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아침 10시. 카톡음이 울린다.</P> <P> </P> <P>-뭐하냐?-</P> <P> </P> <P>-랭-</P> <P> </P> <P>짧은 한마디로 지금 게임에 집중해야 하니 말걸지 말라는 표시를 한다. 곧이어 큐가 잡히고, "끝나고 콜미" 라는 메세지는 그 행동으로 답장하기로 결정했다.</P> <P> </P> <P>사실 저 녀석은 시작한지 두달정도 되었지만 배치를 잘 봐서 실버2티어에 배정받았고, 난 아직 브론즈를 탈출하지 못했다. 티는 안내도 배가 아픈 건 사실이다.</P> <P> </P> <P>곧이어 랭겜 큐가 잡히고, 역시나 4픽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빈속에 담배부터 피워서 그런지, 그저께 실버 승급전에서부터 브론즈2로 떨어져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아침부터 속이 쓰리다.</P> <P> </P> <P>채팅창에는 ㅎㅇ, ㅎㅇ여 등의 인사가 오가고, 왠지 버릇없어 보이기 싫어서 '안녕하세요"라고 격식을 차려본다. 사실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으나,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자신이 싫어질 것 같은 기분이다.</P> <P> </P> <P>역시나 5픽. 기대도 하지 않았다. 적어도 나보다 랭크 등급이 높거나 mmr이 높은 사람들이겠거니 싶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언제 뒤통수를 후려칠지는 모른다. 그동안 그래왔고, 나 역시도 그랬었다. 긴장감, 아니 불안감이 더 적절한 표현이리라. 이 불안감은 나뿐만이 아니겠지, 라는 생각 속에 밴픽이 오간다.</P> <P> </P> <P>게다가 브론즈 1로의 승급전. 3판 2승의 조건을 채우면 1티어로 올라가게 된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 의도적 트롤러가 될 수도 있는 사람들인지라, 말을 아낀다.</P> <P> </P> <P>사실 뭐가 밴되고 픽되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신묘하게도 카운터를 친다고 하는 챔프라고 해도 카운터를 맞는 일도 있고, 픽을 할 때 부터 자체카운터 픽을 하는 이상한 구역이다.</P> <P> </P> <P>다른 곳으로 올라가보지 못한 점도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브론즈등급이라는 환경이 이리 만들어 진 건가 한다.</P> <P> </P> <P>각자 라인은 어디가실거냐고 묻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알고 있다. 어쨋건 가장 인기없는 서포터나 정글러로써 게임을 하겠지.</P> <P> </P> <P>어쨋거나 역시 서포터. 다행인 것은 서포터를 가장 많이 해봤고(반강제적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라인이긴 하지만, 결코 게임의 판도를 뒤집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불행이다.</P> <P> </P> <P>게다가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의 호흡은 잘 맞아떨어지기 힘드리라. 이런 저런 걱정 속에 로딩창이 보인다.</P> <P> </P> <P>나미와 베인 조합으로 어찌어찌 봇은 흥하게 했으나, 다른 라인이 많이 밀렸다.</P> <P> </P> <P>"집중하죠" "원딜 잘 컸으니까 후반 바라보고 버텨봐요." 라는 나의 외침에도 아군의 정신력은 점점 희미해져 간다.</P> <P> </P> <P>"우리끼리 싸우면 이길 것도 져요;;"라고 말해보지만 아무도 나의 말은 들어주지 않는다.</P> <P> </P> <P>아군 억제기가 밀리고 있음에도 니가 안사렸네, 니가 갱을 안왔네 등으로 싸우고 있다. 그 채팅창은 흡사 한컴 타자속도 측정을 방불케 한다. 그정도 타자 칠 손가락으로 컨트롤에 더 신경써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이미 상황은 매우 기울었다.</P> <P> </P> <P>곧이어 화면에는 패배라는 메세지가 뜨고, 결과창에서도 서로 말다툼을 하고 있다.</P> <P> </P> <P>복잡한 심정으로 친구녀석에게 전화를 걸어봤다.</P> <P> </P> <P>"왜 전화하라했냐."</P> <P> </P> <P>"아니 그냥, $!%^(여긴 사적인 일이므로 적지 않겠습니다.) 근데 게임은 이겼냐?"</P> <P> </P> <P>"목소리 들으면 모르겠냐."</P> <P> </P> <P>"ㅋㅋ 또 발렸구만. 어휴 브론즈냄새"</P> <P> </P> <P>장난이겠지. 하지만 그때 난 그런 장난조차 받아 줄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P> <P> </P> <P>"이 X발 새끼가 지금 뭐랬냐? 운 쩔게 버스나 받은 주제에 뭐? 꼬우면 1:1 계삭빵 뜰까?"</P> <P> </P> <P>"뭐래 X친놈이"</P> <P> </P> <P>"아 됐고 이따 전화한다."</P> <P> </P> <P>신경질적으로 통화를 끊었다. 휴대폰을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진 못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카톡이 울린다. </P> <P>-ㅈㅅ ㅋㅋㅋㅋㅋㅋ-</P> <P> </P> <P>10여년이 지난 친구 사이여서 그런지 서로 이런 일로 화내거나 하진 않으리라, 그래도 조금 마음이 풀려서 답장을 보내고 밖으로 잠시 나간다.</P> <P> </P> <P>아직 완연한 봄 날씨라고 보기엔 이르지만, 날씨가 좋다. 날씨를 안주삼아 담배 두 대를 연달아 피웠다. 조금은 진정된 마음으로 집에 다시 들어와 랭겜 큐를 돌렸다.</P> <P> </P> <P>곧 큐가 잡히고, 다시 긴장되는 밴픽. 한번이라도 지면 다시는 못 올라갈 것 같은 기분이다.</P> <P> </P> <P>왠걸, 내가 2픽이다. 적팀이 선픽이라 내가 아군에선 첫 픽이다.</P> <P> </P> <P>다시 인삿말이 오가고 각자 라인을 말한다. 말하는 걸 보니 그래도 제법 매너가 좋은 사람들 처럼 보였다. 나는 승률이 가장 괜찮은 바이정글을 하기로 하고, 다시 게임이 시작됐다.</P> <P> </P> <P>상대 정글 스카너. 많이 상대해보진 않았지만 초식계열로 생각되어 적극적인 플레이를 했다.</P> <P> </P> <P> </P> <P>결과는 매우 참혹했다. 탑에서 2킬을 헌납하고, 늦은 레벨링을 하느라 갱을 자주 못가서 적에게 킬을 주고, 다시 커버 가다가 중간에 짤리고, 그냥 아무 개입 없이 아군이 죽고.</P> <P> </P> <P>정말 제대로 꼬여버린 판이 되었다.</P> <P> </P> <P>그냥 어린애들이 쌍욕을 하는 건 그렇다 치는데, 예의바른 척 하면서 비난하기 시작하니 화가 난다기 보다는 서럽다. 오늘 진짜 컨디션이 좋지 못한가보다. 스킬 연계도 제대로 되지 않고, 스펠도 헛쓰고, 꼬일대로 꼬여버린 판이 되었다.</P> <P> </P> <P>"바이님 그냥 정글 안하시는게 좋을거같아요 ^^;"</P> <P>"적 갱 올 동안 거기서 이득을 보셨어야죠. 뭐하시는건지..."</P> <P> </P> <P>등의 비난인지 응원인지 조언인지 모를 대화로 이미 정신력은 바닥을 보였다.</P> <P> </P> <P>결국 한명의 탈주로 20분 칼서렌이 나오고, 승급에 실패하셨다는 문구가 눈 앞에 보인다. 사실 승급 못한 것은 괜찮으나, 아군에게 받은 예의로 포장된 욕석 비슷한 것이 더 화가 났다. 아니, 서러웠다.</P> <P> </P> <P>고작 게임인데</P> <P> </P> <P>고작 게임일 뿐인데.....</P> <P> </P> <P>아니, 고작 게임이라서 사람의 밑바닥 전부까지 보여주는 것 같다. 라고 생각하며 다시 일반 큐를 돌린다.</P> <P> </P> <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