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전에도 일본에는 자주 갔었지만
이번에는 8일 동안 도쿄부터 교토를 거쳐 오사카까지 여행하고 왔습니다.
그래서 그 기간동안 흔히 오덕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들도 갔다왔습니다.
나카노의 브로드웨이
아키하바라
오사카의 덴덴타운
그리고 참고서적을 살게 좀 많아서 북오프를 조금 많이 돌아다녔어요.
(덕분에 아직도 눈을 감으면 북오프 CM송?이 들리네요... 혼오 우루나라 북끄오프~)
-가와사키 사이와이점
-가와사키역점
-신쥬쿠점
-신쥬쿠산초메점
-아키하바라점
-오사카 난카이 난바점
-오사카 난바점
-오사카 신사이바시점
그 외 다른 중고서점들까지 많이 들리면서 느꼈던 점들입니다.
우선 일본에게 조금 배워야할 점들은
아까 아래의 BL책 구매하신 30대 여성분의 글을 보고 느낀 것이지만
가게의 직원이 오덕들에 대한 배려가 진짜 세심했습니다.
그게 비단 오덕을 노리는 오덕용 매장 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서점 같은 곳에서도 그랬어요
그 글에 댓글에도 적었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상업지가 있길래 서점에서 구매했습니다.
오덕이 많이 드나드는 그런 매장도 아니었구요. 진짜 동네에 있는 서점이었어요
그런데 거기서 만화책 두권과 참고용 서적 한권, 그리고 상업지를 샀습니다.
저는 당당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상업지를 제일 위에 얹어놓고 계산대에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직원이 상업지 구매하는 고객에게 표정같은 것은 전혀 바뀌지도 않고 웃으면서
상업지의 바코드를 제일 먼저 찍더니 갑자기 책을 정리해서 상업지를 제일 아래로 내려놓고
상업지가 보이지 않게 해놓은 다음에야 나머지 서적들의 바코드를 차례차례 찍더라구요
그러고는 봉투에 담아줄 때는 책들 사이에 넣어서 담아줘서
만화책
상업지
참고서적
이렇게요
솔직히 진짜 감동했었습니다.
그리고 오덕 관련 매장 일화로는 몇가지가 있었는데
저 위의 서점처럼 상업지 내지는 조금 자극적인 표지의 서적같은 것은 아예 저렇게 배려해주고
봉투같은 것에 넣을 때는 테이프를 붙혀서 혹여라도 열리면서 보여지는 것을 아예 방지해주는 것은 기본이었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아키하바라의 그 유명한 호랑이 가게였는데요..
제가 아끼는 저희 과 애들을 위해 그 애들이 파는 커플링 캐릭터들 책 사주려고
호랑이 가게에 들어섰을 때 처음에는 주변의 시선들이 따가울 거라 생각했었어요..
보통 우리나라 가게를 생각하면 점원들이 수근수근 된다던가 아니면 힐끗힐끗 처다보는게 생각났거든요
그래서 진짜 큰 마음 먹고 갔었는데
막상 가보니 들어갔을 때 점원들이 처음에 매장 들어서는 손님에게 인사한 이후에는
손님이 말 걸기 전 까지는 눈도 안마주치고 처다보지도 않더라구요.
일반인 입장에서 보면 막 찾고 있을 때 보통은 직원들이 "뭐 찾으시는 것 있으신가요?"라고 물어보는 걸 상상하는데
우리과 여자애 중에 한 명이 겁나게 마이너한 커플을 파느라 진짜 미친듯이 찾았거든요
그런데도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열심히 찾는 여성분에게도 먼저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가게라면 어찌보면 무례하거나 서비스정신이 떨어진다 볼 수 있겠지만
매장의 특수성 등을 고려했을 때는 오히려 그게 더 세심한 배려라고 보였어요.
그렇게 그 매장에 없어서 그 옆에 있는 아니메뭐시기 매장에도
들렸다가 거기도 없어서 다시 호랑이가게에 돌아왔는데 그 때도 똑같더라구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원에게 먼저 물어봤었어요
"혹시 이 만화관련 서적은 여기가 전부에요?"
그제서야 눈 마주쳐주고 웃으시면서
"예, 저기에 있는 코너까지가 전부입니다."
"제 여동생이 찾고 있는 커플의 책이 있는데 여기에 없어서요.."
"아 그래서 그렇게 찾고 계셨던 거였군요. 죄송하지만 저희도 여기에 있는게 전부에요
인기 있는 책은 금방 팔리고 인기가 없는 책들은 잘 팔리지 않아서 들여놓지 않거든요"
그래서 직원에게 물어봤어요
"혹시 이 근처에 이 가게랑 이 옆가게 말고 여성향 서적을 파는 곳이 있나요?"
"죄송하지만 그건 저희 점포 이외의 일이라.."
"여동생이 집에서 벽에 머리를 박으면서 울부짖고 있어요.."
그러더니 살짝 웃으시면서 조용히 말씀해주시더라구요
"여기서 길 건너셔서 오른쪽으로 돌아가시면 '판타지에서 자주 다루는 식물' 가게가 있을거에요"
진짜 덕분에 덜 부끄러웠고 덕분에 찾고 있던 책을 찾을 수 있었어요...
정말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뭔가 직원 교육을 잘 해놓은 덕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호랑이 가게가 아니더라도 그 식물 가게 분들도 마찬가지로 따로 힐끗거리지 않고
인사 후에는 제 할 일을 하거나 정면만 바라보시더라구요.
이런 점들은 진짜 우리나라에서도 서점이나 그런 곳에서 좀 배워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일본에서 이런 점만 있는게 아니라 많이 실망했던 점도 있었는데요.
문제는 이게 직원이나 그런 사람들 문제가 아니라 성숙하지 못한 오덕문화였었어요.
북오프에서 만화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보니까 만화책 코너에 아예
여기서 서서 책을 보지 말아주세요라고 적어놨는데도 진짜 통행이 불편할 정도로 양쪽에서 서서 보고들 있더라구요..
아무리 덕질에 대한 인식이 한국보다는 좋다고 그래도 여전히 어느정도의 차별이 있는데
그 차별이 이런 비성숙한 오덕들의 문화에서 오는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또 왜 일본에서도 덕후들의 입지가 좋지 못한가에 대한 것도 생각해봤는데
조금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진짜 사람을 비하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안 씻어서 나는 냄새가 장난 아니었어요
진짜 만화책~성인코너 근처에는 머리에서 막 비듬떨어지고 그런 사람들이 진짜 많았아요..
솔직히 조그만한 집 근처 서점이면 모르겠는데..
북오프 아키하바라점이나 신쥬쿠점 같이 도쿄 한 복판의 서점에서 저러니까 환장하겠더라구요..
안꾸미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 괜히 편견을 스스로 만드는 거 같은 정도였어요
그래서 결론이 뭐냐구요?
그냥 그랬었다구요...
아... 지금 그냥 생각난 일화 하나가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마 북오프 아키바점이었던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에 5층이 만화코너였고 그 옆에 동인지 코너가 있었는데 그 코너가 4층으로 옮긴거 같더라구요
5층 만화코너 근처에 종이에 안내문이 적혀있더라구요
또 그 아끼는 우리과애들이 찾는 일러스트집 찾는다고 일러스트집 코너에 갔는데 그 옆옆에 동인지 코너가 있었는데
거기에 키 160~165정도 되는 10대 중반~20대 초반정도 되보이는 서양인 한명이
한쪽 다리의 무릎을 굽혀서 몸을 꼬아가면서 서서 동인지의 표지 하나하나를 확인하고 있더라구요..
근데 그 서양인이 진짜 주변에서 살짝만 소리가 나도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주변을 휙휙 처다보고
책장에 다시 집어넣고 그러다 아무일도 아니면 다시 꺼내서 처다보다가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를 반복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정말 웃겼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보다 어려보였으니 편하게 말하면.. 얘야... 동인지가 보고 싶으면 근처 게이북스나 그 비싼과일북스 같은 곳을 가렴...)
아.. 글로 쓰니 재미가 없네여..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