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2014년 8월달에 나온 진단결과인데</div> <div>제 어머니는 암 말기셨습니다.</div> <div> </div> <div>수술은 성공적이라고 의사가 말했지만,</div> <div>워낙 암의 부피가 컸기 때문에 폐를 많이 잘라내야 했고,</div> <div>수술 후의 상태가 좋지는 않으셨습니다.</div> <div> </div> <div>퇴원은 10월인가 11월 즈음에 하셨으며</div> <div>저는 수술부터 퇴원할 때까지 쭈욱, 어머니 곁에 붙어있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퇴원한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기 위해서... 어머니가 계신 곳에 가까운 지방으로 취직했습니다.</div> <div>고용주는 유부남이시고, 원래 알고지내던 분이셨죠.</div> <div> </div> <div>그런데...</div> <div>일하기 시작한지 2~3주쯤 되는 어느날</div> <div>고용주께서 제 방에 들어오더니 말씀하셨습니다</div> <div> </div> <div>"...아무래도 널 자르고 새로 뽑아야할 것 같아..."</div> <div> </div> <div>"으앙 자르지 마세요 ㅠㅠ"</div> <div> </div> <div> </div> <div>이게 무슨 일인고 하니...</div> <div> </div> <div>이 곳과 동일한 사업을 하고 있는,</div> <div>100m도 안 떨어진 곳에 사업장을 지닌 이웃의 <strong><u>총각</u></strong>이 제게 반했다는 것. (꼬릿말 1번 연결... 꼬릿말은 나중에 몰아서 보셔도 됩니다.)</div> <div> </div> <div>이 동네의 우리 업계 사람들끼리는 친한 편인데,</div> <div>내가 지방으로 내려오자 다들 저 <strong><u>총각</u></strong>에게</div> <div> </div> <div>"<strong><u>총각</u></strong>아~</div> <div> 높이가 여기 내려와서 혼자 버거킹 가서 저녁 먹었대.</div> <div> 니가 밥 좀 사줘ㅋㅋㅋ"</div> <div> </div> <div> </div> <div>이런 식으로 놀려댔었다는데,</div> <div>그 놀림이 2주정도 계속되자</div> <div> </div> <div><strong>"그럼 그럴까요? ^-^"</strong></div> <div> </div> <div><strong><u>총각</u></strong>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div> <div> </div> <div>고용주 입장에서는, 딸같은 느낌의 괜찮은 인력 구해뒀다 싶었는데</div> <div>이웃에 있는 저 놈이 낚아채갈 상황이 된 것</div> <div> </div> <div>그렇게 제 방에 들어와서 "너를 잘라야할 것 같다"는 예고성 압박은 일주일쯤 계속되었고</div> <div>결국, 1달만에 그 직장에서 짤렸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strong><u>총각</u></strong>에게 말했습니다.</div> <div> </div> <div>"저... 짤렸어요..."</div> <div> </div> <div><strong><u>총각</u></strong>이 말했습니다.</div> <div> </div> <div><strong>"우왕~ 면접보자"</strong></div> <div> </div> <div> </div> <div>야이 대책없이 즐거워하는 인간아...</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제가 짤릴 즈음해서 어머니는 서울의 병원에 재입원 하셨습니다.</div> <div> </div> <div>어머니 곁에 있기 위해서... <strong><u>총각</u></strong>에게 근무시작일을 1달 정도 늦춰달라고 했을 때</div> <div><strong><u>총각</u></strong>은 무기한으로 늦춰도 된다고,</div> <div>그저 꼭 돌아와서, 자기 곁에 있어만 달라고 하더군요.</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어머니 곁에서 시간을 보낸지 9일째...</div> <div>그 날은 월요일이었는데...</div> <div> </div> <div>갑자기, <strong><u>총각</u></strong>이 우리 어머니를 찾아뵙고 싶다고, 병실에 찾아오겠다고 합니다.</div> <div> </div> <div><strong><u>총각</u></strong>에게, 월요일은 정기적으로 야간근무가 있는 날.</div> <div>밤 10시는 되어야 퇴근할 수 있고</div> <div>직장에서 어머니 계신 병원까지 2시간은 걸리는 거리...</div> <div> </div> <div>몸 피곤한거 알고 있으니 오지 말라해도... 오겠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strong><u>총각</u></strong>이 도착하기 전에 어머니께 말씀을 드립니다.</div> <div> </div> <div>"엄마, 저 <strong><u>결혼할 사람</u></strong>이 있어요. 그리고 지금 오고 있대요"</div> <div> </div> <div>그러니까 버텨주세요 엄마...</div> <div> </div> <div> </div> <div><strong><u>총각</u></strong>이 도착했을 때는, </div> <div> </div> <div>이미 심박수가 분당180을 넘어간지 2시간째라서... (정상 심박수 분당 60~100)</div> <div>임종이 가까우신 상황이라</div> <div>병동 침실이 아닌, 간호사실에서 집중관리를 받고계신 상황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렇게 장모님과 <strong><u>예비사위</u></strong>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조우했습니다. (꼬릿말 2번 참조)</div> <div> </div> <div>성대를 건드리는 수술을 하셔서 목소리가 안 나오시고</div> <div>심박수 상승으로 인해 뇌출혈 및 우측 편마비 때문에 글씨도 제대로 못 쓰시게 된 어머니는</div> <div> </div> <div>힘겹게 펜을 쥐고</div> <div> </div> <div><strong><u>총각</u></strong>에게 삐뚤빼뚤... 알아보기 힘든 글씨를 쓰십니다...</div> <div> </div> <div>"평생... 귀여워... 해... 주세요"</div> <div> </div> <div>그것이 어머니께서 의식을 온전히 지니고 계셨던 마지막 순간이었고...</div> <div>그 순간에 유언을 남긴 대상은, <strong><u>예비사위</u></strong>뿐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몇시간 후... 화요일 오전에 어머니는 돌아가셨고</div> <div><strong><u>총각</u></strong>은 매일 저녁 왕복 4시간씩 차를 달려서 장모님의 장례식장에 찾아옵니다.</div> <div> </div> <div>그러면서 저의 친가와 처가 어른들에게 아주 자연스럽게 인사를 드리게 됩니다...</div> <div>아주 당연하게 <strong><u>예비사위</u></strong>가 되어버리는 상황...</div> <div> </div> <div>장례식장에서 어머니의 친구분들이 오셔서 슬퍼하시면서도</div> <div><strong><u>총각</u></strong>을 보고 기뻐하시더라고요</div> <div> </div> <div>미혼자녀가 할 수 있는 최후이자 최고의 효도는...</div> <div>사랑하는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예비사위/예비며느리를 보여드리는 것인데...</div> <div><strong><u>총각</u></strong>이 그걸 우리 어머니께 해드린 거라고...</div> <div> </div> <div> </div> <div>한편, 우리 아버지의 입장에서는</div> <div>마누라도 잃었는데 어디서 <strong><u>처음보는 도동놈</u></strong>이 나타나서 딸까지 훔쳐간다고 하는 상황...</div> <div> </div> <div>아부지 죄송해요 ㅠㅠㅠㅠ</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장례식을 마친 후</div> <div>피고용인의 입장이니 다시 지방으로 내려왔지만</div> <div>저의 상태가 영 좋지 못합니다.</div> <div> </div> <div>혼자 놔두면 먹지도 않고 계속 굶다가 엄마 따라갈 판...</div> <div> </div> <div><strong><u>총각</u></strong>은 저러다가 제가 죽을까 싶어서</div> <div>혼인신고를 하고는 저를 자신의 집으로 들입니다.</div> <div> </div> <div> </div> <div>실제로 혼인신고하는 과정 (일명 청혼, 다른 말로 프로포즈)...</div> <div> </div> <div>같이 직장에 마주보고 앉아있는데...</div> <div> </div> <div><strong>"피고용인으로 정식으로 등록해야 하니깐... 면허증 필요하고... 저런 서류 필요하고...</strong></div> <div><strong> 아 그리고 인감가져와"</strong></div> <div> </div> <div>"(머-엉) 인감은 왜요...?"</div> <div> </div> <div><strong>"혼인신고해야지, 꺄하하"</strong></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이렇게 '인감 내놔 내놔내놔^-^' 를 일주일정도 세뇌당하고나니... 순순히 인감을 드리게 되고... (꼬릿말 3번 참조)</div> <div> </div> <div>순순히 식장을 고르게 되고...</div> <div>순순히 혼수를 고르게 되고...</div> <div>순순히 상견례 날짜를 정하게 되고... (혼인신고, 식장, 혼수 다 끝내고 양가부모님께 통보식으로 상견례 진행...)</div> <div>순순히 결혼식장에 들어가게 되고...</div> <div>순순히 신혼여행에 함께가게 되고...</div> <div> </div> <div> </div> <div>그렇게 순순히 같이 살고 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네</div> <div> </div> <div>정말 어쩌다보니 결혼했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요약</div> <div> </div> <div>1. <strong><u>신랑</u></strong>은 옆집 피고용인 꼬셔서(?) 데려올 수 있는... 업계에 길이길이 남을 능력자...</div> <div>2. <strong><u>신랑</u></strong>은 장모님 임종 알아서 찾아온, 장모님 유언 평생 받들어 모시는 고마운 사람</div> <div>3. <strong><u>신랑</u></strong> 없었으면 작성자는 1년 전에 이미 죽었을 듯... <strong><u>신랑</u></strong>은 내 생명의 은인</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