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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611316
    작성자 : cLuB
    추천 : 11
    조회수 : 459
    IP : 115.139.***.80
    댓글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1/19 12:08:27
    원글작성시간 : 2013/01/19 02:56:47
    http://todayhumor.com/?humorbest_611316 모바일
    447번지의 비밀 8
    <p>태섭을 멍하니 응시한 채 담배의 필터가 타들어갈 때까지 빨아댔다.<br><br><br>연기가 쓴 맛을 내자 나는 그제서야 흡입을 멈추었다.<br><br><br>"형..형사님..왜 그래요?"<br><br><br>태섭은 나를 보면서 두려움에 떠는 것 같았다.<br><br><br>"무섭게 왜 그래요? 형사님....."<br><br><br>나는 미동도 없이 담배 꽁초를 바닥에 떨구고는 주머니에 넣었던 총을 다시 꺼내 들었다.<br><br><br>순간 태섭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br><br><br>"미..미쳤어요? 형사님!!!"<br><br><br>태섭은 내가 자기자신을 죽일거라 착각했나보다.<br><br><br>나는 꺼낸 총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뒤에 서 있는 박형사에게 내밀었다.<br><br><br>"박형사, 받아라."<br><br><br>"왜요? 아까 달라고 할때는 안 주고...."<br><br><br>"아무래도 니 말대로 사고가 날 것다."<br><br><br>나는 긴 한숨을 내뱉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br><br><br>"이 녀석...박형사 니가 좀 데리고 내려와라."<br><br><br>돌아서 내려가려는 순간 나는 박형사에게 다시 한번 그것을 확인했다.<br><br><br>"박형사, 정말 거실에 걸려 있던 사진 못 봤어?"<br><br><br>"예. 사진 같은 건 없었잖아요."<br><br><br>"정말?"<br><br><br>"김형사님은 보셨어요?"<br><br><br>".............사람 소리도 못 듣고?"<br><br><br>"정말, 왜 그러세요?"<br><br><br>갑자기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너털웃음이 삐져나왔다.<br><br><br>"허허허..씨발 미치겠네."<br><br><br>박형사와의 대화를 듣고 있던 태섭이 갑자기 얼굴을 찌푸리더니 울먹이기 시작했다.<br><br><br>"형...형사님. 그 영정사진 본 거죠? 그렇죠? <br><br>거기에 걸려 있지도 않았는데 본거죠?<br><br>그리고 사람 소리도 듣구요?<br><br>에이 씨발...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당신도 귀신 들린거야!!"<br><br><br>"닥쳐!! 새끼야!!"<br><br><br>나의 호통에 태섭이 찔끔거리며 입을 다물었다.<br><br><br>"김형사님...정말이예요?"<br><br><br>박형사의 물음에 나는 대답 대신 손을 흔들며 산 중턱을 터벅터벅 걸어내려 갔다.<br><br><br>"김형사님, 우산 안 써요?"<br><br><br>박형사의 권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그냥 쏟아지는 빗줄기 속을 걸었다.<br><br><br>그냥 뭔가 묻은 때를 씻고자 했다.<br><br><br>내 몸에 뭐가 붙었는지, 뭐가 묻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냥 다 씻고 싶었다.<br><br><br>갑자기 온 몸에 밀려오는 이 무력감은 무엇이란 말인가?<br><br><br>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모르겠다.<br><br><br>도대체 내가 무엇을 잡으러 여기까지 온 것일까?<br><br><br>그리고 그 폐가에서 나는 왜 눈물을 흘렸던 것일까?<br><br><br>머리가 복잡하다. <br><br><br>갑자기 현기증이 밀려오고 다리에 힘이 없다.<br><br><br>근래에 그다지 힘든 일도 없었는데....오늘따라 왜 이리 피곤한걸까?<br><br><br>눈 앞에 펼쳐진 화면이 시계방향으로 돌더니 이내 어둠 저편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br><br><br><br><br><br><br>"여보....이제 정신이 들어요?"<br><br><br>눈의 초점이 맞추어지자 아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br><br><br>"여..여기가 어디야?"<br><br><br>"병원이예요."<br><br><br>"우리 딸은?"<br><br><br>"안 알렸어. 지금 학교에 있을 시간이야."<br><br><br>"내가 여기 왜 있는거지?"<br><br><br>"박형사님이 그러는데 어젯밤 당신이 근무 나갔다가 산에서 쓰러졌대요."<br><br><br>"아...그래?"<br><br><br>"병원에선 다행히 별 다른 이상은 없고 그냥 피로가 누적되서 그런거래." <br><br><br>"내가 얼마나 누워 있었지?"<br><br><br>"지금 오후 2시야."<br><br><br>환자라고 생각하기엔 내 몸이 너무나도 가벼웠다.<br><br><br>정말로 달고 긴 잠을 잔 듯한 기분이었다.<br><br><br>"당신 일어나면 퇴원해도 된다던데..."<br><br><br>"그래? 그럼 지금 나가자구."<br><br><br>"참...그리고 밖에서 어떤 아저씨 분이 당신을 만나고 싶다고 몇 시간째 기다려요."<br><br><br>"누군데?"<br><br><br>"중장비 사장이라고 하면 안다고 그러던데.."<br><br><br>"응..알았어. 그 양반 지금 어디있지?"<br><br><br>"병원 밖의 야외 휴게실에 있어요."<br><br><br>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옷을 갈아 입었다.<br><br><br>퇴원수속을 밟은 후 나는 사장을 찾아 나섰다.<br><br><br><br><br>야외 휴게실에 나서자, 멀리서 벤치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뭔가를 음미하고 있는 듯한 남자가 보였다.<br><br><br>김홍선이었다.<br><br><br>내가 그의 앞까지 걸어오고 있음을 그는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br><br><br>"이틀 간 어디 계셨습니까?"<br><br><br>나의 물음에 그가 조용히 눈을 떴다.<br><br><br>"오..퇴원하셨구랴. 한참을 기다렸는데..."<br><br><br>"제 발로 저를 찾아온 이유가 뭡니까? 뭐 잘못한 것 있으신가요?"<br><br><br>"어이쿠...형사 양반. 퇴원 하자마자 업무 시작하는구랴.<br><br>내가 뭘 잘못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할 얘기가 있어서 찾아왔네.<br><br>그리고 형사 양반도 나에게 듣고 싶은 얘기가 많지 않나?"<br><br><br>나는 그의 맞은 편 벤치에 조용히 앉았다.<br><br><br>그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br><br><br>"직원이 둘이나 죽었는데, 그다지 슬프지 않으신가 봅니다."<br><br><br>"왜 슬프지 않겠나. 그냥 그 감정을 누르고 사는거지."<br><br><br>"이틀 동안 어디 계셨습니까?"<br><br><br>"두 친구 장례식장 좀 들르고, 예전 아는 형님 산소에도 좀 들렀다네."<br><br><br>"20년 전에 죽은 최씨라는 사람 산소요?"<br><br><br>"어떻게 알고 있었네. 역시 형사들 무섭구만. 그래서 죄 짓고는 못사는건가봐."<br><br><br>"그 사람.....사장님이 죽였죠?"<br><br><br>나의 직설적인 물음에 그가 잠시 온화한 표정을 풀고 잠시 나를 응시했다.<br><br><br>그리고는 대답 대신 오히려 나에게 물었다.<br><br><br>"형사님..나이가 어떻게 되지?"<br><br><br>"마흔 둘이요."<br><br><br>"사람 죽여 봤나?"<br><br><br>오히려 그의 물음에 내가 긴장이 되었다.<br><br><br>그가 나의 내면을 뚫고 그 속을 파헤치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br><br><br>"아뇨."<br><br><br>"누가 당신에게 살인면허를 줄테니까 죽이고 다니라면 죽이겠나?"<br><br><br>"나하고 원수 진 사람이 아니라면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겠지요."<br><br><br>"그렇지. 보통은 다 그렇다네. <br><br>자네 눈빛을 보니 아주 선한 사람이라는 걸 알겠구만.<br><br>나도 자네만큼이나, 아니 자네보다 더 착하고 순진했다네.<br><br>닭새끼 한 마리 모가지 치는 것도 힘들어 할 정도였으니까.<br><br>그런데 그런 내가 군대에 갔어.<br><br>게다가 거기에 있을 때 월남전에 파병을 나갔다네.<br><br><br>돈도 많이 받고, 제대하면 국가유공자로 대우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br><br>참전병들이 부산항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그렇게 베트남으로 향했지.<br><br>나는 원래 군수지원병으로 들어갔는데 소총수들이 부족하니까 정글에 투입됐었어.<br><br><br>정글에 있는 기분은 그야말로 두려움의 연속이었어.<br><br>정말로 말벌 만한 모기도 있고, 주변엔 독사들이 득실댔지.<br><br>혹시나 베트콩들이 설치해 놓은 부비트랩이라도 건드릴까봐 몇 미터 전진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네.<br><br><br>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건 깊은 정글 어디선가 갑자기 쏟아져 나올듯한 베트콩들의 총알 세례였지.<br><br>그건 항상 아군의 공통적인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었어.<br><br><br>첫교전이 있던 날을 잊을 수가 없었다네.<br><br>적이 누군지 보지도 못했어.<br><br>쏘라니까 그냥 쏘는거야.<br><br>나는 참호에 숨어서 총을 난사했지.<br><br>참호 밖으로 머리를 내밀지도 못하겠더라구.<br><br>나는 머리는 숙인 채 총만 밖에 내 놓고 그냥 갈긴거야.<br><br>총알 날아가는 소리...아니 총알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 들어봤나?<br><br>예리하게 날이 선 장검을 휘두르는 소리와 비슷하다네.<br><br>참호 밖으로 목을 내밀면 누가 목을 베어갈 것 같은 생각이 드는거야.<br><br>나같은 소심쟁이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었지.<br><br><br>적이 얼마나 되는지 알 길이 없었어.<br><br>그냥 정글을 향해 갈기는거야.<br><br>월남전 때 총알 2만발에 한명이 죽었다는 말이 실감이 가더군.<br><br>어느 정도 소리에 적응이 되면 그제서야 머리를 조금씩 밖으로 내밀지.<br><br>조준을 하고 쏘는거야.<br><br>그러면 그 때부터 상대에게 희생자가 생기는거야.<br><br>물론 우리도 마찬가지고.<br><br>그런데 참호 밖으로 본 장면은 다시 나를 머뭇거리게 만들었다네.<br><br><br>정글의 수풀 사이로 베트콩들이 힐끔힐끔 보이는데, 베트콩들의 열에 서넛은 여자나 어린 아이들인거야.<br><br>난 그들을 향해 쏘고 있었고, 그들은 우리를 향해 쏘고 있었지.<br><br>차마 그들의 눈을 보고 쏠 수가 없었다네.<br><br><br>그런데 머뭇거림은 잠시야.<br><br>여기저기서 소대원들이 총탄을 맞고 피를 뿜으며 절규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눈이 돌아간다네.<br><br>그 땐 여자고 아이고 다 필요없지. 보이는대로 죽이는거야.<br><br>그냥 죽였어. 그들이 누가 되었든지.<br><br>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으니까...<br><br><br>한 번 피맛을 보니까 두려움이 사라지더라구.<br><br><br>한 번은 어느 마을을 점령했는데, 젊은 남자들은 없고 아이들과 여자들만 있는거야.<br><br>모두 전장에 끌려나갔다는거지.<br><br>그들은 우리에게 음식도 가져다 주고 호의를 베풀더라구.<br><br>그런데 그건 우리를 안심시키려는 거였어.<br><br>우리 소대원들이 지나가는 틈을 타서 주변의 베트공들이 총알세례를 퍼붓는거야.<br><br>심지어 그 마을에 있던 여자들과 아이들이 모두 베트공이더라구.<br><br>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생겼는지 나는 총탄을 피해가며, 내 손으로 십수명의 베트공을 죽였지.<br><br>결과는 우리의 승리였어.<br><br>그런데 상처도 만만치 않았지.<br><br>부대원의 3분의 1이 전사했던거야."<br><br><br><br>내가 지금 왜 이얘기를 들어야 하는지 이유를 잘 알지 못했지만 그의 얘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br><br><br><br>"비통하고 원통했지.<br><br>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부모얘기, 애인얘기, 아이들 얘기를 나누며 서로 울고 웃던 전우들이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br><br>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거야.<br><br>그 날 전투가 마지막 임무인 친구도 있었지. 곧 집에 돌아가기만을 기다렸는데.. <br><br>분노가 용암처럼 끓어 올랐지만, 그것보다는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미칠 듯이 두려웠다네. <br><br>또다시 내 소심한 성격이 되살아난거야.<br><br>전쟁은 놀이가 아냐. <br><br>요즘 애들 게임처럼 지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게 아니거든.<br><br>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 모든 것이...."<br><br><br>그는 잠시 회심에 잠기는지 먼 산을 한 번 쳐다보았다.<br><br>그리고는 말을 이었다.<br><br><br><br>"그런데 얼마 후 나는 일생에 큰 변화를 가져올 만한 일을 겪게 되었지.<br><br>어느 날 사이공에 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한 노인을 만났어.<br><br><br>그 날 그 노인을 만난 것이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몰고오게 될지 그땐 상상도 하지 못했지."<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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