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관측된 자료에 의하면 백두산의 분화가 조만간 일어날 것으로 확신된다는 소식입니다. <div>가장 최근의 백두산 분화는 서기 940년경의 분화이며, 이는 지난 2천 년 사이에 가장 강력한 화산 폭발로 .... "</div> <div><br></div> <div>TV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은 심상치 않은 것이지만, 듣는 이들에게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div> <div>유구한 세월에 비해 짧은 삶을 사는 이들에게 1천년 전의 화산폭발은 현실적인 위험으로 인식될 수 없으니까.</div> <div>사실 화산폭발, 거대한 산불, 홍수 등 생존을 위협하는 재해들은 해마다 발생하지만 </div> <div>그것들을 모두 이기고 현재까지 세대를 이어 생존해 온 것은 자연재해에 대한 적당한 망각의 공로인지도 모른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비행을 업으로 삼는 우리들에게는 당장의 날씨, 습도, 풍량이 더 민감한 관심사이고, </span></div> <div>장래의 화산 분화보다는 오히려 요즘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리는 지형과 구조물의 변화가 더 심각한 위협이 된다.</div> <div>하지만 .. 최근 동료들이 겪었다는 이상한 상승기류들은 화산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div> <div><br></div> <div>"일 나가야지 뭘 그리 멍하니 있어."</div> <div>"어.. 뭐 그냥.. 곧 화산 폭발이 있을지도 모른다는데?"</div> <div>"ㅋ...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div> <div>맞는 말이다. 설령 폭발이 일어난다 해도 거리만으로 따져도 우리 비행과는 아무 관련이 없겠지.</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동료의 말에 희미한 불안감을 떨치고 출항 점검을 마친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쉬이~~~잉잉!</div> <div>날개가 공기를 찢으며 힘차게 하늘을 가르면 공기의 파동이 빠르게 옆 자리로 확산되며 고주파의 소음을 낸다.</div> <div>땅에서 들었다면 불편한 소음으로 들리겠지만 정작 공기를 가르고 나가는 나한테는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span></div> <div>청량한 공기를 가르며 간만의 상쾌한 속도감을 만끽한다.</div> <div><br></div> <div>이번 비행의 목적은 새로운 식량 자원의 확보, 아직 다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어쨋든 가장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이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다행히 공수할 지점까지는 얼마 안되는 가까운 거리라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연료가 부족할 일은 없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문제는 목표에 정확하게 착륙하는 것인데 이 점의 숙달만큼은 평생에 걸쳐 숙련된 비행사들로서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span></div> <div><br></div> <div>잠시간의 비행 후 평소보다 기온이 약간 높다는 것을 느꼈다. </div> <div>기온이 높다면 통계적으로 상승기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아직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기류에는 이상이 없고, 상승기류가 발생해도 꼭 비행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까의 불안감 때문일까?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긴장 탓인지 짙은 땀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span></div> <div>그때, 레이더망에는 목표 지점이 하나둘 표시되기 시작했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동료들은 갑자기 활기에 가득찬 듯 하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착륙 과정에 실수 없도록!"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편대장의 전언이 들렸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목표지의 지형적인 이유로 이륙과 비행에 비해 착륙 과정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코스이니 당연한 지휘이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롸저"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동료들의 대답도 신중해졌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목표지 주위를 수차례 선회해야 하는 착륙 과정에서 급작스런 기류 변화가 종종 일어난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 비행대는 아직 착륙에 실패한 동료가 없는 베테랑으로 구성되긴 했지만 </span></div> <div>한번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선회 비행을 반복해야 했고, 그런 경우는 대부분 한두번씩 겪었기 때문이다.</div> <div><br></div> <div>1차, 2차 ... 신중하게 선회 비행에 들어갔다. </div> <div>갑자기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더욱 짙은 땀냄새가 코로 훅 밀려온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어? 평소와 다른 감을 느낀 나는 계기판을 쳐다본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평소보다 기온이 4도나 높았다. 순간 아침 생각이 떠오르며 불안감이 엄습했다.</span></div> <div>'이상한데?' 라고 생각하면서 ....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순간적인 방심이었을까..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선회각이 조금 커지고</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항로에서 살짝 이탈했다.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span></div> <div>살짝... 일뿐인데, 갑작스럽게 상승기류에 휘말리고 말았다.</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공기가 움직이는 것을 바람이라고 한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일반적인 바람은 옆으로 불지만 경우에 따라 공기가 위로 움직일 때도 있다.</span></div> <div>이런 경우에 대비한 비행 연습도 충분히 해두었으니, 상승기류라고 해도 비행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이 상승기류는 단순한 공기의 움직임이 아니라, 흡사 끈적한 질감을 가지고 날개를 휘감아 올리는 듯 했다.</span></div> <div><br></div> <div>최근에 상승기류에 휘말려 실종되었다던 동료들 ..</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날개를 틀며 벗어나려 했지만 휘감아오는 기류의 점성은 기체의 출력보다 강한 듯 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게다가 기류의 중심으로 갈 수록 기온이 미칠듯이 상승하고 있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런 현상도 있는가..?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혼신의 힘을 다해 기류를 벗어나려 하면서도 머리는 한가하게 상승기류에 대한 의문을 떠올린다.</span></div> <div>하지만 적당한 답을 채 떠올리지도 못한채 기체는 낙하하기 시작했다.</div> <div>의식이 점차 흐려진다. ....</div> <div><br></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br></div> <div>아줌마!</div> <div>아~씨. 국에 모기가 들어갔어요!</div> <div><br></div> <div>.......</div> <div>이런 글로는 처음 써봅니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며칠 전 라면 끓이는데 벌레가 들어가서 문득 생각난 얘기입니다.</span></div> <div>재미없을 것 같은데 .....</div> <div>욕은 하지 말아주세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