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약 5년 전. A시의 예비군 교장은 평화 그 자체였다.</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왜냐하면 아직 예비군들이 입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div> <div> </div> <div>몇십분 뒤, 이곳은 지옥으로 탈바꿈한다.</div> <div> </div> <div>시간이 가지 않는 지옥, 무료함과 지루함의 지옥, 방탄모와 총의 무게에 눌리는 지옥. 등....</div> <div> </div> <div> </div> <div>일병까지는 조교로써 복무했기에, 다양한 예비군들을 만난다.</div> <div> </div> <div>육해공은 물론이거니와, 자이툰 부대 및 해병대 역시 있기 마련이다.</div> <div> </div> <div>자이툰 부대 전역자는 딱 두명밖에 보지 못했지만</div> <div> </div> <div>멀리서부터 티가 나는 것은 역시 해병대 예비군이다.</div> <div> </div> <div>예비군 모자부터 그 형태가 다르며, 점점 형상이 선명해짐에 따라</div> <div> </div> <div>그림이 오바로크 되어 있다던가, 빨간색 이름표 등으로 치창한 예비군들이 들어오기 마련이다.</div> <div> </div> <div>당시에는 그게 뭐라고, 부러워지기까지 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어느 날이었던가, 빨갛게 용 그림이 새겨진 군복.</div> <div> </div> <div>그리고 깔맞춤인지 얼굴마저 빨갛게 물들인 예비군이 입소장 앞에서 조교인 나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div> <div> </div> <div>예비군 입소 시간 전까지 술을 마셨나 할 정도로 많이 취한 모습이었다.</div> <div> </div> <div>완벽하게 광이 나며 흙먼지가 붙지 않은 전투화, 아직 각이 사라지지 않은 군복이</div> <div> </div> <div>그 예비군은 아직 1~2년차인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선배님, 술이 아직 깨지 않으신 것 같은데, 입소하시면 안됩니다."</div> <div> </div> <div>술에 절어 발음조차 제대로 되지 않던 그 예비군은</div> <div> </div> <div>기가 막히게도 교관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와서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div> <div> </div> <div>자기가 누군지 아느냐, 어디서 민간인한테 말을 하느냐 등</div> <div> </div> <div>내가 본 최악의 예비군 중 하나였다.</div> <div> </div> <div> </div> <div>사실 진상 예비군들은 적지 않은 수를 만나보았지만</div> <div> </div> <div>언성이며 태도와 술이 합쳐진 세가지 컴비네이션이 우리 모두를 당황케 했다.</div> <div> </div> <div>차라리 술김에 우리 중 한명을 때려서 곧장 퇴소조치를 하면 되겠지만, 우리로서는 예비군에게 먼저 조치하기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div> <div> </div> <div>그 한명 때문에 조교들이 몇 명 붙었어야 했기에, 진행에 차질이 있었다.</div> <div> </div> <div>몇 년 후 부터 전자서명기가 도입된다고 하던데, 음주측정기도 같이 도입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갈 무렵</div> <div> </div> <div>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던 와중에, 뒤에서 다른 해병대 예비군이 입소하였다.</div> <div> </div> <div>우리 교장에선 모자가 필요 없기에 모자도 착용하지 않았으며</div> <div> </div> <div>각은 없어지고 형체만 유지하고 있는 군복, 가볍고 지퍼가 달렸으며 너덜너덜해진 전투화로 미루어 볼 때</div> <div> </div> <div>그 예비군은 베테랑임에 틀림이 없었다.</div> <div> </div> <div>그리고 뒤에서 잠시 지켜보더니, 진상 예비군에게 말을 걸었다.</div> <div> </div> <div>"아저씨."</div> <div> </div> <div>"뭐야? 넌" </div> <div> </div> <div>"여기서 다들 힘들게 하지 말고 조교 말 들으시죠."</div> <div> </div> <div>"아..ㅆㅂ 너 뭐야? 너도 해병대냐? 너 이 옷 어서 받았어?"</div> <div> </div> <div>혀가 꼬인 상태에서 발음마저 흐트러졌지만, 목소리 하나는 우렁찼다.</div> <div> </div> <div>결국 주변 예비군 및 조교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div> <div> </div> <div>진상예비군은 참지 못하고 그 예비군의 멱살을 잡았다.</div> <div> </div> <div>하지만 곧바로 뿌리치고 조근조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당신이 몇기인지 물어 보고 싶지도 않고, 이런 곳에서 자부심 부릴 생각도 없어요.</div> <div> 하지만 이 친구들도 당신처럼 군 생활 중이고 똑같이 힘들어요.</div> <div> 내가 진짜 해병대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게 아니라, 당신이 그렇게 진상을 피우는 게 중요한 일이죠.</div> <div> 보아하니 아직 전역한지 얼마 안 된거 같은데</div> <div> 술 처먹었으면 곱게 집에 가서 잠이나 자요. 이런데서 해병대 전체 욕먹이지 말고.</div> <div>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해병대들이 욕먹기도 하는거에요. 알았어요!?"</div> <div> </div> <div>나긋나긋하지만 힘있는 목소리에 결국 그 예비군은 주춤 할 수 밖에 없었다.</div> <div> </div> <div>결국 교관이 도착하고, 그 예비군은 조용히 퇴소조치를 받았다.</div> <div> </div> <div>"소란피워서 미안해요."</div> <div> </div> <div>우리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도인접 받으러 향하던 그 예비군의 등에 새겨진 그림이</div> <div> </div> <div>그날따라 정말 아름답게 보였다.</div> <div> </div> <div>남자가 정말 멋지게 보인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30분 후, 총기를 지급받은 그 예비군은 교장에 드러누웠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