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퍼가지마쎄용~</div> <div>*오늘도 장편입니다^^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div> <hr><div></div> <div> </div> <div>저는 두 개의 몸을 가지고 태어났어요.</div> <div>그래요, 나도 알아요. 이게 설명하기가 좀 어렵네요.</div> <div>내 말을 믿는 사람도 없고 나랑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도 들어 본 적이 없으니까요.</div> <div>헛소리 그만하고 검사를 한 번 받아보는 게 어떻겠냐는 분도 있겠지만.</div> <div>그래도 혹시나 이 글을 읽고 누군가 도움을 줬으면 하고 바래봅니다.</div> <div> </div> <div>몸이 두 개라 가족도, 집도, 인생도 각각 따로 있어요.</div> <div>양쪽 둘 다 저는 16살이지만 안드레아라는 이름을 가진 나는 엄마, 아빠 그리고 여동생이랑 살고 있어요.</div> <div>검은 웨이브 머리에 녹색의 큰 눈을 갖고 있고요. 스킵이라는 강아지도 키워요.</div> <div>밀리라는 이름을 가진 나는 짧은 금발에 키도 작고 교외에 있는 작은 연립주택에서 엄마랑 둘이 살아요.</div> <div>저는 두 가지 인생을 사는 두 사람이에요.</div> <div>어떻게 몸 두 개를 유지하며 사는지, 각 장소에 어떻게 동시에 존재하는지 궁금하실텐데.</div> <div>사실 그게 진짜 골칫거리랍니다.</div> <div> </div> <div>양쪽 몸 둘 다 심각한 질병을 가지고 있고 저만 원인을 알아요.</div> <div>어릴 때 이미 발견된 상태였고요.</div> <div>남이 보기에는 예고 없이 갑자기 망상형 정신 분열증을 일으키는 환자가 되요.</div> <div>누가 내 이름을 불러도 대답도 안하고 눈도 깜빡이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아요.</div> <div>가끔은 숨을 쉬는지조차 분간이 안 될 정도에요.</div> <div>온가족에게 상당히 충격이었지요.</div> <div>안드레아의 부모님은 병원으로 급히 저를 데려가서 울며불며 소리를 지르고...</div> <div>돈이 없는데도 할 수 있는 검사란 검사는 죄다 해요.</div> <div>검사로는 아무런 원인이 나오지 않았고요.</div> <div>증세가 해로워보이지는 않지만 주의해서 관찰해야 한다고 의사들이 말했어요.</div> <div> </div> <div>밀리의 엄마는 약간 침착한 편이였어요.</div> <div>과하게 감정적이었다면 대기업 CEO가 되지 못했겠죠.</div> <div>나를 전문의에게 데려가고 주치의도 붙여줬어요.</div> <div>검사도 더 많이 하고 돈도 더 많이 쓰며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라고 요구했어요.</div> <div>하지만 언제나 늘 변함없이 의사들의 대답은 같았어요.</div> <div> </div> <div>자 그러면, 왜 이런 증상이 발생할까요?</div> <div>의사들은 모르지만 저는 그 답을 알고 있답니다.</div> <div>실은 제가 동시에 두 장소에 존재할 수가 없어서요.</div> <div>밀리나 안드레아가 될 순 있어도 둘 다 한 번에는 못해요.</div> <div>내가 안드레아가 되면 밀리는 분열증을 일으켜요.</div> <div>밀리로 다시 바꾸면 안드레아는 숨만 쉬는 인형이나 다름없게 되고요.</div> <div> </div> <div>어렸을 때는 정말 너무 어려웠어요.</div> <div>양 가족 모두 너무 사랑하는데 어느 쪽에 머무를지 선택 할 수 있었겠어요?</div> <div>완전히 한쪽만 택해서 쭉 살까도 고민해봤는데 어느 쪽이든 하나를 잃는 다는 생각에 견딜 수가 없었어요.</div> <div>결국 번갈아가며 한 달 씩 살기로 나름 절충을 했지요.</div> <div>기분이 내키면 일주일이나 하루 간격으로 바꿀 때도 가끔 있었고요.</div> <div>저한테는 이 방법 뿐 이었어요.</div> <div> </div> <div>당연히 단점도 있어요.</div> <div>예를 들면 운전 면허증을 딸 수가 없어요.</div> <div>밀리 쪽 엄마는 꼬박꼬박 저한테 약을 먹여서 어떻게든 병을 고치려고 하고 제가 아무리 빌어도 절대 멈추는 법이 없어요.</div> <div>번갈아가며 사느라 학교를 빠졌어도 수업에 뒤쳐지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양쪽 부모님 모두 이상하다고 생각하세요.</div> <div>안드레아네 부모님은 저를 약간 천재라고 믿고 계시는 듯 하구요.</div> <div>밀레네 엄마는 제가 열심히 해서 그렇다고 여기세요.</div> <div> </div> <div>그런데 반 년 전부터 일이 꼬여버렸어요.</div> <div>밀리가 레오를 만났거든요.</div> <div>레오는 완전 제 타입이에요.</div> <div>약간 범생인데 갈색 눈과 너무 잘 어울리는 따뜻한 미소를 지녔어요.</div> <div>키도 크고 호리호리한 편인데 제가 몸집이 작아서 레오의 팔을 두르면 딱 맞아요.</div> <div>똑똑하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잘 맞춰줄 줄도 알아요.</div> <div>치기어린 소리로 들리겠지만 몇 달 만에 정말 진짜로 완전 사랑에 빠져버렸어요.</div> <div>그래서 계획을 바꿨죠.</div> <div> </div> <div>썩 내키진 않았지만 그래도 해야 했어요.</div> <div>안드레아의 가족을 평소보다 오래 떠나 있었어요.</div> <div>분명 힘든 일이었고 동생도 그리워할 줄 알고 있었지만 레오가 저를 너무 행복하게 해줘서 오랫동안 떨어져서는 견딜 수가 없었어요.</div> <div>밀리로 무려 6개월이나 살았어요.</div> <div>그 시간 동안 삶은 너무나 완벽했고 하루가 다르게 점점 인생이 온전한 내 것으로 바뀌는 기분이었어요.</div> <div>이렇게 오랫동안 분열증을 겪지 않고 산 적이 없었으니 엄마도 너무 기뻐하셨고요.</div> <div>스트레스는 완전히 사라지고 레오와 저는 점점 가까워져 마침내 우리는 결혼을 하기로 몰래 계획을 짜기 시작했어요.</div> <div>삶이 안정적이고 행복하다고 느꼈어요.</div> <div>안드레아를 완전히 놓아버릴까도 싶었어요.</div> <div>저쪽 가족과의 작별은 힘들겠지만 분명 오래 떨어져 있을수록 더 쉬워질 거에요.</div> <div>아마도 안드레아의 가족에게도 그 편이 낫다고 봐요. 아마도. 진짜 아마도.</div> <div>마침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었어요.</div> <div> </div> <div>근데 6개월이 지나면서 마음을 고쳐먹었어요.</div> <div>며칠이나 향수병에 시달렸거든요. 심각하진 않았지만.</div> <div>거의 하루 종일 피곤하고 기침도 나고 간간히 열이 났어요.</div> <div>엄마는 제가 공부를 너무 심하게 해서 그런 줄 알고 침대 밖으로 절대 못나오게 했어요.</div> <div>책이나 티비를 보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데 갑자기 죄책감이 들면서 가슴이 너무 아파왔어요.</div> <div>안드레아와 저쪽 가족이 계속 생각났거든요.</div> <div>나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나를 깨우려고 얼마나 노력할지 너무도 잘 아니까.</div> <div>한숨을 쉬며 저쪽 편으로 넘어가기로 결심했어요.</div> <div>어느 한쪽을 택하는 짓은 못하겠어요. 도저히.</div> <div>아마 레오한테 얘기해주면 다 괜찮아지겠죠.</div> <div>어쩌면 나의 두 가지 인생을 이해해 줄지도 몰라요.</div> <div>제발 내 말을 믿어주기만 간절히 바랄 뿐이에요.</div> <div>눈을 감고 안드레아로 넘어갔어요.</div> <div> </div> <div>근데 눈을 뜨니까 여전히 밀리에요.</div> <div>바뀌지가 않았다니 좀 이상했어요.</div> <div>계속 시도를 하고 또 했는데도 안 바뀌었어요.</div> <div>밀리에게 갇힌 상태에요.</div> <div>살짝 힘만 주면 금방 됐었는데 마치 근육이 사라져버린 느낌이랄까.</div> <div>이주일 동안 안드레아로 돌아가려고 노력해봤는데 허사였어요.</div> <div>하루하루 몸이 약해져서 엄마가 지난주에 저를 입원 시켰어요.</div> <div>솔직히 무서워요.</div> <div>안드레아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을 줄도 몰랐고 내가 밀리로 살고자 했던 선택이 사형선고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어요.</div> <div> </div> <div>어제 안드레아 이름을 검색해보니 뉴스 기사가 하나 뜨더군요.</div> <div>그토록 딸이 깨어나기를 기도하며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뤘어요.</div> <div>담당의 소견이 있었는데 읽고 나니 가슴 속 깊숙히 한기가 전해졌어요.</div> <div> </div> <div>"어떻게든 희망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현재 상태로는 안드레아가 다시 깨어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여겨집니다.</div> <div>안드레아의 가족은 자녀분의 앞날을 위해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div> <div> </div> <div>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울어도 돌아갈 수 없어요.</div> <div>이미 안드레아의 몸은 내 것이 아니고 밀리마저도 빠르게 잃어가고 있어요.</div> <div>왜 자꾸 병세가 악화되는지, 왜 자꾸 나를 죽음으로 몰아가는지 모르겠어요.</div> <div>하지만 분명 진행되는 중이고 무얼 해야 할지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div> <div>최악의 경우 안드레아의 생명 유지 장치가 제거되고 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