 했다. <BR><BR>차에 여자애가 타자마자, 요즘 성업중인 신도시 주변의 모텔들을 찾았 <BR><BR>지만, 룸이 없어 한참이나 헤맨 후, 허름한 '파라다이스'라는 이름의 <BR><BR>모텔 203호로 들어왔다. <BR><BR>그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먼저 샤워한다며 욕실로 들어간 애가 한 시 <BR><BR>간이 넘어도 나오지 않아 들어가 봤더니,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BR><BR>게 아닌가. <BR><BR>인공호흡도 10분이나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의학도인 내가 보았 <BR><BR>을 때, 완전한 사망이었다. <BR><BR>전혀 가망이 없는... 사인은 후두골(後頭骨) 함몰로 인한 뇌진탕으로 <BR><BR>보였다. 바닥에 미끄러져 세면대에 부딪친 것 같았다. <BR><BR>뭔가 소리가 났겠지만, 난 그 때 방에서 한창 에로비디오를 보느라 정 <BR><BR>신이 없었다. <BR><BR>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욕실 바닥에 주저앉아 이 이름도 모르는 여자 <BR><BR>애의 시체를 망연히 바라보고 있다. <BR><BR>처음엔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애는 미성년자다. <BR><BR>그렇지 않아도 요즘 원조교제에 대해 말이 많은데, 큰 종합병원 원장 <BR><BR>의 아들인 의대생이 그랬다는 게 언론에라도 나오게 된다면, 내 앞날 <BR><BR>은 끝장이다. <BR><BR>그리고, 엄마는 얼마나 화를 낼 것인가, 금이야, 옥이야 키워놓은 아 <BR><BR>들이 이런 쓰레기와 밤을 보내려고 했다는 걸 아신다면... <BR><BR>생각만 해도 몸서리 쳐진다. 그리고, 정화.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 <BR><BR>이다. <BR><BR>결혼 준비가 착착 진행중인데, 신랑 될 사람인 내가 다른 여자랑 모텔 <BR><BR>에 들어왔다는 걸 안다면 우리의 혼사는 그걸로 끝장이다. <BR><BR>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하자, 생각을... 명석한 두뇌라면 누구에게 <BR><BR>도 지지 않는 내가 아닌가. <BR><BR>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BR><BR>욕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며, 30분쯤 고민하니, 흥분이 조금씩 가라앉 <BR><BR>기 시작했다. 생각을 정리해 보자. <BR><BR>우선, 이 파라다이스란 모텔의 위치는 신도시이다. 나를 아는 사람은 <BR><BR>아무도 없을 것이다. <BR><BR>초저녁이었지만, 인적도 드물었고, 내가 아는 주변 사람들 중에서는 <BR><BR>이 근처에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BR><BR>물론, 나와 이 여자애가 모텔로 들어서는 걸 본 사람이 있다. <BR><BR>모텔 프런트에 혼자 앉아있던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빨간 머리의 <BR><BR>20대 초반의 청년. <BR><BR>그 녀석도 잠시동안 나를 본 걸로 내 얼굴을 완전히 기억하지는 못할 <BR><BR>것이다. <BR><BR>그래, 달아나자. <BR><BR>이대로 시체를 두고 달아나 버리면 되는 일이다. 시체를 발견한다고 <BR><BR>해도 같이 투숙했던 나를 찾을 수 있을까? <BR><BR>잠시 동안 생각한 후 나온 대답은 '찾을 수 있다'였다. 난 빨간 머리 <BR><BR>에게 주차를 맡겼었다. <BR><BR>자동차 키를 건네주는 나에게 녀석은 분명 이렇게 말했다. <BR><BR>'와우, 저 빨간색 재규어가 정말 손님 차예요? 한 번 꼭 몰아보고 싶 <BR><BR>었는데.' <BR><BR>'조심해서 다뤄 줘요.' <BR><BR>'마음 푹 놓으세요.' <BR><BR>빨간 머리는 내 차를 기억하고 있다. 내가 왜 나의 귀중한 애마를 녀 <BR><BR>석에게 맡겼을까? 정말 땅을 치며 후회할 일이었다. <BR><BR>빨간 색의 재규어를 가지고 있는 20대 후반의 청년은 국내에 몇 명되 <BR><BR>지 않을 것이다. <BR><BR>지금 이대로 시체를 두고 달아난다면 분명 잡히고 말겠지. 다른 방법 <BR><BR>은 없을까? <BR><BR>그래, 업고 나가면 된다. <BR><BR>어디가 갑자기 아픈 것같이 해서 급하게 업고 나가면... 갑자기 우리 <BR><BR>클럽 멤버중의 한 명인 재찬이의 말이 떠올랐다. <BR><BR>작년 겨울인가, 재찬이가 여자를 꼬셔서, 러브호텔에 갔었는데, 그 <BR><BR>때, 그 여자애가 갑자기 복통을 일으켜서 급하게 응급실로 데리고 간 <BR><BR>적이 있다고 했다. <BR><BR>'와, 말도 마. 진땀 뺐다니까. 옷을 벗기고, 침대에 눕히는데, 갑자 <BR><BR>기 배를 잡고 뒹구는데, 환장하는 줄 알았어.' <BR><BR>'하하, 재미보러 갔다가 그게 웬 봉변이냐.' <BR><BR>'급하게 들쳐업고 모텔을 빠져 나오는데, 프런트에서 나를 막 붙잡는 <BR><BR>거야.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말이야. 나더러 주민등록증을 내 놓으 <BR><BR>라고.' <BR><BR>'아니, 왜?' <BR><BR>'생각해봐라. 그 여자애가 죽기라도 하면, 내가 죽였는지, 아니면 진 <BR><BR>짜 아파서 죽었는지 모르잖아. <BR><BR>모텔 같은 숙박업소에선 살인사건도 많이 일어나고, 도피중인 수배자 <BR><BR>들도 많아서 그런지 그런 경우엔 되게 민감하더라.' <BR><BR>재찬이를 곤경에 빠뜨렸던 여자는 분명, 재찬이의 등에서 신음도 하 <BR><BR>고, 꿈틀거렸을 것이다. <BR><BR>그런 경우에도 프런트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꼼짝도 하지 않는 여자 <BR><BR>를 업고 나가면 빨간 머리는 어떻게 할까? <BR><BR>모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남자의 등에 업혀 나가는 여자... 이것만큼 <BR><BR>이상한 광경도 없을 것이다. <BR><BR>희미하게 보이던 빛이 사라져 버렸다. 이대로 여기서 끝나는 것인가. <BR><BR>난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체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BR><BR>영화나 소설에서 보니까, 마법사들이나 주술사들이 시체를 소생시키 <BR><BR>는 마법을 쓰던데, 내게 지금 그런 힘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BR><BR>그러면, 이 시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면 되는데... <BR><BR>가만, 가만... 이거 흥미로운걸... <BR><BR>데리고는 못 나가지만, 가지고 나갈 순 있다. <BR><BR>그래, 어차피 이 여자는 지금 시체가 되어 있고, 시체란 건 결국 고깃 <BR><BR>덩어리하고 마찬가지다. <BR><BR>그럼, 가지고 나가면 된다. 난 시체의 허벅지와 팔을 만져 보았다. 마 <BR><BR>치 살아있는 사람의 근육과 같은 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BR><BR>목욕을 한다고 욕탕 안에 온수를 받아 놓아서 욕실의 온도가 따뜻해 <BR><BR>아직 체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BR><BR>누워 있는 시체를 돌려 등을 살펴보았다. 혈액응고가 시작되면 나타나 <BR><BR>기 시작하는 시반(屍班)도 보이지 않았다. <BR><BR>사후경직도, 혈액응고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나에겐 정말 큰 행운 <BR><BR>이다. 그리고, 나의 해부학 성적이 A 라는 것도. 열심히 공부하길 잘 <BR><BR>했다니까. <BR><BR>이 시체를 분해한 다음, 큰 가방에 담아 가지고 천연덕스럽게 나가면 <BR><BR>된다. <BR><BR>혹시 프런트에서 빨간 머리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BR><BR>'여자 분은요?' <BR><BR>이렇게 되면 곤란해진다. 이 모텔의 프런트는 현관의 정면에 위치해 <BR><BR>있고, 프런트의 눈을 피해 현관으로 나가는 건 불가능하다. <BR><BR>가지고 나간다는 것도 방법이 안 되었다. 결국, 이 큰 키의 시체가 일 <BR><BR>어나서, 성큼성큼 걸어 나가주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방법이 <BR><BR>없는 것이다. <BR><BR>큰 키... 큰 키... <BR><BR>난 거울을 한 번 보았다.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룸으 <BR><BR>로 들어가 모텔의 뒤쪽으로 나 있는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BR><BR>상가들만 좀 있을 뿐, 주택은 거의 없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내 <BR><BR>예상 대로다. <BR><BR>모텔이란 곳은 건물의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쓴다. 이 '파라다이스' <BR><BR>모텔도 마치 궁전같이 보이게 짓느라 벽돌을 돌출 시키게 하는 형식으 <BR><BR>로 지어져 있다. <BR><BR>내 머리 속은 퍼즐을 끼워 맞추듯 작전에 필요한 여러 조건을 검토하 <BR><BR>고 있었고, 결론은 이 시체를 걸어나가게 할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BR><BR>는 것이었다. <BR><BR>자, 그러자면 일단 수술도구들이 필요한데... 어떤 것들이 필요하지? <BR><BR>톱과 여러 크기의 칼들, 남자용 가방과 여자용 쌕 몇 개, 그리고, 쓰 <BR><BR>레기 봉지와 청테이프와 모자. 자, 그럼 모텔 탈출 작전을 시작하자. <BR><BR>준비는 끝났다. 상점들이 서서히 문이 닫기 시작하는 시내를 정신 없 <BR><BR>이 돌아다녀, 겨우 장만할 수 있었다. <BR><BR>난 정말 천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기쁨보다도 더 나를 휘감 <BR><BR>고 있는 건 이대로 달아나고 싶다는 욕망이다. <BR><BR>저 모텔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약해지는 의지를 붙잡았던 <BR><BR>건, 해부학 첫 시간, 교수님이 해 주셨던 이야기였다. <BR><BR>'의사는 인간이 아니다. 의사는 강철이다.' <BR><BR>그래, 나에게는 강철과 같은 의지가 있다. 이대로 달아난다면 난 평 <BR><BR>생 파렴치한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야 할 것이다. <BR><BR>고작 이런 일로 핑크빛 미래를 어둡게 할 수는 없다. 난 당당하게 파 <BR><BR>라다이스 안으로 들어섰다. <BR><BR>프런트 안에 있는 빨간 머리가 나를 보았다. 난 내 한 쪽 어깨에 들려 <BR><BR>져 있는 좀 크다 싶은 쌕에 대해 녀석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뭇 궁 <BR><BR>금했다. <BR><BR>이 쌕 안에는 여자용 쌕이 들어가 있고, 그 안에는 다른 도구들이 들 <BR><BR>어가 있다. <BR><BR>키를 건네준 녀석은 도로 프런트에 있는 TV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 <BR><BR>내 예상은 들어맞았다. <BR><BR>내가 왜 이런 걱정을 하느냐 하면, 모텔 같은 데서는 손님이 무거운 <BR><BR>짐을 가지고 있으면 들어 주려고 할 수가 있다. <BR><BR>하지만, 빨간 머리는 이 정도 크기의 짐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BR><BR>룸으로 돌아온 나는 바삐 욕실로 들어갔다. <BR><BR>사람이란 참 간사한 생물이다. 욕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난 시체가 없 <BR><BR>었으면 하는 어린아이 같은 상상을 했다. <BR><BR>하지만, 시체는 그 모습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쓰러져 있었 <BR><BR>다. 그래, 현실은 받아들여야지. 난 작업에 착수했다. <BR><BR>욕실 안에서 작업에 필요 없는 모든 것들을 룸으로 옮겼다. 뭐, 비누 <BR><BR>나 휴지, 샴푸, 타월, 어느 욕실에나 있는 그런 것들을 말이다. <BR><BR>그리고, 옷을 모두 벗은 채, 여자애가 하고 있던 브래지어로 시체의 <BR><BR>양 발목을 단단히 묶었다. <BR><BR>그리고, 시체를 물구나무 세운 뒤, 발목에 묶여있는 매듭을 욕실 벽 <BR><BR>의 옷걸이에 걸었다. 옷걸이의 높이가 낮아서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었 <BR><BR>지만, 그런 대로 만족할 만했다. <BR><BR>서서히 경직되기 시작한 무거운 시체를 거꾸로 세우는 것은 생각보다 <BR><BR>힘든 일이었다. 어차피, 좀 기다려야 하니까, 여유 있게 앉아서 담배 <BR><BR>나 태우자. <BR><BR>담배 두 대를 태운 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BR><BR>우선, 온수를 틀었다.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BR><BR>우선, 온도의 문제. 어쨌든 시체가 경직이 되면 작업이 힘들어질 것이 <BR><BR>다. <BR><BR>두 번째는, 소리의 문제. 방음시설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BR><BR>돌다리도 두들겨 가며 건너야 할 때니까. <BR><BR>세 번째는, 뒤처리의 문제다. 욕실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으면 습도 <BR><BR>가 높아 피나 오물이 튀어도 쉽게 응고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밑 <BR><BR>준비는 모두 끝났다. <BR><BR>나는 톱을 들었다. <BR><BR>이런 젠장,... 이제 와서 손이 떨리다니... <BR><BR>해부학 시간이라고 생각하자. 지금은 해부학 시간이다. <BR><BR>하지만, 떨림은 좀처럼 멈추려 하지 않았다. 그래, 엄마와 정화를 생 <BR><BR>각하자. <BR><BR>엄마의 화난 얼굴과 정화의 실망한 얼굴을... 나는 시체의 몸에서 목 <BR><BR>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BR><BR>도대체 지금이 몇 시지? <BR><BR>새벽 세 시. 피비린내와 배설물의 냄새를 맡으며, 이 곳에서 다섯 시 <BR><BR>간이나 있었구나. <BR><BR>내 온몸은 피와 오물로 가득했다. 어서 빨리 끝내고 목욕이나 했으면 <BR><BR>좋겠다. 우선은 좀 쉬자. <BR><BR>내가 지금까지 도대체 뭘 했지? 시체의 머리는 미장원에 있는 가발 마 <BR><BR>네킹처럼 세면대 위에 잘 모셔 놓았고, 그 뒤에 어깨와 대퇴부에 있 <BR><BR>는 경동맥에서 피를 대충 뽑아냈다. <BR><BR>부피를 최대한 줄여야 하니까... 그리고, 지금 욕실 바닥엔 인간의 것 <BR><BR>이라고 볼 수 없는 고깃덩이와 뼈들이 늘어져 있다. <BR><BR>자꾸 바닥이 미끌거려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자칫하면 여자애가 <BR><BR>그랬듯, 내가 뇌진탕으로 죽었을 지도 모른다. <BR><BR>자, 다시 시작하자. 난 피로 물들어 있는 커터를 들었다. 그리고, 얌 <BR><BR>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머리를 집었고, 두피를 벗기기 시작했다. <BR><BR>어깨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 하긴, 10kg이 넘는 쓰레기 봉지를 수백 <BR><BR>바퀴는 돌렸으니... <BR><BR>뼈는 의외로 차지하는 부피가 적다. 문제는 피와 수분을 잔뜩 머금고 <BR><BR>있는 내장들. <BR><BR>구멍을 뚫은 쓰레기 봉지에 그것들을 넣고 쥐불놀이를 하듯이 돌린 탓 <BR><BR>에 욕실의 천장이고, 바닥이고 할 것 없이 온통 피가 튀었다. <BR><BR>원심력의 원리를 이용한 인간탈수기가 된 것이다. 진짜 탈수기가 있었 <BR><BR>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기야, 탈수기가 있었다고 해도 이런 것들을 <BR><BR>넣고 돌릴 순 없는 일이지. <BR><BR>나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두 개의 쌕에 들어가기에는 부피 <BR><BR>가 커 보인다. <BR><BR>피나 오물들은 배수구나 화장실 변기에 쏟아 버리면 그만이지만, 내장 <BR><BR>은 그럴 수도 없다. <BR><BR>결국, 그 방법까지 써야 한단 말인가. 피하고 싶지만, 선택의 여지가 <BR><BR>없다. 천국으로 비상하기 위해서는... <BR><BR>내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쌕. 사람의 위는 상당히 많은 양을 담을 <BR><BR>수가 있다. 난 두 눈을 감고, 한 손으로 코를 막았다. <BR><BR>그리고, 쓰레기봉지에 손을 넣었다. 물컹한 것을 한 웅큼 집어냈다. <BR><BR>느낌으로는 간(肝) 같은데... 얼마큼 내 위에 담을 수 있을까. <BR><BR>새벽 다섯시. 욕실 청소를 끝냈다. <BR><BR>선반과 세면대, 욕조, 구석구석 단 한 방울의 피도 남기지 않기 위해 <BR><BR>서 닦고 또 닦았다. <BR><BR>이 곳에서 인체 분해가 일어난 것은 나와 시체만이 알 것이라는 확신 <BR><BR>이 들었을 때, 청소를 멈추었다. <BR><BR>그리고, 피바다에서 헤엄이라도 치고 나온 듯한 내 몸을 씻었다. 피비 <BR><BR>린내와 구역질나는 냄새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몇 번이고 비누칠 <BR><BR>을 했다. <BR><BR>그리고, 양치질도... 상쾌하게 샤워를 끝낸 나는 룸으로 돌아왔다. 엄 <BR><BR>마의 품같이 한없이 편해 보이는 침대가 나를 유혹했지만, 아직 할 일 <BR><BR>이 많았다. <BR><BR>우선, 여자애가 하고 있던 커다란 링 귀걸이를 이용해 귀를 뚫어야 했 <BR><BR>다. <BR><BR>언젠가 한 번은 귀를 뚫어보고 싶었는데, 그걸 이런 식으로 하게 되다 <BR><BR>니... 날카롭게 갈긴 했지만, 귀를 뚫는 순간, 너무나 아파서, 눈물 <BR><BR>이 나왔다. <BR><BR>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되다니. 거울에 비치는 커다란 링 귀걸이를 한 <BR><BR>내 모습은 처량 맞기 짝이 없었다. <BR><BR>이 다음에 할 일은... 화장대 위에 곱게 올려진 천연 가발. 시체의 머 <BR><BR>리에서 벗겨낸 두피를 머리에 써 보았더니, 약간 작긴 했지만, 그런 <BR><BR>대로 괜찮아 보였다. <BR><BR>이것이 바로 시체를 걸어나가게 하는 방법이다. <BR><BR>내 천재적인 머리가 어떻게 이런 작전을 생각해 냈는가 하면, 그녀의 <BR><BR>키가 나만큼이나 크다는 것에서 시작했다. <BR><BR>사람의 눈과 기억은 참 편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람의 눈은 피사 <BR><BR>체의 특징적인 부분만 잡아내고, 기억은 그 특징적인 부분만 자신의 <BR><BR>뇌에 각인시켜 둔다. <BR><BR>데자뷰(dejavu)라는 현상 역시 이런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BR><BR>처음 접하는 것을 보고,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은 <BR><BR>그것과 비슷한 것을 보고 인간의 뇌가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BR><BR>이 모텔에 들어올 때, 빨간 머리는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내 뒤에 멀 <BR><BR>찍이 서 있던 여자의 무엇을 보았을까, <BR><BR>첫째는 큰 키다. <BR><BR>둘 째는 긴 머리칼, 세 번째는 눈에 띄는 귀걸이. 이 세 가지라고 난 <BR><BR>확신한다. 그리고, 난 이 세 가지로 빨간 머리의 눈을 속일 것이다. <BR><BR>여자의 키가 커서, 분해하는데는 힘이 들었지만, 그것은 나에게 유리 <BR><BR>한 점이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엄마의 노력이 크다. <BR><BR>워낙 곱게 자란 탓인지, 내 피부는 여자 못지 않다. 철없던 대학 1학 <BR><BR>년 때, 잠깐 머리를 기른 적이 있었다. <BR><BR>그 때, 참 이런 경우를 많이 당했다. <BR><BR>'영숙아, 어디 가니?' <BR><BR>'예?' <BR><BR>'어머,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봤어요.' <BR><BR>그 때는 여성스런 내 외모가 불만스러웠지만, 지금 나는 그것 덕분에 <BR><BR>탈출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BR><BR>두 개의 쌕에는 시체가 나뉘어져 담겨 있고, 귀걸이와 가발도 준비되 <BR><BR>었다. 난 핸드백에서 루즈를 꺼내 처음으로 화장을 하는 여대생의 기 <BR><BR>분으로 그것을 입술에 발랐다. <BR><BR>전체적으로 화장을 하는 게 변신에 더욱 유리하겠지만, 일단은 내가 <BR><BR>화장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어설프게 되기가 십상이다. 그리고, <BR><BR>나중일도 생각해야 한다. <BR><BR>화장을 지울 일을... 그래서, 입술만 바르기로 했다. 강렬한 빨간 색 <BR><BR>을 바르면, 시선은 그 곳으로 모아지기 마련이니까. <BR><BR>천연 가발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청테이프로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BR><BR>붙였다. 나중에 떼어낼 때, 얼마나 아플까. 모자를 썼다. <BR><BR>완벽하다. 자세히 보면 이런 어설픈 변장은 눈에 띄겠지만, 지금은 새 <BR><BR>벽녘이고, 대개의 모텔과 마찬가지로 이 모텔의 조명도 그리 밝지는 <BR><BR>않다. <BR><BR>그리고, 여자들이 이런 곳에 드나들면서 수줍어하는 건 당연한 일. 모 <BR><BR>자를 눌러 쓰고, 고개를 숙이고 정문을 나간다 해도, 빨간 머리는 눈 <BR><BR>치를 못 챌 것이다. <BR><BR>자, 이제 출동 준비 완료다. <BR><BR>복도를 걷는데, 자꾸 다리가 휘청거린다. 누가 하이힐이란 걸 만든 거 <BR><BR>야! 그러고 보면, 여자들은 참 대단하다. 이런 걸 신고 잘도 걸어다니 <BR><BR>니... <BR><BR>하이힐 뿐 만이 아니다. 키는 비슷했지만, 이 여자의 코트와 치마가 <BR><BR>나에게는 맞지가 않았다. 하기야, 남자와 여자는 어깨, 골반의 뼈의 <BR><BR>모습이 현저히 다르다. <BR><BR>하지만, 겨울이라는 계절이 그걸 막아줄 것이다. 코트로 감싼 몸을 보 <BR><BR>고, 남자니 여자니 관찰해 내기는 쉽지 않다. 1층으로 내려 왔다. 심 <BR><BR>장이 뛰기 시작한다. <BR><BR>쌕 안에 있는 것들은 터지지 않을까. 혹시, 넘어지기라도 해서 가발 <BR><BR>이 떨어지면 어쩌지, 갑자기 옷이 투두둑 하며 뜯어지면 ... <BR><BR>아니야. 불길한 생각은 하면 안 돼. <BR><BR>프런트 앞을 지날 때, 빨간 머리가 고개를 내민다. <BR><BR>'저, 몇 호 손님이시죠?' <BR><BR>심장이 금새 폭발할 듯 뛴다. 대답을 하면 눈치를 채버릴 것이다. 내 <BR><BR>가 여자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한 번 해 봐?... <BR><BR>'아, 203호 손님이시죠?' <BR><BR>녀석은 다행히 기억을 하고 있었다. 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BR><BR>'룸키는요?' <BR><BR>난 조심스레 오른손으로 계단 위를 가리켰다. 이 가리킴의 의미를 알 <BR><BR>아야 할텐데... <BR><BR>'남자 분이 가지고 나오실 거지요? 예,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BR><BR>녀석은 다행히 손짓의 의미를 알아채 주었다. 허둥대지 않고 천천히 <BR><BR>프런트를 지나, 현관을 향해 걸었다. <BR><BR>차가운 공기가 너무나 상쾌하게 나를 반겨주었다. <BR><BR>나는 내 애마가 있는 곳을 향해 갔다. 그리고, 차안에다 쌕과 코트, <BR><BR>그리고, 하이힐을 던져 넣었다. 그리고, 프런트에서 보이지 않는 쪽으 <BR><BR>로 여관의 뒤로 돌아갔다. <BR><BR>울퉁불퉁한 벽돌을 잡고, 등반을 시작했다. <BR><BR>시간이 없어, 시간이. <BR><BR>하지만, 겨울의 한기에 얼어붙은 벽돌들은 너무나 차가웠고, 난 한 번 <BR><BR>도 등반 따위를 해 본적이 없었다. <BR><BR>겨우, 창틀을 잡았고, 있는 힘을 다 내보았지만, 아까 쓰레기 봉투를 <BR><BR>돌리느라 힘이 너무 빠져버렸다. 시간을 길게 끌면 안 된다. <BR><BR>아직은 새벽녘이라서 어둠에 쌓여있지만, 혹시 누군가가 이 장면을 본 <BR><BR>다면,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 <BR><BR>엄마, 힘을 줘요. 정화야, 힘을 줘. <BR><BR>쿵하고 머리를 찧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우선, 청테이프를 뜯어내며, <BR><BR>가발을 벗었다. 투두둑. 이런, 젠장. <BR><BR>너무 따갑다. <BR><BR>다음은 귀걸이. 귀가 찢어지는 듯 아팠지만, 어쨌든 귀걸이 두 개도 <BR><BR>무사히 빼냈다. 그리고, 난 입고 있는 옷 위로 내 옷을 겹쳐 입었다. <BR><BR>겨울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여름의 가벼운 옷차림으로는 절대 이런 <BR><BR>트릭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BR><BR>화장도 지우고, 가발이랑 귀걸이, 이 따위 것들은 무스탕 안 주머니 <BR><BR>에 쑤셔 넣었다. 완벽하게 다시 남자로 변신한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BR><BR>가방을 집어 들고 룸을 나왔다. <BR><BR>프런트가 보였다. 여기만 빠져나가면 완전한 탈출이다. <BR><BR>룸키를 프런트에 놓았다. <BR><BR>'수고하세요.' <BR><BR>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빨간 머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BR><BR>듯, 룸키를 받았다. <BR><BR>'다음에 또 오세요.' <BR><BR>다음엔 절대 안 올 거야. 이제 저 현관을 빠져나가면 다음엔 절대 안 <BR><BR>올 거야. <BR><BR>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현관을 응시하고 있는 나의 눈에 험상궂 <BR><BR>게 생긴 남자가 갑자기 나타났다. <BR><BR>우리는 격렬히 부딪쳤고, 난 가방을 놓쳤다. 가방이 공중에 뜬 그 1초 <BR><BR>도 안 되는 순간이 나에게는 10년처럼 느껴졌다. <BR><BR>저 가방이 땅바닥에 떨어져서 쓰레기 봉지가 터진다면... 그러면, 나 <BR><BR>의 눈물겨운 노력도 모두 허사가 된다. <BR><BR>탁! <BR><BR>나와 부딪친 남자가 공중에서 가방을 낚아채 주었다. 그리고, 징그러 <BR><BR>운 웃음을 띄며 그것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BR><BR>'어이구, 이거 죄송합니다.' <BR><BR>그 남자는 나를 순식간에 지옥으로 끌고 내려갔다가 다시 천국으로 올 <BR><BR>려주었다. 가방을 든 나는 종종걸음으로 현관을 빠져나왔다. <BR><BR>내 애마에 올라타자마자, 시동을 걸고 모텔을 빠져나왔다. 성공이다! <BR><BR>나의 완벽한 계획과 엄마와 정화의 정신적인 도움으로 자칫 망가질 뻔 <BR><BR>한 내 인생을 지켜냈다. <BR><BR>눈물이 났다. 오늘 밤 나는 시체를 분해했고, 인육을 먹어야 했고, 귀 <BR><BR>를 뚫어야 했고, 두피를 써야했다. 저 모텔 안에서 일어난 일은 아무 <BR><BR>도 모를 것이다. <BR><BR>쓰레기 봉투에 담겨져 있는 시체는 어디 야산에라도 버려버리면 그만 <BR><BR>이다. 워낙 산산이 분해를 해 놔서, 신원확인조차 어려울 것이다. <BR><BR>나의 모텔 탈출작전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BR><BR>'저 사람, 왜 저렇게 허둥지둥 나가냐?' <BR><BR>'이런데 오는 사람들이 다 그렇죠, 뭐.' <BR><BR>'그건, 그렇고 오늘은 돈 될만한 상품이 좀 있었어?' <BR><BR>'말도 마요, 나이 많은 아저씨, 아줌마들만 버글거렸다니까요.' <BR><BR>'에이, 오늘도 공쳤네.' <BR><BR>'아, 방금 나간 저 남자 손님이랑 같이 온 여자가 끝내 주더라구요. <BR><BR>키도 훤칠한 게, 재미있게 찍혔을 거예요.' <BR><BR>'너도 아직 못 봤어?' <BR><BR>'예. 좀 바빠서요. 근데, 저 사람들 룸이 없어서 203호에 묵게 했거든 <BR><BR>요. 203호에는 카메라가 모자라서 욕실에만 설치를 했잖아요. 그게 <BR><BR>좀 아쉽네요.' <BR><BR>'괜찮아, 괜찮아. 그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어서 한 번 <BR><BR>확인해 보자... <BR><BR><BR>--------------------------------------------------<BR><BR>군대가기전에 공포 이야기를 너무 좋아해서 까페에 가입해서 <BR><BR>읽었던 내용인데,너무나 머릿속에 박힐정도로 심오하고, <BR><BR>센스넘치는 의대생 때문에,아직도 가끔 읽어보고 있습니다. <BR><BR>5년이 지난 지금봐도 정말 글쓴이의 생각이 굿입니다. <BR></P> <P>루리웹 검풍전기버철온 님이 루리웹이 쓰신건데 자세한 출처는 공포카페라네요.</P></TD></TR></TBODY></TABLE> <DIV class=cl_b></DIV> <P>원글출처는 저도 잘모릅니다;;</P>
    선추천의 꼬릿말입니다
    닉네임변경 선추천→白夜叉→선추천 스압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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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솔직히 던게에서 베스트 [7] 선추천 13/01/22 22:44 111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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