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만우절이다. <DIV><BR></DIV> <DIV>딱히 할 것도 없던 우리들은 여느 때처럼 내 방에 모여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지루했던 우리는 게임을 하기로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마침 만우절이겠다, 거짓말을 해 보기로 한 것이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것을 안주 삼아 이야기하며 술을 마시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시시한 게임이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그 시시함이 좋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1번 타자는 나였다.</DIV> <DIV><BR></DIV> <DIV>[이번 여름에 헌팅한 여자가 임신했지 뭐냐. 실은 지금 한 아이의 아버지라구.]</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때서야 처음 알았지만, 사람은 거짓말을 하라고 시키면 정작 100% 거짓말은 할 수 없다.</DIV> <DIV><BR></DIV> <DIV>나는 여름에 헌팅은 하지 않았지만, 여자친구가 임신했던 터였다.</DIV> <DIV><BR></DIV> <DIV>한 아이의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낙태를 시킨 아이는 있었던 것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느 놈이 어떤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는 좀처럼 알 수 없다.</DIV> <DIV><BR></DIV> <DIV>그리고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즐겁다.</DIV> <DIV><BR></DIV> <DIV>그렇게 순서대로 거짓말은 이어져서, 결국 마지막 놈의 차례가 되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녀석은 홀짝 맥주를 삼키고, 염치 없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DIV> <DIV><BR></DIV> <DIV>[나는 너희들 같이 그럴 듯하게 거짓말은 못하겠어. 그 대신 하나 만들어낸 이야기를 해 줄게.]</DIV> <DIV><BR></DIV> <DIV>[뭐야, 그게. 게임의 취지에 어긋나잖아.]</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에이, 상관 없으니까 들어봐. 심심하게 만들지는 않을테니까.]</DIV> <DIV><BR></DIV> <DIV>그렇게 말하고 자세를 바로잡은 그는 중얼거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침에 일어나자 아무 것도 없는 흰 방에 있었다.</DIV> <DIV><BR></DIV> <DIV>어째서 거기에 있는지, 어떻게 거기까지 왔는지는 전혀 기억에 없었다.</DIV> <DIV><BR></DIV> <DIV>단지 눈을 뜨자 내가 그 곳에 있었다.</DIV> <DIV><BR></DIV> <DIV>한동안 망연자실한 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서 있었지만, 갑자기 천장에서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BR></DIV> <DIV>낡은 스피커인지, 노이즈가 낀 이상한 목소리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지금부터 나아가게 될 길은 인생의 길이며, 인간의 업을 걷는 길이다.</DIV> <DIV><BR></DIV> <DIV>선택과 고민과 결단만이 있다.</DIV> <DIV><BR></DIV> <DIV>걷는 길은 많아도 끝은 하나.</DIV> <DIV><BR></DIV> <DIV>결코 모순된 길을 걷지 말아라.]</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제야 깨달았지만, 내 등 뒤에는 문이 있었다.</DIV> <DIV><BR></DIV> <DIV>옆에는 [나아가라.] 라고 써진 붉은 글씨가 찰싹 붙어 있었다.</DIV> <DIV><BR></DIV> <DIV>그 문으로 들어서자 오른손에는 텔레비전이, 왼손에는 침낭이 들려 있었다.</DIV> <DIV><BR></DIV> <DIV>텔레비전에서는 쉴 새 없이 수많은 나라의 굶주린 이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바닥에는 종이 조각이 떨어져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3개 중 하나를 고르시오.</DIV> <DIV><BR><SPAN style="WIDTH: 1px; FLOAT: right; HEIGHT: 1px" id=callbacknestvkepitaphtistorycom6619162></SPAN></DIV> <DIV>하나. 오른손의 텔레비전을 망가트리기.</DIV> <DIV><BR></DIV> <DIV>둘. 왼손의 사람을 죽이기.</DIV> <DIV><BR></DIV> <DIV>셋. 당신 스스로 목숨을 끊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첫번째를 선택하면 출구에 가까워집니다.</DIV> <DIV><BR></DIV> <DIV>당신과 왼손에 들린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고, 그 대신 텔레비전에 나온 사람들이 죽습니다.</DIV> <DIV><BR></DIV> <DIV>두번째를 선택하면 출구에 가까워집니다.</DIV> <DIV><BR></DIV> <DIV>그 대신 왼손에 들린 사람은 죽고 맙니다.</DIV> <DIV><BR></DIV> <DIV>세번째를 선택하면 왼손에 들린 사람은 출구에 가까워집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당신은 그대로 끝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이가 없었다.</DIV> <DIV><BR></DIV> <DIV>셋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답이 없었다.</DIV> <DIV><BR></DIV> <DIV>화가 날 정도로 멍청한 소리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정작 그 상황에 놓이자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DIV> <DIV><BR></DIV> <DIV>오히려 나는 공포에 질려 덜덜 떨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그 정도로 그 방의 분위기는 이상했고, 뭐라 말할 수 없는 중압감이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나는 생각했다.</DIV> <DIV><BR></DIV> <DIV>어딘가에 살고 있는 불특정 다수의 생명인가.</DIV> <DIV><BR></DIV> <DIV>바로 옆에 있는 낯선 하나의 생명인가.</DIV> <DIV><BR></DIV> <DIV>나 자신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 목숨인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어차피 죽는다.</DIV> <DIV><BR></DIV> <DIV>그것은 세번째를 선택하는 것일까.</DIV> <DIV><BR></DIV> <DIV>싫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무 것도 모른채 여기서 죽고 싶지는 않다.</DIV> <DIV><BR></DIV> <DIV>하나의 생명인가, 아니면 많은 이들의 생명인가.</DIV> <DIV><BR></DIV> <DIV>그것은 비교할 필요도 없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침낭 옆에는 커다란 창이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조용히 창을 손에 들고, 천천히 치켜 든 뒤 움직이지 않는 애벌레 같은 모습의 침낭으로 창을 내리 꽂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둔한 소리가, 감각이 전해진다.</DIV> <DIV><BR></DIV> <DIV>다음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DIV> <DIV><BR></DIV> <DIV>한 번 더 창을 찌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죄악감을 마비시킨다.</DIV> <DIV><BR></DIV> <DIV>한 번 더 창을 치켜들자, 철컥하고 문이 열렸다.</DIV> <DIV><BR></DIV> <DIV>오른손의 텔레비전에서는 색이 없는 눈동자의 아귀가 부릅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음 방에 들어서자 오른손에는 여객선의 모형이, 왼손에는 똑같이 침낭이 있었다.</DIV> <DIV><BR></DIV> <DIV>바닥에는 역시 종이가 떨어져 있었고, 거기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3개 중 하나를 고르시오.</DIV> <DIV><BR></DIV> <DIV>하나. 오른손의 여객선을 부수기.</DIV> <DIV><BR></DIV> <DIV>둘. 왼손의 침낭을 태우기.</DIV> <DIV><BR></DIV> <DIV>셋. 당신 스스로 목숨을 끊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첫번째를 선택하면 출구에 가까워집니다.</DIV> <DIV><BR></DIV> <DIV>당신과 왼손에 들린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고, 그 대신 여객선의 승객들은 죽습니다.</DIV> <DIV><BR></DIV> <DIV>두번째를 선택하면 출구에 가까워집니다.</DIV> <DIV><BR></DIV> <DIV>그 대신 왼손에 들린 사람은 죽고 맙니다.</DIV> <DIV><BR></DIV> <DIV>세번째를 선택하면 왼손에 들린 사람은 출구에 가까워집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당신은 그대로 끝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여객선은 단순한 모형이었다.</DIV> <DIV><BR></DIV> <DIV>제대로 생각하자면 그런 모형을 부순다고 사람이 죽을리가 없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그 때 나는 그 종이에 적힌 것은 반드시 사실이라고 생각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유는 없었지만, 단지 그렇게 믿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침낭 옆에 있던 등유를 침낭이 젖도록 뿌리고, 성냥을 켜서 던졌다.</DIV> <DIV><BR></DIV> <DIV>침낭은 금새 불길에 휩싸였다.</DIV> <DIV><BR></DIV> <DIV>나는 여객선의 앞에 서서 뿌연 연기 속의 모형을 바라보며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2분 정도 지났을까.</DIV> <DIV><BR></DIV> <DIV>더 이상 시간 감각은 없었지만 사람이 죽는 시간이니 아마 2분 정도였을 것이다.</DIV> <DIV><BR></DIV> <DIV>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다음 문이 열렸다.</DIV> <DIV><BR></DIV> <DIV>왼손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은 하지 않았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음 방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오른손에 지구본이 있었고, 왼손에는 또 침낭이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빠른 걸음으로 들어서 종이 조각을 주웠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3개 중 하나를 고르시오.</DIV> <DIV><BR></DIV> <DIV>하나. 오른손의 지구본을 부수기.</DIV> <DIV><BR></DIV> <DIV>둘. 왼손의 침낭을 쏘기.</DIV> <DIV><BR></DIV> <DIV>셋. 당신 스스로 목숨을 끊기.]</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첫번째를 선택하면 출구에 가까워집니다.</DIV> <DIV><BR></DIV> <DIV>당신과 왼손에 들린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고, 그 대신 지구상 어딘가에 핵폭탄이 떨어집니다.</DIV> <DIV><BR></DIV> <DIV>두번째를 선택하면 출구에 가까워집니다.</DIV> <DIV><BR></DIV> <DIV>그 대신 왼손에 들린 사람은 죽고 맙니다.</DIV> <DIV><BR></DIV> <DIV>세번째를 선택하면 왼손에 들린 사람은 출구에 가까워집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당신은 그대로 끝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사고나 감정은 이미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반쯤 기계적으로 침낭 옆에 있는 권총을 주워 장전하고,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DIV> <DIV><BR></DIV> <DIV>탕하고 메마른 소리가 울려퍼졌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탕, 탕, 탕, 탕, 탕.</DIV> <DIV><BR></DIV> <DIV>리볼버는 6발을 쏘자 텅 비었다.</DIV> <DIV><BR></DIV> <DIV>처음으로 쏜 권총은 평의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보다 더 간편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문으로 향하자 이미 열려 있었다.</DIV> <DIV><BR></DIV> <DIV>몇번째 총알로 침낭 속의 사람이 죽었는지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DIV> <DIV><BR></DIV> <DIV>마지막 방은 아무 것도 없는 방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무심코 [어?] 하고 소리를 냈지만, 여기가 출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놓았다.</DIV> <DIV><BR></DIV> <DIV>겨우 나왔구나 싶었다.</DIV> <DIV><BR></DIV> <DIV>그러자 다시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마지막 질문이다.</DIV> <DIV><BR></DIV> <DIV>3명의 인간.</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3명을 제외한 전세계의 인간.</DIV> <DIV><BR></DIV> <DIV>그리고 너.</DIV> <DIV><BR></DIV> <DIV>셋 중 하나를 죽여야 한다면 너는 무엇을 선택하겠나.]</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조용히 내가 온 길을 가리켰다.</DIV> <DIV><BR></DIV> <DIV>그러자 머리 위에서 또 소리가 들렸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축하한다.</DIV> <DIV><BR></DIV> <DIV>너는 모순에 빠지지 않고 선택을 완료했다.</DIV> <DIV><BR></DIV> <DIV>인생이란 선택의 연속이며, 익명의 행복 뒤에는 익명의 불행이 있고, 익명의 삶을 위해서 익명의 죽음이 있다.</DIV> <DIV><BR></DIV> <DIV>너는 그것을 증명했다.</DIV> <DIV><BR></DIV> <DIV>그러나 그렇다고 결코 생명의 무게가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DIV> <DIV><BR></DIV> <DIV>마지막으로, 너에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느끼게 해 주마.</DIV> <DIV><BR></DIV> <DIV>출구는 열렸다.</DIV> <DIV><BR></DIV> <DIV>축하한다.</DIV> <DIV><BR></DIV> <DIV>축하한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멍하니 그 소리를 들으며, 안심하면서도 허탈함에 잠겼다.</DIV> <DIV><BR></DIV> <DIV>온몸에서는 힘이 빠져서, 휘청거리면서 겨우 마지막 문을 열었다.</DIV> <DIV><BR></DIV> <DIV>빛이 쏟아지는 눈부신 방을 반쯤 장님처럼 걸어가자, 다리에 무엇인가가 부딪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세 개의 영정이 있었다.</DIV> <DIV><BR></DIV> <DIV>아버지와 어머니, 동생의 영정이.</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우리는 침도 삼킬 수 없을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이 이야기는 도대체 뭘까.</DIV> <DIV><BR></DIV> <DIV>형용할 수 없는 압박감은 무엇이란 말인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이 형체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맥주를 한 입에 들이키고, 애써 소리를 높여 이렇게 말했다.</DIV> <DIV><BR></DIV> <DIV>[그런 기분 나쁜 이야기는 그만 해! 재밌는 거짓말을 해 보라니까! 그래, 너도 이번에는 이야기말고 뭐라도 거짓말을 해 봐!]</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자 그는 입꼬리만을 끌어올린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DIV> <DIV><BR></DIV> <DIV>그 표정을 보자 나는 몸 밑바닥부터 몸부림치는 공포를 느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그 녀석이 입을 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벌써 했어, 거짓말은.]</DIV> <DIV><BR></DIV> <DIV>[뭐?]</DIV> <DIV><BR></DIV> <DIV>[...하나 만들어낸 이야기를 해 줄게, 라고.]</DIV> <P> </P> <P>출처 : <a target="_blank" href="http://vkepitaph.tistory.com/663" target=_blank><U><FONT color=#0066cc>http://vkepitaph.tistory.com/663</FONT></U></A>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