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개월 전이다. 내가 4790K 사고 얼마후 일이다. 오버하는 김에, 뚜따를 한번 하기로 했다 <div>용산 근처에 뚜따 대신해주는 노인이 있었다. 뚜따는 불안해서 대신 맡기기로 하니,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것 같았다</div> <div>"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div> <div>했더니</div> <div>"고작 뚜따 한번가지고 에누리하겠소, 싸게 하려면 바이스 사서 직접 하시구랴"하는 것이었다</div> <div>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따달라고만 부탁했다</div> <div>그는 얌전히 뚜따를 하고있었다. 처음에는 바이스를 빨리 조이는것 같더니, 해가 저물도록 이리 조이고 풀고 마냥 늑장이다</div> <div>"그만 바이스질 해도 좋으니 그만 리퀴드 프로나 바르고 주십시오"</div> <div>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div> <div>"딸만큼 따야 뚜따가 되지, 똥써멀이 서두른다고 솔더링이 되나"</div> <div>하던 것이었다. 나도 기가 막혀</div> <div>"오버 할 사람이 좋다는데 뭘 더 조심한다는 것이오? 노인장, 차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니까요</div> <div>노인은 퉁명스럽게</div> <div>"그럼 직접 하시우, 난 안하겠소"</div> <div>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차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 밖에 없었다</div> <div>"그럼 마음대로 따 보시오"</div> <div>"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코어가 다친다니까. 뚜따는 제대로 해야지, 따다가 코어 긁어서야 쓰나"<br></div> <div>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다 따고 숫제 회로에 코팅은 안하고 궐련이나 태우고 있는것이 아닌가</div> <div>나도 그만 지쳐 구경꾼이 되어버렸다</div> <div>얼마후에야 리퀴드 프로를 바르고 이래저래 돌리며 IHS를 접합하고 주는것이었다</div> <div>사실 따기야 예전부터 딴 CPU였다.</div> <div>차를 놓치고 다른 차로 가야하니,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야 어디 장사가 될 텐가. 손님 본위가 아니고 순 제 본위다</div> <div>그러면서 비싸게 부르기는. 상도덕도 모르고 짜증나는 노인이구만." 생각할수록 짜증이 났다</div> <div>그러다가 뒤를 보니 노인은 태연히 스마트폰으로 쿨엔을 눈팅중이었다</div> <div>바라보고 섰는 옆 모습이 어쩐지 노인다워 보였다. 부드러운 눈매와 흰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div> <div>집에와서 CPU를 내놨더니 남편이 뚜따한번 참 잘했다고 야단이다. 집에 있는 것보다 훨씬 좋다는 것이다.</div> <div>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div> <div>그러나 남편의 설명을 들어보니, 똥써멀을 바르면 조금만 오버해도 발열이 오르며, 써멀을 잘못 바르면 역시 발열이 생기고, 코팅을 잘못 하면 리퀴드프로때문에 CPU가 맛이 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잘 된 뚜따는 처음이라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div> <div>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div> <div>그러나, 요새 CPU는 발열이 오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린필드 샌디 시절에는 CPU를 생산할때, 코어와 IHS사이를 열전도율이 높은 재질로</div> <div>정성스레 땜을 한다. 이것을 솔더링이라고 한다. </div> <div>그러나 요새 나오는 CPU는, IHS와 코어 사이를 똥써멀로 채운다. 단가가 저렴하다. 그러나 열 전도율이 좋지 못하다</div> <div>그렇지만 요새는 오버 하는 사람도 적은것을 비싼 단가 들여가며 솔더링 할 사람이 있을것 같지는 않다.</div> <div>나는 그 노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먹는담' 하던 말은</div> <div>'그런 노인이 나 같은 젊은이에게 멸시와 증오를 밭는 세상에서, 어떻게 제대로 오버클럭을 할 수 있담'이라는 말로 바뀌었다</div> <div>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서 써모랩 바다에 녹투아 써멀 하나라도 건네며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div> <div>그래서 그 다음날 그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이 있던 자리에 그 노인은 있지 않았다. </div> <div>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선인상가의 인텔 CPU 판매대를 보았다</div> <div>박스의 외계인 흉상이 보인다. 아, 그때 그 노인이 저 외계인을 보고 있던거구나. 열심히 뚜따를 하다가 잠시 CPU 박스를 보던 노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div> <div>나는 무심히 '그러믄 불도좆 사등가'라는 인텔의 싯구가 새어나왔다</div> <div>오늘 집에 들어왔더니 아들놈이 스카이레이크 루머를 보고있다. 전에 린필드 오버하던때가 생각난다</div> <div>사제쿨러 구경한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사제쿨러 쓰는 사람도 볼 수가 없다. 3.6 국민오버니 바다니 애수를 자아내던 그 CPU들도 퇴역한지 오래다</div> <div>문득 4개월 전 뚜따하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이고 나름 힘들게 방망이 깎던 노인 패러디 한다고 쓴건데 별로 재미 없네요.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