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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humorbest_611311
    작성자 : cLuB
    추천 : 10
    조회수 : 691
    IP : 115.139.***.80
    댓글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1/19 12:02:48
    원글작성시간 : 2013/01/19 02:55:41
    http://todayhumor.com/?humorbest_611311 모바일
    447번지의 비밀 6
    <p>빗줄기와 바람이 제법 거세지기 시작했다.<br><br>우산을 쓰고 있음에도 무릎까지 빗물이 젖어드는 듯 했다.<br><br>조금씩 콘테이너 사무실이 멀어지기 시작했다.<br><br><br>여전히 박형사는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하지 못하며 개 끌려오듯이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br><br>시멘트로 다져진 콘크리트 길이 서서히 틈을 보이기 시작했다.<br><br>20여년 동안 방치되어 있었으니 길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로 신기할 뿐이었다.<br><br>서서히 그 길은 곧 맨 진흙밭이 될 것을 예고하고 있었다.<br><br>산중턱을 옆으로 돌아 사무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정면에 그 폐가가 눈에 들어왔다.<br><br>번갯불이 번쩍일 때마다 그 심상치 않은 위용이 눈에 꽂혔다.<br><br>비닐 조각인지 천 조각인지 모를 기다란 그 무엇이 우리에게 손을 흔들 듯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br><br><br>"아....김형사님. 왜 하필 지금 가야 합니까?" <br><br><br>빗줄기 속에서 박형사의 외침은 그다지 크게 들리지 않았다.<br><br><br>"내일이면 모든 게 끝나!! 지금 밖에는 시간이 없어!! 정신 바짝 차리고 따라와!!<br><br><br>어느새 땅바닥이 질퍽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br><br><br>우산을 쓴건지 안쓴건지 온 몸이 속부터 젖어가는 것 같았다.<br><br><br>드디어 그 폐가 수미터 앞에 도착하였다.<br><br>현관 문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흔적도 보이지 않았고, 우리를 집어 삼킬 듯이 그 집을 입을 쩌억 벌리고 있었다.<br><br>어둠이 굉장히 짙어졌음을 느낀 나는 손전등의 불을 밝혔다.<br><br>손전등이 밝히는 조명의 공간 속으로 시선이 모아지자 그 폐가는 더욱 더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 것 같았다.<br><br><br>"들어가자."<br><br><br>나는 폐가의 현관통로로 발을 디뎠다.<br><br>그 집을 관통하는 세찬 바람이 휘파람 소리를 내며 지나가고 있었다.<br><br>나와 박형사는 우산을 접으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br><br><br>"짜그르...."<br><br><br>작은 유리조각 밟히는 소리가 제일 먼저 우릴 반겼다.<br><br><br>"짜그르...짜그르..."<br><br><br>나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박형사를 여기까지 끌고왔지만, 지금은 박형사만큼이나 떨리고 긴장이 되었다.<br><br>나와 박형사는 손전등으로 이곳 저곳을 비추었다.<br><br><br>순간 손전등의 동그란 불빛에 거실에 걸린 영정사진이 비추어졌다.<br><br>백발의 할머니인데 그다지 평화로운 모습의 사진은 아니었다.<br><br>김태섭의 말이 맞다면 황승균이 가져온 사진이 바로 저것일 것이다.<br><br><br>"짜그르...짜그르..."<br><br><br>유리조각 밟히는 소리는 여전히 멈추질 않았다.<br><br>이 집안의 모든 유리제품이 다 박살이라도 난 것처럼 사방에 유리조각 천지였다.<br><br><br>가전제품같은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거미줄로 뒤덮힌 나무탁자, 철제 선반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br><br><br><br>"김...김형사님 여기 좀 보세요."<br><br><br><br>나는 박형사가 말한 곳을 바라보았다.<br><br>먼지로 뒤덮혀 무슨 색인지 알아볼 수 없는 소파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br><br>가까이 다가가자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br><br>그 먼지 위에 사람의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다.<br><br><br>"누..누가 앉아 있었어요."<br><br><br>그런데 더 나를 놀라게 한건 따로 있었다.<br><br>그 먼지 위에 난 자국이 너무나도 선명하다는 것이다.<br><br>바로 조금 전까지 사람이 앉아 있었던 것처럼.....<br><br><br>"누구지?"<br><br><br>싸늘한 기운이 온 몸을 휘감는 것 같았다.<br><br>우리는 안방쪽으로 발걸음을 조금씩 옮겼다.<br><br><br>번쩍이는 번갯불과 함께 잠시 후 천둥소리가 멀리서 몰려오기 시작했다.<br><br>발걸음을 계속 옮기려는 순간...<br><br>다시 한번 큰 번갯불이 집 안으로 파란색 섬광을 내뿜었다.<br><br>나는 제자리 서서 나무처럼 굳어버렸다.<br><br>박형사는 봤는지 모르지만, 지금 내 왼쪽 편에 누군가 서있는 모습이 그 찰나의 섬광과 함께 나타났다 사라졌기 때문이다.<br><br>왼쪽빰이 얼음물에 젖는 듯 싸늘하게 식어버렸다.<br><br><br>나는 잠시 몇 초간만 생각했다.<br><br>그리고 그 생각의 시간이 끝나자 즉각적으로 그 곳에 손전등을 비추었다.<br><br>사각진 벽의 구석만 보일 뿐 그 형상은 온데간데 없었다.<br><br>오른손은 이미 권총의 손잡이에 가 있었다.<br><br><br>"김형사님...왜 그래요?"<br><br><br>"아...아냐...뭘 잘못 봤나봐."<br><br><br>내가 잠시 정신을 가다듬는 동안 박형사가 뭔가를 발견한 것 같았다.<br><br><br>"김형사님, 창고 쪽에 뭐가 있는데요?"<br><br><br>나와 박형사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것을 살폈다.<br><br>녹이 슬어 두꺼운 갑옷을 입은 듯한 쇠기둥에 수십차례 무엇을 둘둘 감은 듯한 청테이프였다.<br><br>바닥에는 알 수 없는 영수증 같은 것들이 나뒹굴었다.<br><br>나는 그것을 천천히 집어 들었다.<br><br><br>"뭐야..이거....신용카드 영수증이네. 이건 현금 영수증....액수도 몇천원짜리네..."<br><br><br>"누구건가요?"<br><br><br>"서명을 봐....황씨가 맞는것 같지?"<br><br><br>"예. 그런 것 같네요. 그런데 이런게 왜 여기에 떨어져 있죠?"<br><br><br>"주머니를 뒤진거야. 황승균을 여기에 묶어놓고...<br><br>바닥에 유리조각이 사방으로 쓸려나간 걸로 보아 여기에 묶여있는 상태로 발버둥을 친 것 같애."<br><br><br><br>갑자기 으스스한 기운이 내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br><br><br>"아들....."<br><br><br>나는 순간 박형사를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br><br><br>"응? 방금 뭐라 그랬어?"<br><br><br>박형사는 뜬끔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br><br><br>"예?"<br><br><br>"방금 뭐라 그랬냐구?"<br><br><br>"아..아무 말도 안했어요."<br><br><br>나는 주위를 다시 둘러보았다.<br><br><br>박형사는 모르는 듯 했지만 나에겐 정말 들린다.<br><br>지금도 그렇다.<br><br><br>"아들....."<br><br><br>"뭐..뭐라고?"<br><br><br>박형사는 정말 아무 것도 안들리는 걸까?<br><br>나의 독백에 박형사가 무슨 일이냐는 듯 쳐다보았다.<br><br>나는 갑자기 알 수없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br><br><br>"김..김형사님..왜 그래요?"<br><br><br>"아들...."<br><br><br>중년 남자의 그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br><br><br>"아들...."<br><br><br>나는 쏜살같이 권총을 빼내 들어 보이지도 않는 그 누군가를 향해 겨누었다.<br><br><br>"누구야? 새꺄!!"<br><br><br>그러나 돌아온 것은 박형사의 다급한 외침이었다.<br><br><br>"김형사님!! 미쳤어요? 총 내려요!!"<br><br><br>나는 빠른 속도로 사방을 손전등으로 비춰보며 그 소리 정체를 찾았다.<br><br><br>이유없이 자꾸 눈물이 쏟아졌다.<br><br><br>"김..김형사님 정신 차려요!!!"<br><br><br>박형사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그 소리의 정체를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br><br><br>"박형사!! 정말 못 들었어? 장난치는거지?"<br><br><br>나는 박형사의 대답을 듣기 위해 그의 얼굴에 손전등을 비추었다.<br><br><br>나보다도 박형사가 더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br><br><br>"제발 정신차리세요. 여기 오기 전에는 저더러 정신차리라고 하셨잖아요!!"<br><br><br>박형사는 장난을 치는게 아니었다.<br><br><br>순간 번개의 섬광이 내부에 쏟아졌다.<br><br><br>박형사의 뒤에 누군가가 서 있다.<br><br><br>그리고 섬광의 잔상과 함께 사라졌다.<br><br><br>그런데 왜 가슴이 설레고 눈물이 멈추질 않는걸까?<br><br><br>나는 손전등을 들고 재빨리 집 안의 구석구석을 살폈다.<br><br><br>비와 와서 그런지 여기저기 쾨쾨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br><br><br>"누구야...어떤 새끼가 장난치는거야!!!"<br><br><br>나의 행동이 기이해 보였는지 박형사가 내 뒤를 좇았다.<br><br><br>집 안 구석구석을 미친 듯이 살폈지만 그 정체모를 형상과 소리는 어느 곳에도 있지 않았다.<br><br><br>나의 뒤를 급하게 좇던 박형사가 저벅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br><br><br>그리고 침착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br><br><br>"김형사님....귀신한테 홀린거예요? 귀신 없다면서요? 총 주세요."<br><br><br>"왜?"<br><br><br>"사고날 것 같아요. 주세요."<br><br><br>박형사 말대로 사고날 것 같았다.<br><br><br>그런데 손에 든 권총을 박형사에게 건내려는 순간 거실창 너머로 누군가의 어두운 형상이 눈에 들어왔다.<br><br><br>번갯불이 그 곳을 밝히고 나서야 그것이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br><br><br>나는 미친듯이 그를 향해 뛰었다.<br><br><br>쏟아지는 빗줄기와 질퍽거리는 땅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br><br><br>나의 모습을 확인했는지 그 검은 형상이 달아나기 시작했다.<br><br><br>가까이 근접해서야 나는 그가 우비를 쓰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br><br><br>"거기서!! 새꺄!!!"<br><br><br>마음 같아서는 권총의 방아쇠라도 당기고 싶은 심정이었다.<br><br>박형사 말대로 사고가 날지 몰랐다.<br><br>나는 들고 있던 권총을 주머니 깊이 박아 넣었다.<br><br>손이 가벼워지자 나의 뜀박질은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br><br><br>"야!! 이 개새끼야!! 거기 안서!!!"<br><br><br>천둥같은 나의 외침에 놀랐는지 그가 힐끔 뒤를 쳐다보는 시늉을 하더니 앞으로 고꾸라졌다.<br><br>발을 헛딛은 것 같았다.<br><br><br>넘어진 그는 발목을 잡고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br><br>나는 순식간에 그를 덮쳤다.<br><br><br>"개새끼..너 누구야!!!"<br><br><br>나는 넘어져 잇는 그의 가슴을 제압하고 머리를 덮고있는 우의를 벗겨냈다.<br><br>김태섭이었다.<br><br><br>"너...이 새끼....이럴 줄 알았어."<br><br><br>그가 저항을 하려하자 나는 그의 팔을 비틀었다.<br><br><br>"아아아악!!!!"<br><br><br>그의 비명소리에 고막이 터져나가는 것 같았다.<br><br><br>"니가 황승균이 죽였지!!!"<br><br><br>쏟아지는 빗줄기가 화살처럼 얼굴을 때리자 태섭은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했다.<br><br>헐떡거리며 벌리고 있는 입 속으로 빗물이 쏟아져 들어갔다.<br><br><br>"말해 새꺄!!! 니가 죽였지? 뒤가 켕기니까 여기까지 감시하러 온 것 아냐!!!"<br><br><br>나는 이미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br><br>어느새 주머니 깊숙히 박혀있던 권총이 그의 이마를 겨누고 있었다.<br><br><br>"김형사님!! 뭐하시는거예요!! 당장 총 치워요!!!"<br><br><br>뒤늦게 따라 온 박형사가 나를 만류했다.<br><br>그러나 나는 박형사의 말을 들을 상황이 아니었다.<br><br><br>"내가 안죽였어요....정말이예요!!"<br><br><br>"그럼 누가 죽였어? 왜 나한테 거짓말 했어? 새꺄!!!"<br><br><br>"거짓말 안했어요!! 정말이예요!!! 켁켁...."<br><br><br>"이 개새끼 또 거짓말 하네...<br><br>좋아...너와 노영주가 황승균를 묶어놨던 곳으로 가면 떠오를거다.<br><br>일어나 새꺄!!"<br><br><br>나는 그의 목을 틀어잡고 일으켜 세웠다.<br><br>그는 발을 접질렀는지 제대로 땅에 발을 딛지 못하며 비명을 질렀다.<br><br>그러나 그것은 나에게 아무런 방해가 되지 못했다.<br><br>나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그를 죽은 개 끌고 가듯이 끌고 갔다.<br><br>그 폐가를 향해서....<br><br>박형사는 어찌해야 될 지를 모르며 내 주변을 서성거렸다.<br><br>박형사에게 도움이라도 요청하는지 태섭은 더 크게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br><br><br><br>"제발 그만 해요!!! "<br><br><br>"이 새끼 아직도 정신 못차렸군. 저 집에 들어가면 뭔가 떠오르겠지. 안 그래?"<br><br><br>"제..제발 살려주세요. 부탁이예요. 아아악!! 형사님. 저 집에 들어가면 안 돼요!!"<br><br><br>"그러니까 말해 새꺄!! 누가 황승균이 죽였어?"<br><br><br>나는 그의 목덜미를 더 세게 틀어 쥐었다.<br><br><br>"아아악!!! 사장님이 입 다물고 있으라고 했단 말예요!!"<br><br><br>그제서야 나는 내 손에 끌려오던 태섭에게 시선을 보냈다.<br><br><br>"너, 지금 뭐라 그랬어?"<br><br><br>"사...사장님이 입 다물고 있으라고 해서....으허헝헝"<br><br><br>갑자기 그는 하염없이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br><br>그제서야 나는 쥐고 있던 그의 목덜미를 놓았다.<br><br>나는 누운 자세로 한참 동안 통곡을 멈추지 않고 있던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br><br>그리고 자세를 낮춘 후 그에게 조용히 입을 열었다.<br><br><br><br>"사장은 다 알고 있었군."<br><br><br>"흑흑흑......"<br><br><br><br><br>"포커를 치던 그날 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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