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 </div> <div>"너 지금 나 놀리는거지."</div> <div> </div> <div>론은 이를 악문채 애써 웃으며 말했다.</div> <div>계보학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책상 위에 손을 올렸지만 차마 론의 눈은 쳐다볼 수 없었다.</div> <div> </div> <div>"유전자 검사는 믿을 만 합니다."</div> <div> </div> <div>우리 남편인 론은 입양아다. </div> <div>가족계보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임신할 때 문제가 생기자 몇 가지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기로 결심했었다.</div> <div> </div> <div>"그럴 리 없어.. 야!! 양아치 건달새끼야!!! 검사 다시 해봐!!"</div> <div> </div> <div>론은 과학자를 향해 위협적으로 다가가 손가락질을 해댔다.</div> <div>우리 남편은 인종차별적인 면이 좀 있다. 보통 잘 드러내는 편은 아니다. </div> <div>백인 여성과 흑인 남성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귓속말을 해오곤 했다. </div> <div>농담이라고 하지만 뼈가 있는 말이었다.</div> <div>바보같이 사랑의 힘으로 남편을 바꿀 수 있을거라 믿고 있었다.</div> <div> </div> <div>과학자는 용기를 내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div> <div> </div> <div>"결과를 보면 당신은 흑인의 혈통을 가지고 있어요. 당신에게 문제가 된다니 유감입니다만 사실이에요. 바꿀 수도 없구요."</div> <div> </div> <div>론은 약간 피부가 까무잡잡 했었는데 나는 햇빛에 타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div> <div>뒷뜰에서 정원을 가꾸며 꽤 오랜 시간을 보내는 편이기 때문이다. </div> <div>자식이라도 되는 마냥 정원을 무척이나 아꼈다. </div> <div>난초랑 해바라기, 백합을 심으며 언제나 물도 듬뿍 주고 거름도 충분히 줬다. </div> <div>뻣뻣한 성격이었는데 정원을 가꾸며 많이 부드러워졌다.</div> <div> </div> <div>"그니까 지금 우리 와이프가 까만 피부를 가진 애를 낳을 수도 있다는거네??"</div> <div>"당신은 그렇게까지 싫은거야?" </div> <div> </div> <div>나는 눈물이 났다.</div> <div>론은 욱하며 눈에 불을 켜고 나를 째려보더니 애써 화를 삼키며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갔다.</div> <div>자동차 바퀴에서 탄 내가 날 정도로 차를 급히 몰아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집까지 태워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div> <div> </div> <div>집에 가보니 론은 정원에 있었다. </div> <div>잔뜩 성이 나서는 식물들을 마구 뽑아 여기저기에 던지고 있었다. 가슴이 무너지는 듯 했다.</div> <div> </div> <div>"론! 진짜 왜 이래?"</div> <div> </div> <div>남편의 팔을 붙들고 울면서 말렸다.</div> <div> </div> <div>"왜 그렇게 싫은건데?"</div> <div> </div> <div>이제는 남편마저도 눈물을 흘렸다.</div> <div> </div> <div>"여태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는데. 아무도 미워해 본 적이 없는데."</div> <div>"근데 지금은 왜 그러는 거야?"</div> <div> </div> <div>론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div> <div> </div> <div>"예전 아내가 흑인이랑 바람이 났었어."</div> <div> </div> <div>남편이 결혼을 했었다는 얘기는 처음들었다. </div> <div>나와 나눌 수 없을 정도로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었나보다.</div> <div>론은 이야기를 이어갔다.</div> <div> </div> <div>"내가 직접 본 건 아니지만. 근데 아마 맞을거야. 절대 아니라고는 했지만 믿을 수가 있어야지."</div> <div>"왜?"</div> <div>"흑인 아기를 낳았거든."</div> <div>"애가 있었어?"</div> <div> </div> <div>나한테 그런 사실을 숨기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div> <div> </div> <div>"언제 그런거야? 애기는 지금 어디있어?"</div> <div> </div> <div>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만신창이가 된 정원만을 응시했다.</div> <div>구석에는 론이 묻어놓은 나무 상자 하나가 놓여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infertile([땅이] 메마른, 불모의;생식력이없는, 불임의; 무정란의)</div> <div>이라는 제목을 보고 글 중간까지는 남자가 불임인가 했었는데 요고를 묘하게 번역을 못하겠어서..</div> <div>글쓴이도 fertility로 제목을 바꾸고 싶다는 댓글을 남겨서 임의로 제목을 달았습니당..</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