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br>오늘 오후 지하철 2호선에서 있었던 일.</div> <div>여느 때처럼 타자마자 경로석 앞으로 쪼르르(문에 기대어 서서 가는 게 편함).</div> <div> </div> <div>근데 좌석에 앉아계셨던 한 80대 정도 되신 머리 하얀 할아버지가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시는데...</div> <div>계좌번호를 불러주시는 거임.</div> <div> </div> <div>그래서 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div> <div>옆자리에 앉아계시던 할머니랑, 바로 앞에 서계셨던 한 50대 정도 되는 아저씨 두 분이</div> <div>'할아버지 계좌번호 함부로 불러주지 마세요'라고 말리시는 거임.</div> <div>(할아버지가 워낙 연로하셔서 이 정돈 쓸데없는 오지랖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음. 도움이라고 생각했음)</div> <div> </div> <div>앞에 서계시던 아저씨가 '할아버지 핸드폰 주세요. 제가 통화할게요'라고 받아 쥐시곤</div> <div>'여보세요. 거기 어딥니까? 어디 고객센터에요? 왜 고객센터가 고객 계좌번호를 불러달라고 합니까?'</div> <div>이러면서 통화를 하시다가 '저요? 아니 제가 아는 어르신인데(아마 직전 통화했던 할아버지랑 어떤 사이냐고 물어본 듯함)'</div> <div>이러다가, 갑자기 '박OO이요? 아니 내 이름을 거기서 어떻게 알았습니까? 거기 어디에요? 거기 직통 번호 불러보세요'</div> <div>하고 이 아저씨가 자기 폰으로 또 전화를 함. 그 번호로 또 누군가가 받은 모양.</div> <div> </div> <div>그러다가 뭐 흐지부지 전화는 끊어지고 그 할아버지에게 다시 핸드폰을 건네셨음.</div> <div>근데 그러면서도 이 50대 아저씨는 '허 거 참 이상하네. 거기서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알았을까...'</div> <div>뭐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중얼 하시던 중,</div> <div> </div> <div> </div> <div><strong><font face="궁서" size="5">정말 뜻밖의 대박 반전.</font></strong></div> <div> </div> <div> </div> <div>좌석에 앉아계시던 80대 할아버지. <strong><font size="5">'박OO? 나도 박OO인데'</font></strong></div> <div>엥? =_=</div> <div> </div> <div>듣는 순간 나는 빵 터졌고 옆자리에 앉아계시던 할머니도 빵 터졌고 바로 옆 좌석에 앉아있던 군인들(개구리 마크 달았더구만... 민간인 된 거 축하)도 빵 터졌음.</div> <div> </div> <div>할아버지랑 아저씨랑 서로 보시면서 허허 웃으시고...</div> <div>다다음 정거장인가 할아버지가 인사 하시고 먼저 내리셨음.</div> <div> </div> <div> </div> <div>아 글로 써놓고 보니 좀 별로네. 난 대박 웃었는데;;;;;</div> <div>아 그리고 그 통화는 보이스피싱은 아니었던 모양. 할아버지 따님이 대신 뭘 신청했는데 그걸 물어봤던 듯.</div> <div><br>할아버지랑 아저씨 성함을 정확히 듣진 못했는데, 박O규라고 하셨음.</div> <div> </div> <div>완전 드문 성씨도 아니고 돌림자도 아니긴 하지만, 살아가면서,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자기랑 이름이 똑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게 얼마나 희한한 일일까요?</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