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퍼가지 말아요우</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모두들 내가 죽을거라고 생각했었대.</div> <div>목숨을 부지하긴 했지만 전과는 좀 달라졌어.</div> <div>뇌 쪽에 문제가 생기게 됐거든.</div> <div>예전보다 좀 더 화를 잘 내고.</div> <div>평소 같았음 웃었을 일인데 웃음이 안나와.</div> <div>사실 더 심각한 문제는 말할 때 발음이 제대로 안돼.</div> <div>그렇다고 내가 바보가 됐다거나 미친 건 아냐.</div> <div> </div> <div>고등학교 3학년 때 자동차 사고를 겪었는데 과실이 어느 쪽에 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div> <div>상대편 운전자는 죽었다더라고.</div> <div>여자였고, 남편이 아주 크게 상심을 했었대.</div> <div>내가 들은 건 딱 여기까지만이야.</div> <div>그리고 사고 이후 3개월 동안의 기억은 전혀 없어.</div> <div> </div> <div>부모님께서 경미한 외상성 뇌 손상 전문가에게 진찰을 받게 해주셨었어.</div> <div>발음을 제외한 운동 기능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지.</div> <div>아직도 언젠가는 대학엘 들어가려는 꿈을 가지고 있어.</div> <div>4년 째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하루씩 차근차근 공부 중이야.</div> <div> </div> <div>근데 여전히 환각증세가 나타나곤 해.</div> <div>의사 선생님께서 뭐라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기억이 안나지만..</div> <div>여튼 뇌신경끼리 소통이 제대로 안된다나 그렇다고 하더라고.</div> <div>뇌손상을 입었다고 해서 환각증세가 심하게 나타난다기 보다도 </div> <div>이치에 맞지 않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구분이 안되는 정도야.</div> <div> </div> <div>환각이 보이기 시작하면 굉장히 끔찍해.</div> <div>눈 앞에 정말로 곡을 하고 있는 귀신이 나타나기도 하고.</div> <div>어느 날은 아침에 부엌으로 갔더니 엄마가 우리집 고양이를 도살하고 계셨어.</div> <div>엄마 말씀으로는 저녁에 먹으려고 닭을 손질하고 계셨다지만.</div> <div>그 날은 저녁에 식빵에 잼만 발라서 먹고 말았어.</div> <div> </div> <div>한동안은 몇가지 신경안정제를 먹어 보기도 했지만 부작용이 좀 있어서 싫더라고.</div> <div>이제는 하도 환각을 겪어서 나름대로 써먹는 대처법이 생겼을 정도야.</div> <div>너무 과도하게 심하다 싶으면 현실이 아닌거지.</div> <div>점차 증세가 나아지긴 했는데 그래도 아직 좀 무서워.</div> <div>요새는 환영이 보일 때면 계속 마음속으로 반대로 되뇌여.</div> <div> </div> <div>자다가 오줌이 마려워서 방금 전에 깼는데 문 옆에 어떤 남자가 서 있어.</div> <div>진짜가 아닌 거지. </div> <div> </div> <div>이 남자는 여기 없다.</div> <div>손에 쥐고 있는 칼도 진짜가 아니다.</div> <div>내 방문을 열지 않았다.</div> <div>아내의 죽음이 내 탓이라고 중얼거리지 않는다.</div> <div>침대 옆으로 와서 내 머리 위에 칼을 겨누고 있지 않는다.</div> <div>이제 다 컸는데 부모님을 부를 순 없잖아.</div> <div>괴물은 진짜가 아니다.</div> <div>환영은 진짜가 아니다.</div> <div>근데 솔직히 말해서.</div> <div>이번은 평소보다 훨씬 더 무서운 거 같아.</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