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삐삐..
탁.
"씨... 씨발.. 또늦었다...."
현욱은 자리에서 재빠르게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할 새도 없이 세수를 대강 하고
자일리톨을 한개 꺼네어 입에 물고 구겨진 옷을 아무거나 주워입으며
머리를 빗고 거울을 향해 미소 한번 지어주고는 황급히 집밖으로 나섰다.
'오늘도 볼 수 있을까..'
현욱은 잡념이 자꾸만 떠오르는지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왼쪽 손목을 앞으로.. 내밀며 시간을 보려고 고개를 돌렸...
"씨발.. 시계를 안가지고 왔잖아!"
하지만 되돌아 가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는지 그냥 뒤를 찔끔찔끔 바라다보며 앞으로 달린다.
그는 달린다.
얼마 달리지도 않았는데 숨이 차올라 멈추고 싶지만 오늘도 늦게까지 야근을 시킬것만 같은
사악한 과장님의 얼굴을 떠올렸는지..
그는 달린다.
'진작에 담배나 끊을걸..'
헉헉대는 모습이 참으로 안쓰러워 보일 뿐이다..
집사이의 골목길을 무작정 달려대다가 한 갈래길에서 갑자기 멈춰스더니 고개를 한번 갸웃거리고는
잽싸게 좁은 길로 달려간다.
그게 지름길이라고 생각 되어서 였을까...
아니면...
달리다가 그는 버릇적으로 담장 위를 쳐다본다.
멍청히 하늘을 바라보던 강아지를 찰뻔도 하고
전봇대를 아슬히 피해서 지나가기도 하지만 그는 버릇적으로
어떤 집을 찾는듯 했다.
'이근처였는데... 분명'
그는 무언가를 찾는듯 했고.. 이제는 바쁘다는 것도 잊었는지 숫제 멈춰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 까지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는지 한숨 한번 내쉬고는 다시 달려가려고 할 그 찰나에..
그의 발 앞에 작은 종이비행기 하나가 툭 하고는 떨어진다.
그제서야 환하게 웃는 현욱...
그리고 그는 종이비행기를 주워들고 위를 쳐다본다.
그곳에는....
잠옷을 입고선 졸린듯한 표정으로 눈을 부비며 말없이 현욱을 바라보고 있는 한 소녀가 있다.
단발머리는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 헝크러져 있었지만..
자그마한 얼굴에 염색체가 하나 없는듯 너무나도 하얀 피부.
하지만 종이비행기를 던지고는 현욱이 주워들고 그녀에게 손을 흔드는 것을 바라본 그녀는
다시 재빠르게 창문을 닫고는 집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창문 밖으로 현욱을 바라보며 무표정히 그를 바라볼 뿐이다.
입 끄트머리가 사알짝 움직인다..
'오늘은 나를 향해 웃었어'
도무지 어디가 웃었다고 생각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욱은 기쁨의 제스처를 한번 취하고는
그제서야 머리를 한번 친다.
"늦었다......."
하지만 그는 왠지 모르게 너무나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오늘도 왠지 밤잠을 설칠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달려갔다. 늦을 테지만 행복하다.. 그래..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달리고 있을 것이다..
"현욱씨.. 자꾸 이렇게 늦으면 안좋아."
"죄송합니다.. 늦잠을 자서요.."
"12시 출근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늦잠을 자면 늦는거야?"
"......."
"또 술마시고 뻗어서 그런거 아니야?"
"아.. 아녜요. 저 요즘 술 안마셔요.."
앙칼진 그녀의 목소리가 그의 귓속을 울려왔고..
"내가 못살어 못살어.. 아무튼 오늘도 일끝나고 남아서 더 일하고 갈줄 알아"
"네..."
현욱은 잔뜩 풀이 죽어 머리를 긁적이며 돌아섰다.
"식당안에서 머리 긁지 말랬지!"
"죄...죄송합니다"
다시한번 꾸벅 그녀를 향해 인사하고는 돌아서서 표정을 찌푸리며 입안에서 간단히
욕설을 내뱉고는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다.
아까전에 주운 종이비행기는 오늘 그의 하루 일과를 지켜줄 행운의 표식되어 그가 항상 두르고 일하는 앞치마에
소중히 끼워져 있었다.
'오늘은 왠지 좋은일이.. 생겨야만 해.. 암.. 그래야만해...'
현욱은 금방 기분이 풀어져서 실없이 웃고 다니다가 핀잔만 들었지만 그의 얼굴에 잔뜩 피어있는 미소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실수로 음식을 엎기 전까지....
실수로 음식을 다른 테이블에 내가기 전까지..
실수로 계산서를 잃어버리기 전까지..
실수로 음식주문을 잘못 받기 전까지.......
"현욱씨 아예 그만두고 싶구나?"
"죄..죄송합니다."
"내가 못살아 못살아.."
과장은 못살아를 계속 연발하며 가슴을 탕탕치고는 다부지게 한마디 한다.
"정신좀 똑바로 차리고 일하란 말이야"
"네...."
"또 웃지? 또 웃지?"
현욱의 입가에 걸려있는 자그마한 웃음을 왠지 눈치채버린듯 하다.
'눈치는 겁나게 빨라가지고..... 저러니 시집을 아직 저나이 되도록 못가서 이짓거리 하고있지..'
오늘 하루도 고단히 음식 나르느라.. 접시 나르느라 고생한 현욱은 뻑적지근한 팔을 주무르며
집으로 돌아왔다.
종이비행기는... 소중히 그의 앞치마에서 꺼네어 져서
비록 손때와 기름이 조금 묻기는 했지만
그는 조심스레 한 상자속에 그 종이비행기를 집어 넣는다..
'이로써 네개 째인가...'
흐뭇한 미소와 함께 종이비행기에 입맞춤을 하려는 충동심을 억누르고는 잠에 들려고 침대에 누워본다.
그녀의 모습이 눈에서 가시지를 않는다.
항상 무표정이었던 그녀가
오늘은 그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무표정의 그녀를 보았을 때에도 두근거리는 심장의 떨림을 멈출 수는 없었는데...
헝크러진 머리를 빗는다면..
그녀가 항상 그렇게 아름다운 미소만 짓고 있는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맥박수가 빨라진 것을 느끼고는 잠시 물을 한잔 마시러 부엌에 내려갔다.
거실에 있는 시계는 정각 3시를 가리키고 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나...
싶어 내일도 늦게 일어나면 안될텐데.. 걱정하고 있을 무렵
누군가 열쇠로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제길...'
현욱이 서둘러 방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찰나...
끼이익 하는 소리와 현관의 문이 열렸다.
"어 현욱이 아직 안자고 있었구나?"
"어.... 엄마 일찍 왔네."
"일찍은..."
말끝을 흐리던 현욱의 엄마는 피곤한지 제대로 씻지도 않고...
진하게 칠해져 있던것만 같던 화장도 제대로 지우지도 않은채로 방에 들어가 잠에 빠져든다.
'또 내일 느지막히 일어나 어디론가 나가겠지'
그녀가 어디가는지 알고 싶지는 않았고... 아니 어렴풋이 알기에 자세히 알고싶지 않았을런지도...
현욱은 괜히 보지 못할 것을 봤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진한 향수와 맡고 싶지 않던 알코올 냄새를 애써 뿌리치려 애쓰며 방안으로 들어가
약간 더운 날씨임에도 문을 꼬옥 닫고는 침대에 눕는다.
'씨발...'
괜히 슬퍼져서 눈물이 고이려고 하고..
엄마의 얼굴과 창문밖으로 그를 쳐다보던 그녀의 얼굴이 겹치려고 할 무렵
그는 잠에 빠져들었다...
헉...헉... 헉..
달린다. 달린다..
그는 이유 없이 달려대었다..
뒤에서는 생전 처음보는 여자가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었고
현욱은 그냥 달린다... 잡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달린다..
생전 처음보는 여자였지만 머릿속에는 어디선가 본듯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착각일뿐
그는 그냥 달려댄다...
'내가 왜 도망가는 거지'
알수 없다. 그냥 달린다 또 달린다.
그렇게 달려가던 그의 앞에는.. 커다란 종이비행기가 가로막았다..
삐삐삐삐..
귀에 익숙한 시계의 알람소리가 들려오고.
탁
"....."
현욱은 잠시 멍한 표정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목뒤까지 흥건한 땀을 닦아내며
'무슨 꿈이었지..'
기억해보려 하지만 꿈이라는 걸 그다지 잘 기억하는 편이 아니었던 그는 고개만 가로저을뿐
기억이 전혀 나지를 않았나 보다.
'오래간만에 제시간에 일어났군..'
눈은 감겨오고 졸려 죽겠음에도 왠지 잠을 더 자고 싶지는 않았다.
시계는 9시 30분을 가리키고...
시간이 꽤나 많이 남았기에 그는 대충 아침상을 차려 먹고 몸을 씻고
밖으로 나선다.
천천히 걷다가 저번의 그 골목길로 접어든다.
그리고 그 소녀가 있던 집의 창문을 유심히 바라본다.
'오늘은. 안되는건가..'
너무 이른시간에 나온건지...
어색하게 웃음짓던 현욱은 오늘은 포기해야 겠다고 생각을 했는지 그냥 씁쓸히 돌아선다.
그렇게 한발자국.. 두발자국..
고요한 골목길을 걸어 식당으로 향하고 있으면서도
그의 눈은 집의 창문을 향하고 있었다..
진짜 나오지 않으려나 보다..
실망하고 완전히 뒤돌아서 뛰어가려고 할 찰나...
끼이이익
적막을 깨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욱은 뒤를 돌아봤고..
그곳에는 종이비행기를 손에 쥐고..
역시 그다지 큰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 소녀가 보였다.
종이비행기는 그녀의 손을 떠나 찬찬히. 공기를 가르며 내려온다.
현욱은 갑자기 앞으로 뛰어나가 그 종이비행기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히죽 웃고는 그 종이비행기를 든 손으로 그녀에게 인사했다.
웃는다..
갑자기 그녀가 웃었다..
그가 비행기를 잡은 행동이 귀여워서 였을까.. 오늘은 그가 조금 마음에 들어 보여서 였을까..
활짝 입을 벌리고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웃는 그녀의 모습에
현욱은 잠시 입을 벌리고 그녀를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그녀는 갑자기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현욱 역시 식당일이 생각이 난건지... 갑자기.. 뛰어갔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음에도..
그는 뛰었다..
"오 왠일이야 현욱씨 오늘 일찍 왔네"
헐떡거리는 숨을 잠시 고르고는 현욱은 유니폼을 입는다.
"하하 이정도야 기본이죠"
"그래 앞으로 이렇게만 오란 말이야"
과장은 모처럼 그에게 밝은 얼굴로 대한다.
그녀도 그가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어떤 음식을 주문하시겠습니까?"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접시좀 정리해드릴까요?"
"계산하시겠어요?"
현욱은 왔다갔다 바쁘기 짝이 없었다.
일을 할때에.. 시간은 정말 너무나도 빨리 지나간다.
그냥 정신을 차리고 보면 집에갈 시간이 되기도 한다.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님에도
아마도 한가지 일에 집중을 하다보니 그렇게 되는 걸 수도 있겠다.
"현욱씨 오늘 회식 갈꺼지?"
"그..글쎄요"
직장 동료지만 나이가 많은 남자 하나가 현욱에게 물었고 현욱은..
이것저것 복잡한 생각이 들어서 몰래 빠지고 싶었다.
"에이. 가자~"
"일이 좀..."
라면서 빠지려고. 하던 현욱은..
술집에서
"건배~"
를 외치고 있는 자신을 금방 발견하고는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고 있다.
"죄송합니다.. 일찍 가봐야 겠네요.."
"1차에서 빠지는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말라던데~"
"그래도."
라면서 빠지려고 했던 현욱은...
2차에서
"건배~"
를 외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한심스러워져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응.. 현욱씨 조심해서 들어가고 내일 일찍와"
집에 일찍 가보았자 할 일도 없지만..
집에 가는 길에도 그녀의 집에 한번 들려볼까 생각 하던 참이었던 현욱은
이렇게 늦은시간에는..
근처에 가기만 해도 폐를 끼치는게 아닐까... 싶어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여기가 어디냐...'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어딘지 알수가 없는 곳이다.
어색한 담장들이 그의 눈에 거슬리고..
그냥 무작정 걷기 시작한다.
술김에 길을 잘못들었구나 싶어 되돌아 가려고 해도 지금까지 온 길이 보이지를 않았다.
알콜기운이 머리에서 싹 달아나고
'아이고 망했구나..'
싶어서 잠깐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있는데..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언제 가는거야?"
"글쎄... 일주일정도 남은거 같은데?"
"나.. 가면 이제 못돌아 오는거야?"
"또 올수 있겠지.. 왜 그런소리를 하니?"
"..... 거짓말.."
현욱은 무심코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종이비행기를 던지던 그녀와 나이가 조금 들어보이는.. 그래 그녀의 엄마 뻘 되는듯한 여인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어디.. 가는건가..'
그녀의 키는 여자 치고는 꽤 큰 편 인걸로 보인다.
현욱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움켜쥐고 그녀로 부터.. 조금씩 멀어지려.. 조금씩 벽을 더듬어가며 비틀비틀 걸어가고 있다..
왜 그러는 지는 알수 없다.
'후...'
'후..'
'후....'
'후......'
거친 숨을 내몰아 쉬며 그는 조금씩 조금씩 걸어가고 있다..
"엄마 저기 술취한 사람인가봐.."
"쉿. 조심해.."
그는 슬픈 기분이 되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뒤돌아 그녀에게 달려가서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병신이 여기 있노라고 고백하고 싶은 것을 참느라 짜증이 치솟을 정도까지 되버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래도 집에 어떻게 온 모양이었다.
살짝 취한것 같았는데
달리면서 취기가 다 가신줄 알았는데..
그래도 꽤 많이 마셨었나 싶다.
'아... 몇시지..'
아픈 머리를 감싸쥐고 시계를 봤다.
11시...
지금이라도 급히 준비하면 늦지는 않을 정도의 시간이다.
너무 어중간한 시간이라 어물대다가는 지각하고 또 과장에게 싫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준비해서 집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그쪽으로는 못가겠네..'
혹시라도 그녀가 기다릴 것만 같지만.. 현욱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다른 쪽 길로 한걸음 내딛다가.
누군가 볼까 싶어 고개를 휘휘 내젓다가 급하게 다시 그녀가 있을 그 길로 걸어갔다.
하긴..
뛰어갔겠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다지 먼 길을 뛰어오지도 않았는데 현욱은 체력이 약한 탓인지 가슴을 부여잡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허억..허억.. 허억...."
한참을 그러고 서있다가.. 창문을 바라보았다.
또 그녀다..
무언가를 던진다.. 하긴. 무언가라고 하기에는..
종이비행기가 천천히 선회하며 그에게 날아왔고..
그는 또다시 그 종이비행기를 억지로 뛰어서 잡고는 그녀에게 활짝 웃었다.
그의 입은 크게 벌려져 있었고 종이비행기를 잡은 손을 그녀에게 보이듯이 흔들었지만..
그의 눈은 그다지 웃고 있지만은 않은듯 했다..
"어서오세요..."
"어떤 음식을 주문하시겠습니까?"
"네 감사합니다."
뭐랄까.. 따분한 일상.. 항상 같은 일.. 같은 대화.....
하지만.. 그에게 선택권은 없노라고.. 그는 항상 되뇌어 왔다..
하루의 일과가 끝이 나고.. 피곤에 지친.. 기름에 절은 몸을 이끌고 그는 집으로 간다..
연신 기침을 하다가도 그는 꾸깃해진 종이비행기를 손에 들고는 씨익 웃는다.
뭐가 그렇게도 좋았던 것일까..
오늘밤은 일찍 잠이 들려는지 불도 끄고 침대에 일찌감치 누웠다.
원치 않는 냄새와 함께 원치 않는 사람을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테다..
어차피..
어차피..
그리고.. 그는 잠에 들었다.
잠에 .... 들었다..
귀에 거슬리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몇시지.."
시계를 보니 시계는 새벽 4시경을 가리키고 있었다..
"엄마...엄마.....엄마?"
"응.."
땀에 흠뻑 젖은 상태로.. 엄마를 찾아대다가.. 바로 옆에 엄마가 있는걸 알고는 머쓱해져 다시 누웠다.
"왜그래?"
"아니야.."
"어서자.."
"응.... 엄마.."
"왜?"
슬슬 짜증이 난다는 식이다..
"우리.. 안가면 안되?"
"이제와서 왜그래..?"
"그냥.. 가기 싫어졌어.."
'머릿속에서.. 어른거리는 사람이 생겼거든...'
"가기 싫어?"
"응.."
"그럼.. 가지 말까?"
"응.. 그래도 되는거야?"
"글쎄...."
안가면 좋겠다.. 정말 안가면 좋겠다.. 그....녀는 생각했다.
그리고...
몇일의 시간이 흘렀다..
'그는.. 왜 안온 것일까..'
의문이 일었지만.. 단순히 그녀를 좋아하지 않아서 였으리라.. 생각했다.
'하기사.. 내가 약간 이상했는지도...'
괜히.. 그의 손흔드는 모습을 상상하다가.. 울컥하는 마음에
창백한 얼굴이 조금 더 창백해질 그 무렵..
그녀의 엄마가 그녀를 재촉해왔다.
"준비됬어?"
"응.."
"가자.. 그럼.."
"응..."
차에서는 비발디의 사계중 '겨울'이 울려퍼졌다.
더운 날씨였지만 그다지.. 신경쓰이지는 않은듯 했다.
귓 너머로 그저 노래를 흘릴뿐..
그녀는 고개를 삐죽이 내밀고는.. 혹시 누군가 오지 않을까.. 혹시..나..
싶어서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뭐해?"
옆에서 앉아있던 엄마가 그녀에게 점잔히 핀잔을 주고 그제서야 그녀는 자리에 앉는다..
그녀의 손에는.. 곱게 접힌 종이비행기가.. 들려있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그녀는 종이비행기를 바깥에 던지고는 자리에 시큰둥히 앉아있었다..
종이비행기에는.. 몇일동안 자꾸 만지작 거린듯 거뭇거뭇 그녀의 손때가 묻어 있었다.
"왜 쓰레기를 버리고 그러니?"
".... 쓰레기 아니야.."
그녀의 엄마도 더이상 묻기 귀찮았는지 차의 엑셀레이터를 지그시 밟는다..
"꼭.. 가야되는거야?"
"응.."
더이상은 대답해주기 싫다는듯 그녀의 엄마는 양미간을 잔뜩 찌푸린채 운전에만 신경썼다.
그리고.. 그 둘은.. 그날.. 어디론가.. 아주 멀리.. 떠나갔다..
쓰레기 더미옆.. 잔뜩 찌그러져 있는.. 종이비행기를 뒤로 한채...
그 종이비행기 속에는......
-사랑..해요..-
라는 한마디가 적혀 있었다..
-안녕..-
-당신 맘에 들어요.-
-여기.. 매일 와줄 수 있어요? 나.. 심심해..-
-..와줘서 고마워요.. 다음번에는.. 종이비행기를 잡고선 손흔들어줄 수 있어요? 떨어뜨리면 안되요..-
-....그냥 어디론가 뛰어가지 말고.. 기다려 주면 안되요? 또.. 손 흔들어줘요.. 당신 웃는모습.. 보고싶어요..-
-나.. 어디로.. 가게될거 같은데.. 이 한마디만 전해주고 싶어요.. 사랑...했었다고요.. 이런말 하는거.. 우습긴 하지만..-
현욱은.. 입가에 커다란 미소를 지으며..
그.. 종이비행기 속.. 메시지들을 읽고 있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이 느껴졌다..
그녀에게 자기도 사랑한다는 한마디.. 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래..
그럴 것만 같았다..
'당장 내일이라도.. 그녀에게...'
달려갈 수 있을것만 같았다....
웃고있다..
그의 입은 커다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도.. 사랑했었어요...'
'나도 사랑했었다구요...'
호흡기를 따라 흘러 내리는.. 눈물방울들이.. 현욱의 손에 들려있는.. 꾸깃꾸깃한 편지지를 적셨다..
'미안해요......'
눈물이 흘러 내리던 눈은.. 지그시 감겨졌다..
행복을 접어 날리던 종이비행기..
슬픔에 젖어 날리던 종이비행기..
그들의... 종이비행기..
by X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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