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맥주 딱 한잔만 마시죠.”
한국의 사격 권총 역사상 올림픽 첫 메달을 딴 진종오(25·KT)가 공식 기자회견을 마치고 18일 올림픽 선수촌으로 돌아가기 전에 김선일 코치에게 던진 한마디다. 진종오. 방아쇠의 전자감응장치 센서를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실수를 범해 1차시기에 격발이 되지 않는 바람에 시간이 모자라 통한의 6.9점을 쐈고, 이 점수 하나로 남자 50m권총의 금메달이 은메달로 변하고 말았다.
하지만 은메달리스트 진종오의 이야기는 메달과 상관없이 흥미로웠다. 승부를 즐길 줄 아는 ‘똘똘이 스머프’ 진종오는 어깨를 짓누르던 부담을 훌훌 털어버리고는 신세대 총잡이다운 ‘솔직 토크’를 즐겼다.
-은메달 소감은.
아직도 아쉽다. 하지만 내 운이라 생각한다. 금메달은 준비된 선수에게 온다고 들었다. 나는 아직 준비가 덜된 모양이다.
-그동안 언론에서 조명을 받지 않았는데 서운하지 않았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공기소총 친구들이 워낙 잘나가 우리는 찬밥신세였다. 우리 권총 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오히려 편하게 훈련했다. 공기소총 친구들은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대로 기사를 써도 되나.
된다.
-오늘 결선 사대에서 무슨 생각을 했나.
나는 본선 사격보다 8명이 10발로 승부를 거는 결선사격을 더 좋아한다. 어차피 다들 긴장해서 바들바들 떨다가 나오는데 내가 조금 덜 떨면 우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많이 떨지는 않았다. 하지만 6.9점을 쏘고 나선 눈앞이 깜깜해졌다.
-감기에 걸려 호흡 곤란을 느꼈다고 들었는데.
아테네에 오기 전에 감기에 걸렸다. 여기에 와서 증상이 심해져 약을 먹고 주사까지 맞았다. 오늘은 별 지장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총을 잘 갖고 놀았나.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내내 책을 보는 대신 총을 갖고 놀았다. 물론 장남감 총이다. 그래서 부모님이 ‘얘는 공부는 안되겠으니 사격을 시키자’고 판단해 나를 이 길로 이끄셨다. 부모님의 판단 덕분에 이 자리에 섰다. 지금도 장난감 총을 갖고 노는 게 취미다.
-애인은 있나.
밝힐 수 없다.(웃음)
-밝히지 않으면 나중에 애인이 화낼 텐데.
그렇지 않을 거다. 꼭꼭 숨기겠다.
-팬 카페는 있나.
없다. 별로 관심이 없다.
-별명은.
‘감자’다. 강원도 출신이라고 그렇게 부른다.
-‘똘똘이 스머프’가 더 잘 어울리는데.
그런가? 생각해보겠다.
-어떤 인생을 꿈꾸나.
사격을 생업으로 하지 않고 취미로 즐기면서 살아가는 인생이고 싶다. 나는 사격을 사랑한다.
-취미로 인생을 살 수는 없을 텐데.
그래서 매주 로또복권을 긁는다.
-올리브관은 생나무 줄기와 잎사귀로 돼 있어 보관하기 어렵겠던데.
마르면 버리면 된다.
-25일 귀국일까지 무엇을 하면서 보낼 생각인가.
우리 선수들을 실컷 응원하겠다. 선수촌 안에서는 당구 좀 치고 PC방에서 게임을 하겠다. 아테네 | 김태충기자 lude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