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퍼가지 마세용..</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차창을 세차게 때리는 빗소리에 조수석에 있는 어린 소녀는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div> <div>아빠는 차창에 연한 자국이 남을 정도로 바싹 붙어있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에 작은 속삭임이 울렸다.</div> <div> </div> <div>'돌대가리 새끼..' </div> <div> </div> <div>경찰서를 지나면서 소녀는 군것질이 먹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했다.</div> <div>아빠는 모텔에 가면 밥이 있으니 안된다고 했다.</div> <div>또 목소리가 들려왔다.</div> <div> </div> <div>'내 월급 갖고 구질구질한 싸구려 모텔 말곤..' </div> <div> </div> <div>"응? 아빠~ 응? 응?"</div> <div> </div> <div>'고딴 년이랑 결혼을 왜 했을까. 한 달만 사귀고 깨질 걸. </div> <div>아니면 식당에서 만났던 다른 여자애를 꼬셨어야 했는데.'</div> <div><em></em> </div> <div>소녀가 입을 삐쭉 내밀었지만 아빠는 지난 날을 생각하느라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div> <div> </div> <div>'법대를 갈 걸 그랬어. 지질학을 배워서 어따 써먹어. </div> <div>패거리들이랑 같이 다닌 답시고 그런 쓰레기 학교를 가느니 대학도 좋은 데로 갔어야 했는데.'</div> <div> </div> <div>소녀는 빗방울에 흥미를 잃고 대시보드를 발로 차기 시작했다. </div> <div>싸구려 플라스틱에서 텅텅 소리가 났다.</div> <div> </div> <div>'나란 새끼는 진짜.. 걸레같은 년이 나랑 자려고 꼬시는데 홀랑 넘어가서는. </div> <div>학비 대줘, 옷 사줘, 생일 챙겨줘. 이딴 똥차나 몰고 다니는 꼴이라니. </div> <div>직장도 후지고. 썅년 땜에 내가 발전이 없잖아 발전이. 나쁜 년.'</div> <div> </div> <div>부아가 치밀어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div> <div> </div> <div>'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지.'</div> <div> </div> <div>이번 목소리는 조금 차갑고 어딘가 낯설었다.</div> <div>그런데 맞는 말이다. 방법이 있다.</div> <div>옆에 앉아있는 딸을 깜빡 잊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div> <div> </div> <div>"아직 멀었어?"</div> <div> </div> <div>딸내미가 옆에서 쫑알거리자 그만 뚜껑이 열리고 말았다.</div> <div>핸들을 왼쪽으로 급하게 꺽어 도로 옆 울타리로 돌진했다.</div> <div>마지막 순간에 차에 전처가 타고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 </div> <div>'이거면 됐어.'</div> <div> </div> <div></div> <hr><div></div> <div> </div> <div>경찰관 두 명이 소방관이 찌그러친 차량을 간신히 수색했다.</div> <div>작은 시신 하나를 구급차에 싣는 중이지만 딱히 서두르지는 않았다.</div> <div>운전자는 아직 꺼내지 못한 상태이지만 어차피 사망한 상태였다.</div> <div>딱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div> <div>흔하디 흔한 교통사고지 뭐.</div> <div>아무도 모르게 시체의 귀에서 어떤 그림자가 울컥하고 빠져나와 차량 밖으로 스믈스믈 기어나왔다.</div> <div>포장도로를 따라 구비구비 미끄러지듯 물웅덩이와 맨홀을 지나 지켜보던 경찰관의 다리에 닿았다.</div> <div>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순간 마침 바람이 불어서 경찰관은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div> <div>척추까지 휘감고 나서야 약간 몸이 떨렸다.</div> <div>귀 속까지 파고 들었을 때 동료 경찰관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는데, </div> <div>봤다 하더라도 본인의 동료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뿐 눈치는 못했을 것이다.</div> <div> </div> <div>'교통사고 처리나 하고 앉았고. 경찰은 뭐하러 됐나 몰라.'</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