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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가정보원이 제기한 김정은이 그의 고모부이자 북한의 실질적 2인자인 장성택을 실각시켰다는 주장은 매우 흥미로운 뉴스이다. 그러나 국정원 주장에 대한 첫 번째 질문은 '그것은 과연 사실인가?'이다(But the first question is, is it true?)."
AP통신이 '국정원의 장성택 실각 주장이 사실인지'를 다루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통신은 4일(현지시각) '장성택에 관한 한국 국가정보원 주장에 대한 몇 가지 의문들 (Some question SKorea spy claim about Kim's uncle)'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동안 국정원의 대북 정보 수준이 "고르지 못한" 편이었다고 전하며, 국정원이 관련된 대북사건 가운데 틀렸던 사례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AP통신은 장성택이 한 달 동안 북한언론에 등장하지 않았고, 그의 두 부하가 공개적으로 숙청됐다고 확신한 국정원이 '실각설'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하며,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국정원의 주장을 무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AP통신은 국정원의 주요 정보수집 창구로 북한언론의 보도내용,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로부터의 동향청취, 휴민트(인적 네트워크)를 꼽은 뒤 "현재까지 북한 언론은 조용하다"고 보도했다. 이어 "국정원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는 곧 판가름 날 것"이라며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2주기 때를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언론은 이어서 '과거 국정원이 맞히고 틀렸던 대북 사례'를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이쯤 되면 외신의 보도태도가 지나쳐 보인다. 세계 어느 언론이 한 국가 정보기관의 과거 '맞춘 사례, 틀린 사례'를 적나라하게 보도했던가. 보도 내용도 고약하다. 맞춘 사례는 거의 없고 틀린 사례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 보도를 통해 본 국정원 '맞힌 사례, 틀린 사례'
AP는 연평도 포격사건, 김정일 방중오보사건, 김정일 건강 그리고 김정일 사망 이렇게 4가지 사례를 들어 과거 국정원이 노출시킨 대북 정보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먼 저 AP는 2010년 민간인 2명과 해병 2명이 사망한 연평도 포격사건을 꺼내들었다. 통신은 국정원이 이 사건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보도하며, 포격이 벌어진 뒤 국회 정보위원회에 참석한 원세훈 당시 원장의 '포격 발생 2달 전에 국정원에서는 대북 감청을 통해서 관련 사실을 확인했으나 일종의 선전전으로 해석해 무시했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다음으로 2011년 김정일 방중 사건을 예로 들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정부에서는 최초 '김정은 방중'으로 소개해 빈약한 대북정보 수준을 전세계에 노출한 바 있다. AP는 "국정원은 이미 김정일 방중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취재원을 보호해야 했기 때문에 대형오보가 진행되는 순간에도 바로잡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AP는 '김정일 사망'을 북한 언론을 통해 확인한 국정원의 또 다른 해명을 전했다. 김정일은 2011년 12월 17일 사망했고, 북한 언론은 이틀 후인 12월 19일에 보도했다. 국정원은 북한 보도를 통해 김정일 사망소식을 알게 된 것이다. AP는 "북한의 공식 발표 이전에 김정일 사망 사실을 안 정보기관은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는 국정원의 해명을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눈에 비친 이상한 한국언론
AP 통신뿐 아니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의 눈에도 한국언론의 '장성택 실각설'을 다루는 태도가 매우 흥미롭게 비쳤나 보다. 여기서 흥미는 부정적인 의미이다. WSJ은 '장성택 실각설에 대해 한국언론은 어떻게 보도하고 있나(Jang Watch: What South Korean Newspapers Are Saying)'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익명의 취재원'을 등장시켜 보도하는 한국언론을 비판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해당 기사는 한국 언론이 장성택 실각설과 관련해 엄청난 양의 기사를 생산하고 있지만 "신뢰할 만한 내용은 거의 없다(but few, if any, reliable details)"고 전했다. 해당 기사는 한국언론의 가장 큰 문제로 익명의 취재원 인용하기와 선정적인 제목을 들었다.
WSJ 은 <동아일보> 12월 5일자 1면 기사인 '북 장성택 가택연금, 보위부가 주도' 사례를 소개했다. 동아일보는 "실각설이 제기된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가택연금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WSJ은 "해당 기사가 인용한 소스는 '정통한 대북소식통(well-informed sources)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WSJ 기사는 한국에서 가장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이라며 <조선일보>를 소개한 뒤 관련 기사를 언급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장성택의 조카 장영철(장성우의 차남)은 주말레이시아 대사로 있고, 장성택의 자형 전영진은 주쿠바 대사로 있다가 최근 본국으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취재원에 대한 인용 없이 보도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AP는 앞서 언급한 기사에서 국정원의 대북정보력을 시험하고 있다. 국정원의 과거 첩보능력까지 헤집으며 "사실인가?(Is It true?)"라고 묻고 있다. 한 나라의 정보기관답지 않게 '언론보도문 전문'까지 공개해 가면서 노력했지만 AP는 '맞힌 사례, 틀린 사례'로 답했다. 이 기사에는 틀린 사례가 더 많이 등장했다.
WSJ 기사 역시 한국언론의 보도방식에 비판적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유력지라 자부하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현란하게 장성택 '숙청설' 보도를 주도하고 있지만 그들의 뉴스 속에는 익명의 '유력한 대북소식통'이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다른 신문에는 취재원조차 표기돼 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외신은 "신뢰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외신은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2주기면 장성택 실각설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말은 '그런데 국정원은 왜 못 기다렸지?'로 해석된다. 그들 보도 태도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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