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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1283036
    작성자 : 아마추어눔나
    추천 : 17
    조회수 : 1768
    IP : 183.98.***.182
    댓글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7/22 23:23:00
    원글작성시간 : 2016/07/18 06:00:34
    http://todayhumor.com/?humorbest_1283036 모바일
    [단편] 그곳, 에서.
    옵션
    • 창작글
    <div>그는 잠에서 깨어나 하늘을 바라보았다.</div> <div><br></div> <div>까맣구나.</div> <div><br></div> <div>그는 지직거리는 라디오의 전원을 끄고, 비척비척 몸을 일으켰다.</div> <div><br></div> <div>잠에서 덜 깬건지 비틀, 한 발자국 헛내딛었다.</div> <div><br></div> <div>바닥에 먼지가 많네. 미리미리 치워둘걸.</div> <div><br></div> <div>그는 주린 배를 채우려 주방으로 향했다.</div> <div><br></div> <div>그렇게 찬장을 뒤적거리길 얼마,</div> <div><br></div> <div>어두컴컴한 방에 홍채가 적응하자 곧 그는 오래 전 사다둔 통조림을 찾을 수 있었다.</div> <div><br></div> <div>통조림의 뚜껑은 약간 힘을 주자 경쾌한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갔고,</div> <div><br></div> <div>그는 대충 옆에 있는 젓가락을 집어 통조림 안의 과일에 꽂아넣었다.</div> <div><br></div> <div>푹. 푹. 푹.</div> <div><br></div> <div>그러길 얼마, 젓가락을 통조림 속으로 넣고 몇번 휘적거린 뒤 그는 모두를 먹어치웠음을 깨달았다.</div> <div><br></div> <div>그는 조금 불만족스러운 듯, 입맛을 다시다 고개를 젖히고 통조림의 국물을 마셨다.</div> <div><br></div> <div>탱그랑. 부딪히는 금속소리.</div> <div><br></div> <div>그는 무언가를 바리바리 싸들고 바깥으로 발을 옮겼다.</div> <div><br></div> <div>오늘은 그가 친구에게 빌렸던 물건을 갚기로 한 날이었다.</div> <div><br></div> <div>그는 길을 걸었다. 툭 튀어나온 보도블럭이 그의 발걸음을 불편하게 했다.</div> <div><br></div> <div>근처에 살던, 꽤 친하게 지내던 이의 집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br></div> <div>언젠가, 그는 장미로 지붕과 담벼락을 장식할거라며 해맑게 웃는 얼굴로 종자를 심었었다.</div> <div><br></div> <div>중간에 게을러지기는 했지만, 과연 결실을 이룬듯 집 곳곳마다 붉게 피어있었다.</div> <div><br></div> <div>그는 잠깐 그곳을 바라보다, 걸음을 옮겼다. 늦으면 친구에게 타박을 들으리라.</div> <div><br></div> <div>얼마간 걷자 이 동네에 유일하게 있는 대형 할인매장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br></div> <div>오래 전에는 쇼핑하러 자주 들렀었는데.</div> <div><br></div> <div>요즘은 들를일이 없다.</div> <div><br></div> <div>그는 신호등을 흘긋 바라보고 교차로를 건넜다.</div> <div><br></div> <div>지금같이 사람도 차도 없을 때는, 무단횡단쯤은 괜찮겠지.</div> <div><br></div> <div>그렇게 또 얼마간. 얼마간. 얼마간.</div> <div><br></div> <div>그는 친구의 집에 도착했다.</div> <div><br></div> <div>조금 바뀌어있어 여기가 맞는지 주변을 두리번 거려봤지만, 확실히 친구의 집이었다.</div> <div><br></div> <div>그는 집안으로 걸었다.</div> <div><br></div> <div>한 발자국, 두 발자국.</div> <div><br></div> <div>그는 대문을 지나쳤다.</div> <div><br></div> <div>한 발자국, 두 발자국.</div> <div><br></div> <div>그는 친구의 방으로 들어갔다.</div> <div><br></div> <div>한 발자국, 두 발자국.</div> <div><br></div> <div>어둠에 적응해 커진 동공이 그에게 정보를 말했다.</div> <div><br></div> <div>그의 친구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는 잠시 조용히 있었다.</div> <div><br></div> <div>마치 친구의 잠을 기다려주는 것처럼.</div> <div><br></div> <div>한 발자국, 두 발자국.</div> <div><br></div> <div>그는 친구를 향해 다가갔다.</div> <div><br></div> <div>한 발자국.</div> <div><br></div> <div>그는 다가가다, 털썩 무릎을 꿇었다.</div> <div><br></div> <div>흐느꼈다. 그는 울부짖었다.</div> <div><br></div> <div>깨진 가로등 대신 달빛이 대지를 비추고,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전화(戰火)가 불타오르고,</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div> <div><br></div> <div>폭격으로 무참하게 유린되고 파괴된,</div> <div><br></div> <div>폐허가 된 그의 도시, 에서.</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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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18 08:22:41  124.51.***.248  blue1111  526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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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6/07/18 16:41:01  59.12.***.207  블랙달리아  719827
    [4] 2016/07/18 20:36:59  58.126.***.194  맥심믹스  386321
    [5] 2016/07/18 21:05:17  123.140.***.200  얼티밋루팡  643960
    [6] 2016/07/18 22:59:29  46.101.***.182  달의뒷면  421324
    [7] 2016/07/21 01:26:55  221.155.***.34  김먼지  178021
    [8] 2016/07/22 10:26:46  219.249.***.44  뽀룹뽀룹  546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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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16/07/22 23:23:00  210.180.***.19  사닥호  425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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