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 </div> <div>몇 년이나 된거지? </div> <div>오늘이나 내일이 아마도 딱 20년이 되는 날일텐데. </div> <div>날짜를 잊어버렸다.</div> <div>하루 하루 날짜를 헤아리면서 미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div> <div>날짜 말고도 갑자기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div> <div> </div> <div>판사님. 지금은 이름이 어찌 되시려나? </div> <div>의사봉을 내려치며 하는 그의 말이 법정에 울려 퍼졌었다.</div> <div>나를 포함한 몇 명은 우주에서 종신형을 보내는 최초의 수감자가 되었다.</div> <div>나같은 사람들을 본보기로 삼았다. </div> <div>구경꾼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야유도 보내왔다. </div> <div>어떤 사람은 나한테 침도 뱉고 신발도 던졌다.</div> <div>신발 뒷꿈치 부분으로 잘못 맞아서 관자놀이에서 피까지 났다. </div> <div>보안요원들은 아무 것도 안보고 아무 것도 듣지 않았다.</div> <div> </div> <div>내가 소행성대를 벗어날 수 있는 확률은 3%도 안된다고 한다.</div> <div>난 기뻤다. 지구에서 아내도 없이 살고 싶지는 않다. </div> <div>이번 선고로 나의 운명도 끝이겠지.</div> <div>내가 탄 왕복선이 우주로 발사됐다. </div> <div>몸에 꽉 끼는 튜브 때문에 얼굴이 가려워도 팔을 구부릴 수 없었다.</div> <div>다리가 뻐근했지만 스트레칭도 할 수 없었다. </div> <div>하지만 여기에 작은 창문이 하나 있어서 파란 구슬이 점점 사라지다가 마침내 어둠에 잠기는 모습은 볼 수 있었다. </div> <div> </div> <div>소행성대는 이미 한참을 지나버렸다. </div> <div>나한테 거짓말을 했겠지. </div> <div>왕복선은 소행성대 방향으로 발사되지 않았다.</div> <div> </div> <div>태양 마저도 저멀리 보이는 수많은 별들의 일부가 됐을 때 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div> <div>링거 주사는 20년이 되면 끝난다. 대략 6억 초에 해당된다. </div> <div>초반에 깜빡 잠들거나 숫자를 잊어버리는 바람에 엄청나게 후회도 하고 화도 났었다. </div> <div> </div> <div>꿈을 꾸기도 했었다. </div> <div>아내와 우리 아기가 나오기도 하고 모든 것을 뺏긴 그 날 밤을 다시 겪기도 했다. </div> <div>꿈을 꾸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고 우주도 점점 더 어두워졌다.</div> <div> </div> <div>이제는 내가 잠든건지 아닌지도 분간이 안된다. 계속 숫자만 셀 뿐.</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오늘 안에는 죽겠네요..</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