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퍼가지 마세요</div> <div>*연휴라서 단편이 아닌 장편을 해봤습니다.. 두 시간은 걸리네요..ㅠㅇ ㅠ</div> <div>*오역발번역이 난무하겠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보고 싶어."</div> <div> </div> <div>나는 최대한 휴대폰 장만을 미루고 있었다. </div> <div>합당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단지 돈 때문이었다.</div> <div>독립을 막 시작했던 때라 휴대폰 할부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div> <div>그때까지 집전화는 쓰는 사람은 친구 중에 나 뿐이라 다들 짜증을 많이 냈다.</div> <div>스물다섯살이 되던 날 스스로 금전적으로 탄탄하다고 확신을 하고서야 하나 장만했다.</div> <div>다들 심경의 변화라도 있냐고 웃어댔지만 어쨋든 다들 한숨 돌리는 듯 보였다.</div> <div>솔직히 나도 좀 기분이 좋았다.</div> <div>휴대폰은 기가 막히게 편리한 물건이기 때문이다.</div> <div>구매 후 한 달이 조금 넘고 나서야 문자메시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div> <div>내가 받은 첫 메시지는 모르는 번호로 온 "보고 싶어" 였다.</div> <div>일단 그냥 좀 이상했다. </div> <div>처음 받는 문자메시지가 뭐 이래?</div> <div>좀 많이 이상하다 느꼈는데 갑자기 뭔가 생각나는 게 있었다.</div> <div> </div> <div>일 년 전 쯤에 한량 같던 전남친을 내 인생에서 완전히 분리수거 시켜줬었다.</div> <div>돌이켜 생각해봐도 분명 어른아이 같은 사람이었다.</div> <div>나더러 요리해 달라, 청소해 달라, 병원 예약 잡아 달라, </div> <div>월급 받으면 반 만 달라 하니 본인은 취직을 할 필요를 못 느꼈다.</div> <div>악마같은 새낀데 잘난 상판대기가 뭐라고 그렇게 오래 사귀었나 모르겠다.</div> <div>콩깍지가 벗겨지고 나서야 뻥 차버렸다. 전여친들도 다들 그렇지 않았을까.</div> <div>내 생각엔 아마 페북으로 계속 날 스토킹해오다가 친구들한테 내 폰번호를 받아 냈나보다.</div> <div>어차피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이번이 마지막도 아니겠지. </div> <div> </div> <div>고민 끝에 답장하지 않았다.</div> <div>첫 번째 이유는 예전처럼 내가 또 다시 기회를 주게끔 수 쓰는 게 뻔히 보였다.</div> <div>두 번째로는 내가 문자를 씹으면 전남친이 무시 받는 느낌이 들 테니 뭔가 묘한 만족감이 있었다.</div> <div>인간적으로 좀 그렇긴 해도 이런 절호의 기회는 너무 꼬소해서 놓칠 수가 없었다.</div> <div> </div> <div>몇 달 간은 내 추측이 대충 맞는 듯 했다.</div> <div>문자를 꾸준히 보내오진 않았지만 전부 빨대를 꼽을 호구를 찾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모호한 내용들 뿐 이었다.</div> <div>전에 만난 여자들 중에서 나는 그를 가장 많이 믿어주고 가장 오랫동안 사귀었고 </div> <div>가장 등신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연락을 해온다고 해서 놀라진 않았다.</div> <div>완벽한 먹잇감이니까.</div> <div>메시지는 언제나 같은 맥락이었고 이내 진저리가 났다.</div> <div> </div> <div>"보고 싶어.."</div> <div>"널 볼 수 있으면 좋겠어.."</div> <div>"오늘 사람들 틈에서 너를 봤었는데.. 꿈이더라.."</div> <div> </div> <div>아이구우. 그르셨세요.</div> <div> </div> <div>문자를 계속 받은 지 8개월 쯤 되던 어느 날 밤 딱 한 번 실수를 저질렀다.</div> <div>술이 좀 되가지고. 인정 인정.</div> <div>일 끝나고 간단히 맥주한잔 한다는 게 혼자 거나하게 술판을 벌이고 말았다.</div> <div>완전 술이 떡이 됐는데 마침 평소보다 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div> <div> </div> <div>"정말 너무 보고 싶어. 이 문자를 읽지 않겠지만. </div> <div>오늘만큼은 정말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줬으면 좋겠어. </div> <div>너를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진짜 뭐든 할 텐데."</div> <div> </div> <div>오.늘.만.큼.은?</div> <div>머릿속이 온통 헝클어져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기억을 더듬어봤다.</div> <div>가만히 있어보자. 옴마. 오늘이 우리 기념일인가보네.</div> <div>나를 어떻게 해보기에 완전 딱 좋은 빌미였다.</div> <div>야비한 새끼 머리는 좋아가지고. </div> <div>그러다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div> <div>어디 한 번 해보시겠다 이거지? 좋아 한 번 해보자 그래. 근데 이젠 내 차례야.</div> <div>흐리멍덩한 채로 마음을 다 잡았다.</div> <div>술김에 문자를 썼지만 자동완성기능이 수고해준 덕분에 명확하게 전달이 됐다.</div> <div> </div> <div>"그렇게 내가 보고 싶거든, 이리로 오지 그래? 내가 어디 있는지 알잖아."</div> <div> </div> <div>내 뒷조사를 하고 다녔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다는 뉘앙스도 덧붙여줬다.</div> <div>그리고 이 문자 한 통이 운명을 바꿨다.</div> <div> </div> <div> </div> <div></div> <hr><div></div> <div> </div> <div> </div> <div>다음 날 일어나서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전화가 열 세 통이나 와있었다.</div> <div>숙취에 머리가 깨지는 와중에도 지난밤을 더듬어봤다.</div> <div>아나 젠장 내가 뭔 짓을 한 거지.</div> <div>보낸메시지함을 확인하고 나서 나는 이불을 뻥뻥 찼다.</div> <div>아. 그래도 아직 답문이 안 왔네.</div> <div>제발 답장이나 전화가 오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지만 내가 껀덕지를 던져줬으니 막연히 겁이 났다.</div> <div> </div> <div>근데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도 문자가 오지 않아 나는 완전히 마음을 놓았다.</div> <div>드디어 그 놈으로부터 해방이구나.</div> <div>술에 취해 묘안을 떠올렸던 나님에게 치얼스.</div> <div> </div> <div> </div> <hr><div> </div> <div> </div> <div>일주일이 더 지나고 어느 날 누군가 우리 집에 찾아왔다.</div> <div>문을 열어보니 경찰 배지를 달고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한 남자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서 있었다.</div> <div>동료로 보이는 경찰 한 명이 뒤편으로 보였는데 표정이 돌처럼 굳어있었다.</div> <div>둘이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 통에 알 수 없는 냉랭함이 온몸을 스치고 지나갔다.</div> <div> </div> <div>"어.. 안녕하세요. 무슨 문제가 있나요?"</div> <div> </div> <div>경찰들은 별다른 소개도 안하고 대뜸 집 안으로 들어왔다.</div> <div>우리 집에서 뭘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뭘 잘못한 일은 없으니 일단 들어오시라고는 했다.</div> <div>집을 잘못 찾아왔나 생각했는데 나한테 불같이 질문을 해대서 엄청 놀랐다.</div> <div> </div> <div>"에밀리 메디슨이라는 분 혹시 아시나요?"</div> <div>"아니요 모르는데요. 왜 그러세요?"</div> <div>"그 분 휴대폰에서 숙녀 분께 발송한 메시지가 꽤 되더라고요. 답장을 한 번 하셨던데."</div> <div> </div> <div>나는 완전 어리둥절한 상태였고 젊은 경찰아저씨가 </div> <div>그 동안 받았던 문자와 내가 보낸 답장을 출력한 종이를 내밀었다.</div> <div>다른 경찰아저씨가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div> <div> </div> <div>"이 문자들 받으셨죠?"</div> <div>"네.. 근데 다 발신자번호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전남친이 보낸 줄 알았어요."</div> <div>"그래서 답장을 그렇게 하신 거에요?"</div> <div> </div> <div>나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어.. 네.. 저한테 연락 좀 그만 했으면 해서요. 제가 그 때 술을 좀 마셔가지고.. 내용이 좀 그랬네요."</div> <div> </div> <div>나이 든 쪽은 한숨을 쉬고 젊은 쪽은 밖으로 나가버렸다.</div> <div> </div> <div>"그게.. 좀 좋지 않은 사건이 발생 했습니다.."</div> <div>"무슨 말씀이세요?"</div> <div> </div> <div>경찰아저씨께서 말씀하시길...</div> <div> </div> <div></div> <hr><div></div> <div> </div> <div> </div> <div>에밀리는 대학에 입학한 첫 해가 꽤나 힘들었다.</div> <div>수업은 어렵고 적응도 잘 못했다.</div> <div>스트레스와 논문으로 생활이 완전히 헝클어졌었다.</div> <div> </div> <div>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div> <div>어릴 때부터 가장 친했던 친구 톰 왜그너가 차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div> <div>죽음은 순식간에 끝났지만 에밀리의 고통은 그렇지 않았다.</div> <div>다음 학기가 되어서도 에밀리는 헤어나오지 못했다.</div> <div>사람 사는 것이 그렇듯 톰의 죽음을 애도하던 에밀리의 가족들은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div> <div>하지만 에밀리는 과거 속에만 존재하는 친구를 떠나보낼 수가 없었다.</div> <div> </div> <div>나름대로 극복해보려고 정말 노력했다.</div> <div>감정을 분출할 무언가를 찾아보기도 했다.</div> <div>학교에 갈 때는 밝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다.</div> <div>하지만 자꾸만 피할 수 없는 어둠 속으로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div> <div> </div> <div>어둠이 짙어져 숨이 막히고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지자 에밀리는 톰의 옛날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div> <div>의미없는 행동이지만 그래도 평온을 찾을 수 있었다.</div> <div>톰이 죽은 지 1년이 되던 날, 에밀리는 최악의 상태에서 답장을 받았다.</div> <div> </div> <div>"그렇게 내가 보고 싶거든, 이리로 오지 그래? 내가 어디 있는지 알잖아."</div> <div> </div> <div>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고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지도 않았다.(내가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div> <div>그래서 에밀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합당한 길을 택했다.</div> <div>커터칼로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정맥을 끊었다.</div> <div> </div> <div> </div> <hr><div> </div> <div> </div> <div>나는 너무나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다.</div> <div>그 실수로 인해 이제 막 밖으로 나온 사람의 목숨이 끝나버렸다.</div> <div>에밀리의 아버님께서는 나를 용서해주셨지만 아무리 사과해도 어머님 만큼은 나를 증오하셨다.</div> <div>하지만 나로 인해 에밀리가 죽었으니 이해할 수 있었다.</div> <div> </div> <div>에밀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경찰에서 몇 번이나 나에게 강조했다.</div> <div>그래 내 잘못은 아니지.</div> <div>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죄책감이 자라나 내 심장을 온통 감싸 떨칠 수가 없었다.</div> <div>정말 길고 힘든 한 해였다.</div> <div> </div> <div>가까스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예전의 삶으로 돌아왔지만 에밀리의 죽음은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div> <div>내가 무얼하든 사건이 나에게서 이제 멀어졌다고 생각해도 늘 잊혀지지 않았다. </div> <div> </div> <div>어제는 에밀리가 죽은지 일 년 째 되는 날이었다.</div> <div>처음부터 아무 것도 몰랐던 것처럼 어떻게든 하루를 보내려고 애를 썼다.</div> <div>그럭저럭 하루가 지나갔는데 밤 10시쯤 문자 한 통을 받았다.</div> <div>작년 내내 그렇게도 잊으려고 노력했던 그 번호였다.</div> <div> </div> <div>"고마워!"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