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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748392
    작성자 : 달러멘디
    추천 : 85
    조회수 : 15411
    IP : 125.133.***.180
    댓글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9/14 16:44:13
    원글작성시간 : 2013/09/14 13:03:33
    http://todayhumor.com/?humorbest_748392 모바일
    예비군 해병대 썰.txt
     
    약 5년 전. A시의 예비군 교장은 평화 그 자체였다.
     
    ....
     
    왜냐하면 아직 예비군들이 입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십분 뒤, 이곳은 지옥으로 탈바꿈한다.
     
    시간이 가지 않는 지옥, 무료함과 지루함의 지옥, 방탄모와 총의 무게에 눌리는 지옥. 등....
     
     
    일병까지는 조교로써 복무했기에, 다양한 예비군들을 만난다.
     
    육해공은 물론이거니와, 자이툰 부대 및 해병대 역시 있기 마련이다.
     
    자이툰 부대 전역자는 딱 두명밖에 보지 못했지만
     
    멀리서부터 티가 나는 것은 역시 해병대 예비군이다.
     
    예비군 모자부터 그 형태가 다르며, 점점 형상이 선명해짐에 따라
     
    그림이 오바로크 되어 있다던가, 빨간색 이름표 등으로 치창한 예비군들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당시에는 그게 뭐라고, 부러워지기까지 했었다.
     
     
    어느 날이었던가,  빨갛게 용 그림이 새겨진 군복.
     
    그리고 깔맞춤인지 얼굴마저 빨갛게 물들인 예비군이 입소장 앞에서 조교인 나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예비군 입소 시간 전까지 술을 마셨나 할 정도로 많이 취한 모습이었다.
     
    완벽하게 광이 나며 흙먼지가 붙지 않은 전투화, 아직 각이 사라지지 않은 군복이
     
    그 예비군은 아직 1~2년차인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선배님, 술이 아직 깨지 않으신 것 같은데, 입소하시면 안됩니다."
     
    술에 절어 발음조차 제대로 되지 않던 그 예비군은
     
    기가 막히게도 교관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와서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자기가 누군지 아느냐, 어디서 민간인한테 말을 하느냐 등
     
    내가 본 최악의 예비군 중 하나였다.
     
     
    사실 진상 예비군들은 적지 않은 수를 만나보았지만
     
    언성이며 태도와 술이 합쳐진 세가지 컴비네이션이 우리 모두를 당황케 했다.
     
    차라리 술김에 우리 중 한명을 때려서 곧장 퇴소조치를 하면 되겠지만, 우리로서는 예비군에게 먼저 조치하기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 한명 때문에 조교들이 몇 명 붙었어야 했기에, 진행에 차질이 있었다.
     
    몇 년 후 부터 전자서명기가 도입된다고 하던데, 음주측정기도 같이 도입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갈 무렵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던 와중에, 뒤에서 다른 해병대 예비군이 입소하였다.
     
    우리 교장에선 모자가 필요 없기에 모자도 착용하지 않았으며
     
    각은 없어지고 형체만 유지하고 있는 군복, 가볍고 지퍼가 달렸으며 너덜너덜해진 전투화로 미루어 볼 때
     
    그 예비군은 베테랑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뒤에서 잠시 지켜보더니, 진상 예비군에게 말을 걸었다.
     
    "아저씨."
     
    "뭐야? 넌" 
     
    "여기서 다들 힘들게 하지 말고 조교 말 들으시죠."
     
    "아..ㅆㅂ 너 뭐야? 너도 해병대냐? 너 이 옷 어서 받았어?"
     
    혀가 꼬인 상태에서 발음마저 흐트러졌지만, 목소리 하나는 우렁찼다.
     
    결국 주변 예비군 및 조교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진상예비군은 참지 못하고 그 예비군의 멱살을 잡았다.
     
    하지만 곧바로 뿌리치고 조근조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몇기인지 물어 보고 싶지도 않고, 이런 곳에서 자부심 부릴 생각도 없어요.
     하지만 이 친구들도 당신처럼 군 생활 중이고 똑같이 힘들어요.
     내가 진짜 해병대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게 아니라, 당신이 그렇게 진상을 피우는 게 중요한 일이죠.
     보아하니 아직 전역한지 얼마 안 된거 같은데
     술 처먹었으면 곱게 집에 가서 잠이나 자요. 이런데서 해병대 전체 욕먹이지 말고.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해병대들이 욕먹기도 하는거에요. 알았어요!?"
     
    나긋나긋하지만 힘있는 목소리에 결국 그 예비군은 주춤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교관이 도착하고, 그 예비군은 조용히 퇴소조치를 받았다.
     
    "소란피워서 미안해요."
     
    우리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도인접 받으러 향하던 그 예비군의 등에 새겨진 그림이
     
    그날따라 정말 아름답게 보였다.
     
    남자가 정말 멋지게 보인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30분 후, 총기를 지급받은 그 예비군은 교장에 드러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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