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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bestofbest_2274
    작성자 : 반장
    추천 : 211
    조회수 : 7219
    IP : 211.110.***.40
    댓글 : 21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4/12/01 11:02:11
    원글작성시간 : 2004/12/01 02:04:09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274 모바일
    우정..
    [저기요, 오늘 저랑 밥 먹을래요?]

    야구장에서 사회를 보던시절,
    이승엽 선수가 어느 날 갑자기 내게 말을 건넸다.
    이처럼 정겹게 들리는 말이 또 있을까.
    하물며 늘 배가 고프던 시절의 나였으니...


    [사회를 재미있게 보시더라고요.]

    그 말에 내가 먼저 구부정한 어깨로 손을 내밀었는지,
    그가 먼저 악수를 청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날 밥은 아주 따뜻했고,
    그날 부터 나는 그에게 많은 것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형, 내 결혼식 사회 좀 봐 줘요.]

    그가 주위에 있는 쟁쟁한 스타들 대신 나를 찾아와
    결혼식 사회를 부탁했을때,
    나보다 더 나은 사람에게 부탁하라고 할까 싶었지만
    결국 나는 수락했다.
    이유는 딱 하나,
    나만큼 그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해 줄
    사람은 없으리라는 자신감에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네 시가 넘은시간,
    그가 다급히 전화를 걸어왔다.
    토크쇼에서 결혼을 앞둔 심경과 상황을 셀프카메라로 미리 찍는데
    이 기회에 나를 방송에 데뷔시켜 주겠다는 생각으로,
    그 새벽 서울에서 대구까지 나를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결국 내가 찍힌 부분은 방송에서 모조리 편집이 되었다.
    어쩌면 당연한일,
    하지만 그는 토크쇼 방송 날, 내 앞에서 울었다.


    '알아본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대구 구장, 그 복잡한 곳에서 구부정한 어깨로
    사람들 틈에 묻혀있던 키 작은 나를, 그는 알아봐 주었다.
    비단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 내 재능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 자신이 내게 얼마나 많은 것을 줄 수 있는지,
    그가 나를 얼마나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그런 것을 알아본 것이다. 우리가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먼저 알아봐 준 것이다.


    나는 이미 그에게 갚지 못할 만큼 많은 것을 받았지만
    지금부터라도 그에게 뭔가를 꼭 해 주고싶다.
    혹시라도 추운 겨울 그가 야구방망이를 잡아야 한다면
    내가 그 방망이를 미리 품어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일,
    소보로 빵의 뚜껑만 먹고 싶다면 그러라 하고
    남은 부분은 내가 먹어주는 일
    일주일쯤 웃을 일이 없었다 하면
    기꺼이 내 안경을 벗어 웃게 해 주는 일...


    그래, 나는 그런 것들을 그에게 해 주고 싶다.
    부모가 자식에게 해 줄수 있는 일,
    형이 동생에게 해 줄 수 있는 일,
    가족이 해 줄 수 있는 일들을.



                               김제동
    반장의 꼬릿말입니다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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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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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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