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게임 쪽에서 시작된 사건은 게임계를 떠나 웹툰판으로 옮겨붙었고 그 결과 생각보다 빠르게 사태가 정리된 게임판에 비해 웹툰판은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었다.
난 이 사건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놀랐다. 처음 성우의 발언을 보곤 놀랐고 그 후 클로저스 유저들의 환불 사태와 ㄱㅈㅇ 성우를 자르면 보이콧하겠다 들던 이들을 보며 조마조마했다 예산대로 보이콧을 하겠다며 들고 일어난 트위터 쪽 사람들을 보곤 머리를 싸매고 관련 언급을 최대한 피하고, 살얼음판을 걷는 마음으로 조마조마해하며 살았다.
그러다 화제가 해당 성우를 지지하는 일러레들과 웹툰 작가들로 판이 옮겨지고 사태들을 주욱 관망하면서 내 조마조마함은 곧 당혹감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sns에서 진심으로 ㄱㅈㅇ 성우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였다. 앞뒤 정황도 안본채 멋 모르고 뛰어들었든 문제의 사이트를 정말로 지지하든 작가들 중 몇몇이 ㄱㅈㅇ 성우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사람들은 그들에게 달려가 때론 자초지종 해명을 하고, 때론 관련 상품을 훼손시켜 그들에게 실망감을 토로하기도 하고, 때론 욕설과 조롱까지 날리며 분노를 토로하였다.
그 중에는 사건이 터지자 우르르 달려든 어그로도 있겠지만 해당 업계인을 너무나 사랑하여 안타까운 심정으로 달려온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팬들의 피드백을 듣고 작가들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곤 난 곧 분노하였다.
그들이 독자들에게 노골적으로 한심함과 조롱을 거침없이 드러내곤, 관련 피드백들을 그저 '한심한 놈들의 맨스플레인'이나 '어그로의 분탕질'로 여기곤, 마치 자기들이 굉장한 사상가나 지도자라도 되는 것처럼 독자들을 매정하게 걷어차고, 블락을 때려 대화의 창구를 닫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게 한두명의 일탈 수준으로 여겨질 정도가 아니었지.
작가들은 하나같이, '웹툰 작가들이 이렇게 깨어 있는 자들인 줄 몰랐냐'고, '독자들이 작가들을 가르듯이 작가들도 독자들을 거르면 된다.'며,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양 위에서 사람을 내려다보며 독자들을 조롱하기를 멈추지 않았고, 그럼에도 돈은 벌고 싶었는지 '내 만화를 그래서 안 볼 것이냐.' 며 소비자들의 레진 코믹스 대량 탈퇴 및 환불 인증 등의 보이콧을 단지 분노한 냄비들의 잠시동안의 이탈로 여겼었다.
자신들을 맹목적으로 지지해주는 전위대에 둘러쌓여 기고만장해진듯 말을 내뱉는 작가들을 보곤 이런 인간들이 한둘이 아님을 알았고, 곧 나의 분노는 업계인 전체에 대한 무한한 혐오감이 가득찼다. -실제로 난 그들의 글을 읽곤 구토감이 몰려오기도 했다.-
작가들은 사실상 독자들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그동안 한국 서브컬처계는 내외부적으로 탄압도 많았고, 특히 만화계는 군사독재정권 당시부터 시작된 각종 편견과 탄압 등으로 산업 자체가 고사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다.
나는 어린이날만 되면 만화책을 불태우던 그런 세대는 아니지만 나의 어린시절과 중학생 시절 도서 대여점 문제나 스캔본 문제 등으로 만화가들이 힘들다는 식의 성토와 절규들을 보았고 나 역시 서브컬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만화 작가들에 대한 애정을 가졌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변치 않는다.
그러나 사태가 지금까지 오게 되자 난 굉장히 두렵기까지 하다. 내 선배가 될 작자들의 적나라한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조차도 힘들었던 시기를 잊고 누군갈 감히 계몽하려 들겠다 달려들고, 독자들을 하찮게 바라볼까 지금 시점에선 너무 무섭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관계는 평등하다. 독자들이 작가들에게 함부로 갑질을 하면 안되듯이 작가 역시 독자들을 함부로 가르치려 들면 안된다.
우리는 셧다운제 같은 게임 규제에 함께 맞서 싸우다 결국엔 사행성과 과금 유도의 횡포에 시달리다못해 규제를 적극 찬성하게 되고 국내 게임 자체에 등을 돌린 게이머들을 많이 봐왔지 않은가.
지금 한국 웹툰계는 예전에 비해 발전하고 있지만, 스스로의 자정 작용도 없었고 반성과 성찰도 너무 부족했다. 업계 차원에서도 최소한의 관리도 되어 있지 않았고.
이번 사태가 잘 마무리 될 거란 생각도 않고, 지망생이지만 한명의 소비자로서도 지금 분노해 방통위의 규제까지 찬성하고 웹툰계와 작가들 전체에 대해 환멸감을 느끼고 불신하는 소비자들의 분노에 너무나도 공감한다.
반성과 성찰 없이 굴러가는 시장은 언젠간 자멸할 수 밖에 없다. 이건 모든 작가들과 관련 업계인, 지망생들이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