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나같은 사람은 대개 그러하듯이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고 어물쩡 서 있었다.</div> <div>내 시선은 무시한채 툭 밀치며 지나 학교 때 알고 지내던 사람을 찾으러 가는 사람들.</div> <div>화려하면서도 화려하지 않은 그 사람들을에게 나는 미소를 지었다.</div> <div> </div> <div>저들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달까.</div> <div>동창회에 오기 전에 다들 서로를 구글링해보고, 페이스북도 몰래 훔쳐보고 있었겠지.</div> <div>나보다 쪼끔 못나간다 싶은 사람이 있으면 바로 거드름을 피우며 다가간다.</div> <div> </div> <div>가만히 듣고만 있자니 저쪽에서 안경잽이들이 허풍을 떠는 소리가 들려온다.</div> <div>학교 때 소위 주먹으로 잘나갔던 친구들에게 창업 과정부터 떠벌리며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었다.</div> <div>걔넨 지금 뭐하냐구? 따로 물어볼 필요도 없다.</div> <div>맥도날드랑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니.</div> <div>한 때 주먹이었던 놈들이 과거의 빵셔틀과 마주보고 서 있기에 지금은 너무 살이 찌고 늙었다.</div> <div>전세역전.</div> <div> </div> <div>"어! 너... 너..."</div> <div> </div> <div>우리반 반장이었던 놈이 와서 아는체를 한다.</div> <div>나는 좀 짜증이 났다.</div> <div> </div> <div>"어 어 그래. 나 짐이야." </div> <div>"아 맞아! 짐! 요새 어떻게 지냈어? 나는 지금 법조계에서 일하고 있어. 결코 쉽지만은 않았지만 말야. 하하하"</div> <div>"너무 잘됐다야. 검찰 쪽이야 아님 변호사?"</div> <div>"변호사야. 벌이가 훨씬 좋거든."</div> <div> </div> <div>'하이고 어련하시겠어.' 한숨을 쉬며 조용히 읖조렸다.</div> <div> </div> <div>"음? 뭐라고?"</div> <div>"아무 것도 아냐. 진짜 잘 됐다, 야."</div> <div>"여튼 다시 보니까 너무 좋다. 짐"</div> <div> </div> <div>저 놈은 나를 기억 못한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고.</div> <div>그 때도 지금도 나는 없는 사람이다.</div> <div>뷔페 쪽으로 걸어가서 간단한 요깃거리와 마실거리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div> <div> </div> <div>"짐? 짐 너 맞지?"</div> <div> </div> <div>누구의 목소리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제발 나한테 건네는 말이 아니길 바랬다.</div> <div>고개를 돌리자 내 심장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div> <div>제니가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니. </div> <div> </div> <div>"어, 응 맞아."</div> <div>"우와. 너 정말 멋있어졌다!"</div> <div>"고마워."</div> <div> </div> <div>나를 위아래로 훑으며 하는 인삿말에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었지만 겨우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div> <div> </div> <div>"어렸을 때 우리가 어울려서 노는 편은 아니긴 했지만 말야. </div> <div>나 그 때 너 좀 좋아했었어. 고백은 너무 겁이 나서 못했었지만. </div> <div>다른 애들이 주제파악이나 하라고 했겠지. 미안. 그 때 고백을 했어야 했는데."</div> <div>"아니야. 괜찮아. 있지. 언제 다같이 모여서 얼굴 한 번 보자. 나 이혼했어. 사이먼 기억해?"</div> <div>"아. 기억하지. 그래. 그럼 한 번 만나자."</div> <div> </div> <div>제니가 칵테일 한 잔을 집어들었다.</div> <div> </div> <div>"제니야. 그거 마시지 마."</div> <div>"왜? 내가 취해서 덮치기라도 할까봐 그래?"</div> <div> </div> <div>그대로 제니는 한모금을 쭉 들이켰다.</div> <div>나는 뒤로 돌아 도망쳤다.</div> <div> </div> <div>"짐? 어디 가는거야?"</div> <div> </div> <div>제니가 소리쳤다. </div> <div> </div> <hr><div> </div> <div>나는 울면서 운전을 계속했다.</div> <div>그토록 기다렸던 절호의 기회였는데 왜 2분만 더 참지 못한거지!!</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