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근처 가게 담벼락에 붙어서 게임을 하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시간이 한낮이라 오히려 사람이 없었다. 어떤 젊고 몸매가 좋은 여자가 횡단보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횡단보도는 신호등이 없기 때문에 차가 지나가지 않을 때 사람들이 눈치를 보다가 건너가곤 했다. 그 아가씨도 마찬가지였다.

아가씨가 두리번거리다 한발자국 내미는 순간 자가용 한대가 달려오다가 섰다. 

서로 움찔대는 상황. 차가 슬쩍 나오면 여자가 한걸음 내딛다 뒷걸음질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아가씨도 미안한 표정으로 웃으며 인사하고 차 안의 아저씨도 사람좋은 표정을 하고 손짓으로 빨리 가라고 하고. 

뭐 훈훈하긴 한데 저사람들 참 답답하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결국 여자가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이제 끝났나 싶어서 게임화면으로 돌아가는데

끼익- 

퍼헉-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자가용이 여자를 친 것이었다. 여자는 차 바로 앞에 쓰러졌다. 피가 나지는 않았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차안에 있던 남자가 두리번거리더니 여자를 안고 뒷자석에 태우곤 차를 출발시켰다.

신고를 하려던 나는 다행히 뺑소니가 아니었네. 하고 안심을 했다. 

뺑소니였으면 귀찮은 일에 말려들게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마침 그때 친구가 도착했다. 친구를 만나 걸으며 방금 있었던 얘기를 했다.

친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너 그 번호 외웠냐?

-차번호?그걸 뭐하러 봐? 병원 데려갔을텐데

-잘생각해봐. 기껏 길 건너라고 해놓고 왜 쳤겠냐. 그리고 119나 보험사도 안부르고 사람을 태우고 간다고?

친구의 말을 듣고 의아하게 생각되어 그 상황을 기억하려 애썼다.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차 번호는 기억나지 않았다.

다음날 뉴스엔 길을 건너는 여성을 치는 범행에 대해 나왔다. 

심하게 다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을 차로 치고, 실신한 사람을 차에 태워 은밀한 곳에 간 다음 성폭행을 하고 죽여 시신을 암매장 했다고 했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지만 그 범행 현장의 cctv가 방송에 그대로 나왔다. 

웬지 익숙했다. 내가 목격했던 그날의 그 거리였다. 그날 본 여자가 이젠 죽은 사람이라니...

남자가 여자를 안고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나는 남자쪽을 바라보다 다시 핸드폰을 쳐다보며 게임을 하는 듯 했다.

순간 소름이 끼쳤다.

그 남자가 내가 있던 방향을 보고 웃었던 것이다.

Fin

By. 쿠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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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인가 실제로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건널목에서 차와 움찔움찔 하던 상황이 떠올라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같은 글을 디씨 공이갤과 공포이야기 카페에 올린 적이 있는데, 한번 수정을 거쳐 다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