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욕심은 없는데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어린 시절부터 "차"에 대한 욕심은 있는 편이어서 나중에 커서 돈을 벌면 가장 먼저 차부터 사야지 <div>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div> <div>그렇게 성장한 나는 사회초년생이던 2007년 통장에 미니카 100대를 장만할 수 있는 금액의 월급이라는 것이 들어오자마자 과감하게 차를 사기로 </div> <div>결심하고 찾아간 H사 대리점은 내게 좌절감을 안겨줄 뿐이었다. 그래도 차가 가지고 싶던 나는 결국 현실에 맞춰 중고차로 내 인생의 첫차를 </div> <div>장만하게 되었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내 인생의 첫차는 1992년식 스쿠프.. 내가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 나온 명차였다. </span></div> <div><br></div> <div>차를 가져온 날 자취방 할머니께서 준비해주신 돼지머리 고기와 막걸리를 스쿠프에 먹이면서 무사고를 염원하며 정성스럽게 고사를 지냈고, </div> <div>할머니를 모시고 시승식을 한 날 주차를 하다 식당 담벼락을 무너뜨리며 액땜도 했다.</div> <div>그날 밤 내 차가 생겼다는 것에 흥분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스쿠프 옆에 앉아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div> <div><br></div> <div>"너는 지난 15년 동안 몇 명의 주인을 만났니? 여자도 있었어?"</div> <div><br></div> <div>"옆집 범블비는 가끔 로봇으로 변신한다는 데 너도 새벽에 변신하는 건 아니겠지? 이왕이면 여자 로봇이면 좋겠는데.."</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 그런데 여.. 여자는 몇 명이나 태워 봤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여러 질문을 했지만 스쿠프는 묵묵부답이었다. </div> <div><br></div> <div>당시 다니던 회사는 주차장이 협소해서 차를 가지고 출퇴근할 수 없었지만 나는 퇴근하면 스쿠프와 함께 남산, 한강, 양평 등 서울 경기 인근</div> <div>을 드라이브하며 소중한 혼자만의 추억을 만들었다. </div> <div><br></div> <div>그러던 중 회사에서 워크숍을 직원들의 차로 이동해서 가기로 했다. 관리부장님께서 차가 있는 직원들을 조사하는데 부장님께서는 당연히</div> <div>"쟤는 차가 없겠지. 태국 소작농 주제에 차가 있겠어.. "하며 지나치실 때 나는 부장님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div> <div><br></div> <div>"부장님 저도 차 있는데요.."</div> <div><br></div> <div>"성성씨 차 있어? 회사에 한 번도 안 끌고 왔잖아?"</div> <div><br></div> <div>"주차할 곳도 없고...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차 끌고 다니면 건방져 보이기도 할 거 같고 해서..."</div> <div><br></div> <div>"잘됐네! 인원에 비해 차가 모잘랐는데."</div> <div><br></div> <div>"그런데 제 차가 문이 두 개 밖에 없어 탈 때 불편할 수 도 있어요."</div> <div><br></div> <div>"트랙터야? 아니면 경운기? 아.. 경운기는 문이 없지.."</div> <div><br></div> <div>"아뇨.. 스..포츠카.." </div> <div><br></div> <div>"스포츠카? 스포츠카가 있다고?"</div> <div><br></div> <div>"네.." </div> <div><br></div> <div>"그럼 일단 가져와."</div> <div><br></div> <div>스쿠프도 스포츠카이긴 해서 굳이 스쿠프라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소문을 전속력으로 달리던 스쿠프보다 빠르게 회사에 번졌다.</div> <div>내 차가 어떤 이는 람보르기니, 그리고 어떤 이는 페라리일거라 이야기 했으며, 그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1. 저 자식 태국 소작농인줄 알았는데</div> <div>알고 보니 태국 귀족의 자제분 이었다 2. 역시 사람은 옷 입는 걸로 판단하면 안 된다. 였다.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리고 젊은 직원들이 서로 내 차를 타겠다고 </span></div> <div>경쟁했다고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들었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리고 워크숍 아침 자랑스럽게 회사 주차장에 경쾌한 소음을 내며 들어선 나의 애마 스쿠프를 바라본 직원들의 환상을 무참히 깨졌고,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의 신분은 고귀한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태국 귀족에서 원래 위치였던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태국 소작농으로 전락했으며 직원들에게 역시 사람은 옷 입은대로 판단해도 된다는 교훈을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남겨줬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리고 내가 짝사랑했던 항상 매사에 긍정적인 여직원은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와.. 성성씨.. 차가 상당히 앤틱하네요!" 라며 극찬해줬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못 믿는지 아니면 15년 경력의 스쿠프를 못 믿었는지 </span></div> <div>내 차를 타지는 않았다. 만일 그때 그녀가 그 차에 탔으면 내 운명이 바뀌었을 수도 있는데 허허허허...</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