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비서실장 허태열

(중앙일보 사진)

이 사진을 보고 허태열이 누군지 기억난 사람도 적지 않으리라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던 무렵 화제의 영상이었던, 2000년 총선 때 부산에서 연설하는 허태열의 모습.

당시 '이러다 우리 자식이 호남사람 종살이할지 모른다'는, 개념을 내다 버린 발언을 쏟아내며 지역감정을 조장해 노무현을 물리치고 당선됐었죠.

그런데 이번에 새로 알려진, 허태열 박사학위논문 표절.

(동아일보 사진)

하나는 연세대 이종수 교수의 논문, 나머지 하나는 허태열의 박사논문입니다.

위가 허태열 논문인지 아래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니, 어차피 둘이 똑같으니 상관없겠군요.

이런 식으로 논문의 모델, 결과, 한계, 시사점까지 똑같다네요.

여기까진 그렇다 칩시다. 어차피 그 주변에 제대로 된 놈 별로 못 봤으니까요.

그런데 저런 복사기 노릇을 하며 박사를 딴 데 대한 사과문이 이렇습니다.

"논문작성 당시 현재와 같이 강화된 연구윤리 기준을 철저히 지키지 못한 점, 원저자와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현재와 같이 강화된 기준'을 못 지켜서 죄송...

아니 그럼 10년 전에는 논문 복사하면 박사 주는 게 관례였다는건가?

박사 받은지 10년 넘은 사람들은 연구를 제대로 했는지, 논문을 복사해서 학위를 받은건지 모른다는 거네?...

1000년 전에 했어도 매장당할 짓을 해놓고 뻔뻔함이 극을 달립니다.

물론 잘 모르는 국민들이 '10년 전엔 괜찮았는데 요새 기준이 강화되면서 문제가 된 거구나'라고 생각하도록 사과문을 쓴 거겠죠.

마치 안철수 다운계약서 논란처럼 말이에요.

여기까지도 그렇다 칩시다. 그냥 사람이 좀 덜됐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표절 논란에 대해 이런 말을 하더군요.

 "김대중 정부 때였는데 쉬는 김에 박사학위나 받아두자고 한 것이었다. 내가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도 아니고 시간이 부족해서 실수를 좀 했다.", "학자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 역시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직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 말을 보고 어처구니를 상실했습니다.

태곳적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피땀 흘려 쌓아온 상아탑 위에 똥을 싸는 한 마디 한 마디를 무려 인터뷰에서 말씀하신 거죠.

선인들의 연구에 한 점 한 획을 더할 자격을 얻는 박사학위를 '쉬는 김에 받는 것'으로 만들고,

학자로서 용서받을 수 없는 표절 행위가 '시간이 부족해서 실수 좀' 할 수 있는 일이 되었으며,

박사학위는 받아놓고도 잘못한 일에는 '학자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나 몰라라 하는,

학문하는 사람들을 모독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참 기분이 더러웠습니다.

참, 얼마 전에 문대성이 박사학위논문 표절로 새누리당에서 쫓겨났지요?

그럼 문대성은 '진지하게 학자의 삶을 살기 위해', '널널한 시간을 가지고', 박사학위를 준비하다 표절을 해서 그렇게 새누리당이 물고 뜯고 씹고 맛본 건가요?

이건 뭐 염치도 양심도 없는 쓰레기통이네요.

그런 훌륭한 분이 이번에 박근혜 정부 비서실장이 되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문재인이 맡았던 자리죠.

수식으로 표현하면

노무현 : 박근혜 = 문재인 : 허태열

이 됩니다.

앗, 갑자기 모든 게 이해 되네요! 저 비례식에 어울릴만한 인물을 찾은 거였군요!

과연 공학을 전공한 각하의 수학적 혜안에 감복하게 되네요.

이런 불경한 글을 쓴 것에 백배 사죄드립니다.

P.S. 이분 물론 군대도 안 다녀왔습니다.

사유는 왼손가락 마비(수지강직)인데요, 아래 사진을 보니 그냥 시간 지나면 낫는 병인가 보죠?

(동아일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