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br /></div> <div><br /></div> <div>5년도 더 전의 일입니다~</div> <div>그 당시 저는 고삼이었고, 수능이 끝난 시점이었죠.</div> <div>다들 아시겠지만 수능이 끝난 고삼 교실은 그야말로 카오스입니다.</div> <div>컨트롤할 수 없는 해방감과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터져서 폭발하고 있었죠.</div> <div>수업도 제대로 안 하겠다~ 애들은 교실을 놀이터로 만들었습니다.</div> <div><br /></div> <div>초딩처럼 공기놀이 하는 애, 노트북을 가져와서 아예 미드만 주구장창 보는 놈,</div> <div>수다 떨며 목도리 뜨는 팸, '안주팸'이라고 학교에 말린 오징어나 쥐포, 노가리를 가져 와서</div> <div>음료수랑 같이 먹는 애들도 있었습니다 ㅋㅋㅋ </div> <div>그 밖에 학종이 따먹기, 딱지치기, 돈따먹기 등 수 많은 전통놀이(?)가 유행했고</div> <div>집에서 커피포트 가져와서 차나 수프 끓여 먹으며 만화책 보는 사람, 침낭 가져오는 신종 미친x도 있었죠 ㅋㅋ</div> <div><br /></div> <div>물론 수업 시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div> <div>수업을 하시려는 선생님이 계시면 아이들은 '에~이!!!'를 연발하며</div> <div>수능도 끝났는데 좀 쉬게 해 달라고 조르곤 했습니다.</div> <div>선생님들께서도 아이들이 불쌍했는지 수업 대신 영화를 틀어 주시거나,</div> <div>다 같이 퀴즈 맞추기 등을 하며 시간을 떼우셨습니다. </div> <div>(지금은 야자까지 다 하는 학교도 있다고 들었네요 ㅠㅠ)</div> <div><br /></div> <div>어느 날 근현대사 시간이었습니다.</div> <div>아이들은 역시나 놀자고 했고 진도도 다 나가신 선생님은 알겠다고 하셨습니다.</div> <div>근현대사 선생님께서는 젊고 귀여우신, 순수한 이미지의 선생님이셨습니다.</div> <div>실제로도 서민정을 닮기도 하셨고 해서 인기가 되게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div> <div><br /></div> <div>우리 반은 그 당시 유행이었던 '자음으로 영화 제목 맞추기'를 했습니다.</div> <div>예를 들어 ㅊㄹㅁㄱㄱ 는 초록물고기, ㅍㄹㅅㅌㄱㅍ 하면 포레스트 검프를 맞추는 게임입니다.</div> <div>한 명씩 술래가 나가서 칠판에 자음을 쓰면, 답을 알겠는 사람이 손을 들고 답을 크게 맞추는 거죠.</div> <div><br /></div> <div>ㅅㄹ.</div> <div>"슈렉!!!" 땡!</div> <div>"소름!" 땡!</div> <div>"쉬리!!" 딩동댕~~~</div> <div>기어이 쉬리를 맞추고 제가 교단 앞에 나가 문제를 내게 되었습니다.</div> <div>뭘 낼까.. 뭘 낼까.. 하다가 제가 생각한 영화는 </div> <div>원령공주!!! </div> <div>그 때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에 한창 빠져 있을 때였습니다...</div> <div>다른 애들은 막 야한 영화 제목도 내고 낄낄거리는데, 저는 이미지관리 차원으로다가..ㅋㅋㅋㅋ</div> <div>건전하디 건전한 원령 공주를 출제했습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칠판에 자음을 적고 답을 기다렸습니다..</div> <div>아무도 답을 못 냈습니다. 다들 '뭐지?' 하는 표정에 선생님도 맞추시려고 노력하고 계셨습니다.</div> <div>그 때...</div> <div>우리반 여자 반장이 ...</div> <div>큰 소리로 그만....</div> <div><br /></div> <div><br /></div> <div>"오르xx!!!!!!!!!!!!!!!!!!!!!!!!!!!!!!!!!!!!!!!!!!!!!"</div> <div>정적한 교실 안에 쩌렁쩌렁 울렸고 순수하신 선생님은 깜짝 놀라며 땀이 삐질...</div> <div>3초 뒤 반장은 깨달았고 선생님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시며 </div> <div>허겁지겁 칠판을 지우신 뒤 그 뒤로 영영 영화자음 맞추기는 사라졌다고 한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