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eping Sound
삐.. 삐.. 삐..
침대에서 깨어나자 마치 수영장에서 막 나온 느낌이다.
온 몸이 땀 범벅이고 심장은 엄청나게 빨리 뛰고 있었다.
또 악몽을 꿨나본데 기억하지 않는 편이 낫겠지.
삐
이상하게 삐삐거리는 소리가 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내 방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온 집안에서 메아리가 치고 있다.
삐
높은 음인데다 엄청나게 짜증나는 소리다.
지속적인 간격으로 대략 5초마다 소리가 나고 있다.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지?
삐
침대에서 나와 침실 문으로 갔다. 문을 열자 끼익 소리가 났고 조심스레 복도 쪽으로 머리를 삐끔 내밀었다.
삐소리가 또 났는데 소리에 전혀 변화가 없다.
어쨋거나 내 침실에서 나는 소리가 분명하다. 복도에서 나는 소리면 문이 닫혀있을 땐 소리가 작게 났을테니.
삐
너무 짜증나니까 소리가 더 신경이 쓰인다.
15분 정도 내 방 여기저기를 뒤져보고, 플러그도 전부 다 뽑았다.
삐소리가 나는 위치를 찾으려고 내 방 벽을 거의 다 허물기까지 했다.
아니 이런 니미 망할 삐소리는 아직도 멈추질 않는다.
그냥 푹 자버리기로 결심했다. 두통이 오기 전에 언능 술이나 마시러 나가야겠다.
삐소리가 날 때마다 머리 속에서 돌멩이가 바운스를 추는 느낌이다.
삐
"아 시밤 진짜 이 삐소리 어디서 나는거야????" 혼잣말을 했다.
분명 이 내 방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복도나 다른 데서 나는거야. 화재 경보기 건전지가 다 됐나? 아, 그거네.
망할 화재 경보기 건전기를 갈아줘야겠구나! 생각해보니까 지난 6개월 동안 한 번도 건전지를 안갈아줬다는 생각이 났다.
아이구야 빨리 갈아줘야겠다.
안심을 하고 복도로 나선 후 천장에 있는 화재 경보기를 올려다봤다. 까치발로 서서 손을 뻗어 뚜껑을 열었다.
검정색 건전지가 들어있길래 이 망할 건전지를 빼내었다.
위풍당당하게 내 방으로 들어가서 옛날 건전지를 빼서 버렸다.
침대로 폴짝 올라가서 다시 자려고 눈을 꼬옥 감았다.
30초쯤 지났을까.. 삐소리가 안난다. 아 드디어 이제 잠을 좀 자겠-
삐
엄청난 두통이 밀려와서 누웠다가 다시 일어났다. 진짜로 저거 뭐지?
삐소리가 점점 커지고 두통은 더 심해진다.
삐
'젠장. 건전지를 아예 빼내면 소리가 멈추는데 그 생각을 못했네' 라고 생각했다.
침대에서 기어나와 복도까지 걸어나왔다. 화재 경보기를 올려다보니 원래 있었던 빨간불이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삐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건전지 감지기인가 보다.
니미. 이건 새벽 네시에 건전지를 사러 나가야 한다는 소리다!! 삐소리가 다시 나면서 내 머리가 삶아지는 느낌이다.
아 더이상 어쩌질 못하겠다. 망할놈의 건전지를 사서 잠이나 자야겠다.
바지랑 외투를 입고 휴대폰이랑 열쇠를 집어들고 아파트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을 바라본 순간 눈썹 한쪽이 올라갔다. 배정받은 주차구역에 내 차만 없고 다른 자리는 모두 이웃들 차가 서있었다.
삐
이...게.... 대체.....?
삐
아직도 삐소리가 나고 있다. 집 안에서 들은 소리만큼 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거지? 아직도 꿈을 꾸나?
아니 불가능해. 꿈이라기엔 너무 현실감있다.
삐
아 진짜!!!!
절박한 마음으로 주차장에서 내 차를 찾아다녔지만 아무데도 없었다. 누가 훔쳐간건가? 와 기분 존나시발좋네!!!!
두통은 심해졌고 이 끝나지 않을 듯한 삐소리는 나를 미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어느 썅놈이 내 차까지 훔쳐갔고!!!
이보다 더 나빠질 순 없을거야.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아파트에서 최대한 멀어지려고 걷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그렇게 컸었나? 이웃들은 그 소음 속에서 어떻게 잠을 자는거지?
핸드폰 화면을 보며 911로 전화를 걸고 얼굴에 갖다 댔다. 핸드폰에서도 삐소리가 났다.
어째선지 신호가 잡히질 않는다. 뭐가 잘못된 모양이다.
2분이 지나기도 전에 상황이 더 안좋아지다니. 진짜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
삐
뭐야?
아파트에서 한참을 걸어나왔다. 어떻게 저 멀리서 나는 소리가 들리는거며, 어떻게 이렇게 크게 날 수가 있지?
내가 지금 환청을 듣는거구나. 환청말곤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지난 밤에 술을 엄청나게 마시는 바람에 아직도 취기가 가시지 않았나보다.
새벽 네 시에 피곤하고 짜증도 나고. 저 소리는 환청이 분명하다.
삐
나는 계속해서 길을 따라 걸었고 최선을 다해 삐소리를 무시해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삐소리를 떨쳐낼 방법이 없었다.
소리는 머릿속에서 나는게 분명한데 없앨 방법이 없다.
집에 가서 잠이나 자고 싶다.
아파트에 도착해서 옆 집 벨을 누르고 누가 나오길 기다렸다.
2분쯤 있었는데도 아무런 대답이 없어서 다시 벨을 눌렀다. 또 몇 분이 지났지만 아무도 나와보질 않는다.
씨발 내가 아주 그냥 지금 경찰서까지 걸어간다 씨발. 끽해봐야 여기서 4키로 정도야.
이게 원래 나뉘어진 글이 아닌데요..
장편은 첨 해봐서 이케 힘든 줄 몰랐어요ㅠㅠ엉엉..
긴 글 하시는 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나머지 부분은 내일 올리겠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