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사진을 기대하셨다면 죄송해요. </div> <div>주인이 숨 쉬는 것도 귀찮아 하는 여자라서 그래요.</div> <div>그냥 길거리에 다니는 그냥 그런 2014년 올뉴모닝이에요.</div> <div> </div> <div> </div> <div>주인은 처음 저를 받고는 부들부들 손을 떨면서 핸들을 잡았어요. 저는 더 무서웠어요.</div> <div>동네를 한바퀴 돌고는 '아빠에게 줄래. 난 버스 탈래' 라고 하더군요.</div> <div>진심은 아니었던지 저에게 '마도카'라는 해괴한 이름을 지어주었어요.</div> <div>저는 한국에서 만들어졌는데 섬나라 이름이라니....</div> <div>저를 마도카라고 부르고는 수줍게 웃던 그 눈빛의 음흉함이 자꾸 기억에 남아요.</div> <div> </div> <div> </div> <div>저는 주인과 함께 커피를 마시러 가고 있었어요.</div> <div>주인은 한번에 두가지 일을 못하나봐요.</div> <div>주차할 자리를 살피느라고 반대편에 서있던 차를 보지 못했어요.</div> <div>네. 저는 크고 무서운 아저씨의 운전석 문에 커다란 스크래치를 남겼어요.</div> <div>주인이 말하기를 '액티온'이라더라나... 이것도 나중에 보험사를 통해 들은거고,</div> <div>그 당시 주인은 경차가 아닌 차는 모두 승용인줄 알았대요. </div> <div>액티온이 SUV라는 걸 SUV를 긁고 나서야 알게 되었대요.</div> <div>하여튼 액티온은 큰 아저씨였기에 저는 오른쪽 문을 갈아야 했어요.</div> <div>제가 출고된 지 일주일 만의 일이자, 저의 첫 사고였지요.</div> <div> </div> <div> </div> <div>주인이 밤 10시에 갑자기 치킨이 먹고 싶대요.</div> <div>방금 전만 해도 작년에 입던 원피스가 안맞는다면서 대성통곡 해 놓고는 치킨은 사러 가겠대요.</div> <div>전화로 주문하고 찾아가야만 먹을 수 있는 엄청나게 맛있는 치킨이라나.....</div> <div>자기 몸무게는 금세 잊었는지 신나서 치킨을 시키고는 '마도카! 치킨 가지러 가자!'라네요. 신나도 너무 신났어요.</div> <div>빛의 속도로 계산을 하더니 한가득 치킨을 들고 나오네요. </div> <div>응? 온 길로 돌아갈 것이지 왜 동네길을 들어서는지 모르겠어요.</div> <div>아마 치킨 냄새에 취했나봐요. 좌회전 하다가 좌측 주차 차량을 긁어버리네요..... 하........</div> <div>왠지 지적인 중년 아저씨 느낌의 그 차는 그렌져래요. 이젠 차 이름 읽을 줄도 아네요.</div> <div>두번째라고 여차여차 사진도 찍고 보험사에 연락도 하고, 능숙하지 말아야 할 일에 능숙해진 기분으로 주인은 일을 처리했어요.</div> <div>저는 이번에는 반대편 문을 교체했어요. 한쪽만 바꾸면 제가 섭섭할거라 생각한 주인의 배려네요.</div> <div>제가 세상에 나온지 2주만의 일이었어요. 한 주에 하나씩 문을 바꾸다니 참 신이나네요.</div> <div>어쨌든 그날 밤은 집에 가서 자기 엄마에게 죽어라 혼났지요. </div> <div>'이 년아 왜 그 시간에 치킨이 먹고 싶어서,'로 시작하는 아주 아주 긴 설교였어요.</div> <div> </div> <div> </div> <div>주인은 이사를 갔어요.</div> <div>이사를 가는 것이 주인이 저를 사게 된 이유래요. 시내에서 좀 멀리 가게 되었거든요.</div> <div>원래는 평생 버스만 타고 싶었다나. 싶은게 아니라 평생 정말 버스만 타야 했던 운명이 아닐까 잠시 생각했어요.</div> <div>주인은 저를 타고 출퇴근을 시작했어요. 아침 저녁으로 긴장을 해서인지 다크서클이 늘어나고 있었어요.</div> <div>일주일쯤 무사히 운전을 하던 어느 날 아침이었어요.</div> <div>새로 이사 간 곳은 시골이라 2차선 도로에 굉장히 좁았지요. </div> <div>주인은 시내에서 있을 약속으로 한껏 치장하고 들떠있었고, 좋은 노래가 나오고 있었고,</div> <div>맞은 편에서 바퀴가 12개 정도 되어보이는 덤프트럭이 오고 있었어요.</div> <div>.... 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네요.</div> <div>덤프트럭과 저는 부딪혔어요. 덤프트럭에는 약간의 스크래치가. 저는.... 생략하지요.</div> <div>주인은 문을 열고 나오려고 했어요. 이런. 문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안열리네요.</div> <div>주인은 조수석으로 기어나왔어요.</div> <div>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어요. 주인은 머리카락 하나도 다치지 않았답니다. 워낙 서행하고 있었다지만,</div> <div>그래도 모닝과 덤프트럭인데. 주인은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병원도 가지 않았답니다.</div> <div>다만 어린아이처럼 퍼질러져 앉아 펑펑 울었어요. 내장이 튀어나온 듯한 제 앞모습에 많이 놀라고 속상했다봐요.</div> <div>다 큰 처녀가 마스카라 번져가면서 스커트 입고는 주저앉아 우는 모습이라니.. </div> <div>주인을 달래느라 애를 쓴 보험사 직원분께 지금이라도 정말 죄송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div> <div>결론은 덤프트럭이 중앙선을 넘은것으로 확인 되었고, 심지어 덤프트럭 운전사는 술을 마신 상태였어요.</div> <div>주인은 차만 고치고 병원도 가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경찰서에 가서 진술서라는 것도 쓴 모양이에요.</div> <div>주인이 병원에 가서 드러누우면 큰 사건이 될거라고 경찰서 아저씨가 말했습니다만. </div> <div>아프지 않으니까 괜찮아요. 라면서 그냥 사건을 끝냈어요. 절대 귀찮아서는 아니었... 을거에요 아마.</div> <div> </div> <div>그 후 주인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해. 모닝과 덤프트럭이 부딪혔는데 나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지?? 기적이야 이건.'</div> <div>이라는 말을 백번쯤 했어요.</div> <div>그리고 '마도카, 고마워' 라네요.</div> <div>아마도 '마도카'라는 일본어는 단순한 일본이름이 아닌 다른 의미가 더 있었나봐요.</div> <div> </div> <div> </div> <div>아직도 주인은 아침 저녁으로 벌벌 떨면서 출퇴근을 하고 있어요.</div> <div>그래도 가끔은 커피도 마시러 가고 한산한 도로로 드라이브도 하네요. 큰일나려고...</div> <div>저도 자라고 주인도 자라겠죠. 사회 초년생 초보 운전자 주인과 조그마한 올뉴모닝인 저!</div> <div>앞으로는 아~무 사고도 안나도록, 조심 조심 다닐게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