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Written by 무명논객
오늘날 학생들이 글을 잘 쓰지 못하며, 심지어 대학생들조차 학부생 맞나 싶을 정도로 글을 못 쓴다는 말들이 오고 가는데, 나 역시 교양 수업에서 교수님이 학생들을 향해 "맞춤법도 엉망이고 논리적 구성도 전혀 되어 있지 않으며 심지어 주술관계도 호응되지 않는다"라며 신랄하게 비판한 것을 들은 바 있기에 그러한 문제 의식에 깊이 공감하는 바, 충분히 고민해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알리는 것이며, 그 형식이 감성적이건 논리적이건 글쓰기는 자신을 담는 행위라는 점에서, 글에 자신이 온전히 담겨있지 않다면, 타인에게 비춰지는 모습보다도 내 자신이 스스로가 부끄러워지지 않던가?
물론 이것은 지극히 내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잘' 쓰지는 못하더라도 '올바른 구성'을 익혀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은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시 말해, 맞춤법을 틀리지 않은 것이 '좋은 글'의 기준이 될 수 없으며, 내용과 구성과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글쓰기를 바라보고 배우는 것이 올바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학생들이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이유 중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는데,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책을 많이 읽고 좀 더 완성된 문장구조와 세련된 어휘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습득한 지식을 활용하고 적용하는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오늘날 필요한 것은 독해 능력이지 학습 능력이 아니라는 말이다.
구태여 우리가 데카르트의 <제 1철학에 관한 성찰>이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혹은 마르크스의 <경제학-철학 수고>를 찾아 읽음으로서 지식의 총량에 무게를 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지식인의 역할이다. 다만,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렇게 쌓인 지식의 총량을 얼마만큼 활용할 수 있는가의 여부이다. 독해는 사유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며, 사유의 부재는 제 아무리 좋은 텍스트가 있어도 그것을 한낱 종이 위에 써진 잉크 자국으로 남겨버린다.
지금 당장 일베를 들어가보라. 그들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기표를 향유하고 있지만 정작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적 사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사유의 부재가 불러온 참극이라고 생각한다. 그들 앞에 던져진 "자유민주주의"에 관한 텍스트는 전혀 독해되지 못한 채, 기표만이 둥둥 떠다닐 뿐이다.(나는 종종 극우파들의 낮은 지능 수준을 조롱하곤 하는데, 그들은 바로 이러한 독해 능력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을 향해 '바보'라고 말하는 것이 틀린 명제는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에게 있어,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이며, 어떠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어떠한 분석을 할 수 있으며, 어떠한 레토릭을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유의 전개보다, 소위 '좌좀'을 향해 '우덜식 민주주의!'라며 조롱하는 키워드로만 기능한다.
우리는 데카르트의 "Cogito ergo sum"을 보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외울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생산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이 말은 모든 이들이 인문학자가 되어야 한다거나 사회과학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어떠한 주어진 질문과 논제에 관해 답을 내놓고 연구하는 것은 학자의 역할이다. 그러나, 그러한 "질문"을 생산해내는 영역은 우리의 역할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유하는 법'을 기르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 제 목 | 이름 | 날짜 | 조회 | 추천 | |||||
---|---|---|---|---|---|---|---|---|---|---|
네? 시게를 폐지하자구요? 당신들이 그냥 정치에 냉소적인게 아니고? | 무명논객 | 14/03/15 09:04 | 3212 | 148/25 | ||||||
(단상) 지역감정은 허구다! [12] | 무명논객 | 14/02/08 00:27 | 2992 | 34/15 | ||||||
(속보) 쌍용차 노동자 해고 무효 판결 [25] | 무명논객 | 14/02/07 13:12 | 2840 | 113 | ||||||
▶ | (단상) 사유의 부재, 그리고 글쓰기 [10] | 무명논객 | 14/01/15 06:25 | 1666 | 44 | |||||
개념적 이해를도와드리기 위한 사회민주주의 이념 정리 [9] | 무명논객 | 14/01/14 00:37 | 2068 | 64 | ||||||
(소고) 박근혜 정부의 성격에 관하여 [1] | 무명논객 | 14/01/08 16:49 | 1660 | 35 | ||||||
(단상)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7] | 무명논객 | 13/12/31 10:27 | 1881 | 38 | ||||||
(발제) 『페미니즘』─페미니즘 입문자들을 위하여 [6] | 무명논객 | 13/12/05 10:21 | 1718 | 36/4 | ||||||
당분간 시게에 글쓰는 걸 접을 생각입니다. [18] | 무명논객 | 13/12/04 23:11 | 1801 | 77 | ||||||
[논문]NLL에 관한 가장 유효한 접근법에 관한 논문 [6] | 무명논객 | 13/11/25 12:35 | 1592 | 25 | ||||||
(소고) 알랭 바디우-'진리의 정치'. 보편성의 정치를 위해 [4] | 무명논객 | 13/11/21 10:22 | 1120 | 19/2 | ||||||
(기획) 한국현대정치 비판론 -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하여 [12] | 무명논객 | 13/11/01 16:34 | 942 | 31 | ||||||
(단상) 우리는 대체 왜 분노하는가? [16] | 무명논객 | 13/10/30 14:58 | 2126 | 48 | ||||||
(기획) 기억을 전유하기 위하여 - "우리는 알지 못하나이다." [3] | 무명논객 | 13/10/30 03:43 | 1175 | 20 | ||||||
(해설) 아래 필자의 글에 대한 아주 간단한 해설. [47] | 무명논객 | 13/09/26 23:46 | 1360 | 20/9 | ||||||
(첨언) 알튀세르를 위한 변명 [1] | 무명논객 | 13/09/19 16:18 | 1045 | 12 | ||||||
(비평) 알튀세르 읽기 혹은 넘어서기 - 주체 개념을 중심으로 [5] | 무명논객 | 13/09/18 02:11 | 1147 | 18/2 | ||||||
정당의 변혁적 사유 이해하기 - 좌절한팬더님께 반론 [4] | 무명논객 | 13/09/11 20:28 | 814 | 15 | ||||||
석기시대를 바라보며..짧은 단상. [3] | 무명논객 | 13/09/04 22:57 | 1698 | 26 | ||||||
'민족'은 더 이상 호명될 수 없다. [14] | 무명논객 | 13/08/20 23:54 | 1387 | 27/8 | ||||||
[펌] 북유럽 모델의 핵심과 오해 [22] | 무명논객 | 13/08/20 18:57 | 8236 | 80 | ||||||
남성연대를 지지하는 자들이 꼭 읽어야 할 글. [14] | 무명논객 | 13/08/14 11:10 | 2683 | 30/7 | ||||||
민주적 시민의 자세에 관한 송준모옹의 일침 [5] | 무명논객 | 13/08/08 16:51 | 1026 | 21 | ||||||
(첨언) 성재기, 그리고 남성연대에 관한 몇 가지 비판 [4] | 무명논객 | 13/08/01 08:25 | 2961 | 61/11 | ||||||
성재기의 죽음 - 그리고 망상증적 징후들. [5] | 무명논객 | 13/07/30 00:38 | 7730 | 114/16 | ||||||
누가 성재기를 전태일과 동급으로 취급하는가. [5] | 무명논객 | 13/07/28 09:36 | 4974 | 116 | ||||||
<자본론>의 재생산 공식 허점, 로자 룩셈부르크의 비판-보완 | 무명논객 | 13/07/26 23:09 | 1650 | 15 | ||||||
진보주의자들(혹은 그를 자처하는 멍청이들)에게 [11] | 무명논객 | 13/07/25 08:18 | 2166 | 38/5 | ||||||
진보신당 새 당명 확정 "노동당" [5] | 무명논객 | 13/07/21 19:15 | 4685 | 43 | ||||||
협동조합 바로 보기 - 베충이들의 딴지? [1] | 무명논객 | 13/07/21 10:08 | 1561 | 27 | ||||||
|
||||||||||
[1] [2] [3] [4] [5] [6] [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