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길드 단톡방에서 종의기원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고</div> <div>같은 길드원 알바문제로 시작해 일가친척 이야기를 잠깐 하던 나는</div> <div>이 소재라면 베스트를 노려볼 만 하겠다 싶어 한번 써본다.</div> <div>참고로 일가친척을 포함한 구성원 중 일부가 오유를 하므로, 이 글을 본다면</div> <div>전화가 오거나 페이스북 메세지에 '전화받아라' 라는 메세지 등이 올 것 같지만</div> <div>아무래도 좋다.</div> <div> </div> <div>타인이 보기에는 이게 가족인지 친척인지 잘 구분이 안갈 것이다.</div> <div> </div> <div> </div> <div>1.</div> <div> </div> <div>둘째 작은아버지는 굉장히 머리가 비상한 분이시다.</div> <div>지금도 비상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한은</div> <div>그 지식의 보고가 영원히 간직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div> <div> </div> <div>둘째 작은아버지(이하 작은아버지)께서 열 아홉살 때의 일을 회상하며 말씀하셨다.</div> <div> </div> <div>"광주에서 올라와 서울 자취방을 구하고 나니 등록금은 커녕 기본적인 생활조차 할 수 없었단다."</div> <div> </div> <div>"힘드셨겠군요."</div> <div> </div> <div>"그래서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단다."</div> <div> </div> <div>"그때는 학자금 대출같은 제도도 없지 않았습니까?"</div> <div> </div> <div>"할아버지께서 소를 팔아 등록금을 마련해주셨지. 흔한 이야기 아니냐."</div> <div> </div> <div>"그럼 다음학기부터는..."</div> <div> </div> <div>"집에 손벌리는 것이 부끄러워 그냥 장학금을 받았다."</div> <div> </div> <div>배가고파 라면을 끓여먹었다 라는 수준으로 말씀하시는 작은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비루한 내</div> <div>대가리가 어디까지 비참해질 수 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2.</div> <div> </div> <div>둘째 작은아버지가 시골에서 열심히 공부하시고, 결과를 보고 난 뒤 크게 통곡하시며</div> <div>공부방의 거울을 깨셨다고 한다. 할머니께서는</div> <div> </div> <div>"대학에 떨어졌다고 인생이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란다" 라며 위로하려고 하셨다.</div> <div>작은아버지는 오열을 하시며 "붙었습니다." 라고 하자 할머니가 크게 놀라시며</div> <div>"그런데 왜 그렇게 서럽게 우느냐" 하시자 "제가 머리가 나빠 연대 상대밖에 가질 못합니다"</div> <div>라고 하셨다고 한다.</div> <div> </div> <div>작은아버지는 그 이후로 나쁜 자신의 머리를 한탄하며 대학을 열심히 다니는 와중에</div> <div>군생활이 무서워 카투사로 도망치듯 지원했다고 하셨다.</div> <div> </div> <div>그러니까, 군대가 무서우면 카투사를 가면 될 뿐인 일인거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3.</div> <div> </div> <div>아버지는 공수부대를 나오셨다.</div> <div>문제는 지금으로 치면 대단한 진보진영의 파수꾼과 같은 느낌이였는데</div> <div>하필 아버지가 복무하던 시기는 5.18 광주민주화항쟁과 맞물린 시점이였다.</div> <div>참고로 아버지의 고향은 당연히 광주다.</div> <div>총체적 난국 와중에 그나마 다행이였던건 아버지가 전역을 이틀 앞둔 상황이였다는 것이다.</div> <div> </div> <div>아버지는 당시 3공수의 무자비한 시민진압에 크게 분노하시고 내무반에서 분대원들과 욕을 하다</div> <div>중대장에게 소환당하셨고, 곧 영창이라는 징계를 받을 위기에 놓였지만(영창으로 끝나는 수준이라니</div> <div>참 다행인 듯 싶다만...) 무사히 전역해 고향인 광주로 돌아오실 수 있었다.</div> <div> </div> <div>그리고 공수부대 군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미친듯이 도망다니신 끝에 본가로 들어가실 수 있다고 했다.</div> <div>그 뒤로 아버지는 공수부대의 잔혹함을 미친듯이 비판하시며 본인은 분명히 아니라는 어필을 하고 나서야</div> <div>마을사람들로부터 적개심을 걷어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4.</div> <div> </div> <div>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하실 때 즈음 있었던 일이다.</div> <div>안그래도 까만데, 사우디에 가기 전 즈음에는 복사열에 의해 홍익인간의 그것과 같이 변해있었다고 했다.</div> <div>술을 좋아하시는 우리 아버지는 지금의 외삼촌과 술을 드시다 안주상을 내오는 어머니를 보고</div> <div>한눈에 반해 웃었다고 하셨다.</div> <div> </div> <div>그리고 그 미소를 시작으로 결혼했다고 한다.</div> <div> </div> <div>일년 전 명절때 집에 갔을 즈음 어머니께서 그 일을 회상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div> <div> </div> <div>"생각해봐라. 시뻘건 사람이 날 보면서 웃는데 술까지 취했는데 안만나주면 죽을것 같은데 너같으면 안만나겠니."</div> <div> </div> <div>어머니의 회고에 의하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시뻘건 도깨비라고 했다.</div> <div>지금도 우리아버지는 시뻘겋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5.</div> <div> </div> <div>내가 전역하던 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온 친척들이 다 몰려와 외식을 하게 되었다.</div> <div>그날의 계산은 내가 했다. 지금도 명세서만 떠올리면 피를 토한다. 이것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div> <div>포함되는거 인정합니까?</div> <div> </div> <div>아무튼 그날, 일가친척들을 포함해 성인이 된 친척동생들까지 총 소주 35잔을 두바퀴나 돈 나는</div> <div>해탈의 경지에 이르렀고 간다르바가 단물 뿌리듯 작은아버지 셔츠에 토를 하고 나서야 사태가</div> <div>일단락되었다.</div> <div> </div> <div>그 뒤 한동안 소주만 쳐다봐도 속이 울렁거렸다.</div> <div> </div> <div> </div> <div>6.</div> <div> </div> <div>친척동생들과 세달에 한번씩은 모여 죽을때까지 술을 마시는 것이 관습이다.</div> <div>20대 때야, 새벽 다섯시까지 먹고 해장술까지 먹고 집에갔는데 서른 중반에 가까워지는 요즘은</div> <div>진짜 스틱스강 뭐 그런거 건너도 이상할 것 같지가 않다.</div> <div> </div> <div>아무튼 그날도 3차까지 달리던 와중에</div> <div> </div> <div>"이새끼들아 그만쳐먹어" 라고 중얼거렸지만</div> <div>184넘는 장신 셋이 "육회 육회" 를 외치며 육사시미집으로 끌고가는걸 나는 감당할 수 없었다.</div> <div>(우리집안에선 내가 키가 제일 작다. 173... 또르르)</div> <div>아무튼 그렇게 먹고 나는 진짜 집에 가려고 했는데 우리집안 관습법상 먼저가는놈은 대역죄인이다.</div> <div>그리고 난 가장 큰 형이고, 그래 이렇게 된 거 정말로 죽어보자고 술잔을 들려는데 작은아버지께서</div> <div>우리가 먹는 술집에 들어오셨다.</div> <div> </div> <div>갑자기 술이 확 깼다.</div> <div>나는 얼떨결에 "헉 오셨습니까" 하고 인사를 한 뒤 친척동생들을 둘러보며 '누가불렀어' 라고 텔레파시를</div> <div>보냈다. 제일 나이가 작지만 키는 제일 큰 친척동생이 "아버지 진짜 오셨네요" 라고 했다.</div> <div> </div> <div>작은아버지는</div> <div> </div> <div>"육회에 소주도 좋구나. 그런데 오늘같은 날은 작은아버지가 양주 한번 사야지" 라며</div> <div>근처의 바에 데리고 가셨다.</div> <div> </div> <div>제발 그만... 그만...</div> <div> </div> <div>나의 외침은 들리지도 않는 듯 작은아버지는 테이블에 앉아 호기롭게 조니워커 블루라벨 그래 그 요망한</div> <div>파란뚜껑을 힘차게 까셨고 남자는 언더락 얼음없이 스트레이트라며 세병째 마셨을 즈음 나는 기절했다.</div> <div>깨어보니 모르는 차 안이였고 모르는 사람이 날 뒷좌석에 태운 채 내가 아는 모르는 길을 달리고 있었다.</div> <div> </div> <div>나는 드디어 납치당했다는 생각에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div> <div> </div> <div>잠시 차를 세운 모르는 차의 모르는 사람은 나를 향해 아주 조근조근 말했다.</div> <div> </div> <div>"사장님께서 댁까지 모셔다 드리라고 하셨습니다."</div> <div> </div> <div>"네? 누구 사장요?! 누구신데요?!"</div> <div> </div> <div>"(삐-) 사장님께서..."</div> <div> </div> <div>잠시 잊고있었다. 작은아버지가 사장이라는걸.</div> <div>나는 쪽팔림과 함께 십년짜리 이불킥을 획득했다.</div> <div>나는 그날 두 손을 모으고 얌전히 집에 간 뒤 기사분에게 몇번이나 죄송하다고</div> <div>인사를 하고서야 집으로 올라왔다.</div> <div> </div> <div>다음날 작은아버지께 죄송하다고 전화를 드렸더니 웃으시며</div> <div>'그래 해장술은 잘 사먹었냐' 라고 하시길래 이건 또 뭔가싶어서</div> <div>"예...?" 라고 하니까 아니라며 으하하 웃으시고 또 전화를 끊으셨다.</div> <div> </div> <div>나는 전날 벗어놓은 옷 틈 사이에서 십만원짜리 수표 두 장을 발견하고는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향했다.</div> <div>나 대체 어제 뭐한거...?!</div> <div> </div> <div>며칠 뒤 친척동생이 말해주길.</div> <div> </div> <div>"형 진짜 와 그때 작은아버지 옆에 붙어서 팔짱끼고 '해장국 사먹게 용돈줘여 작은아빠 히히힣히' 와 진짜 와...</div> <div>용돈주니까 더 신나서 '히힣히히 제 잔 한잔 받으세여 작은아빠 히힣힣히히'..."</div> <div> </div> <div>...작은아버지는 지금도 명절때마다 이십만원짜리 해장국 먹어본 사람 있냐며 날 놀리곤 하신다.</div> <div> </div> <div>...제발...죄송합니다... 10년전 일인데 이젠 제발 제바류ㅠ</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5.</div> <div> </div> <div>돌아가신 우리 할머니는 함경도 분이시다.</div> <div>6.25때 큰아버지와 함께 피난와 광주를 떠돌았는데, 그때 크게 도움을 준 것이</div> <div>할아버지셨고 두 분은 결혼을 하셨다고 했다.</div> <div> </div> <div>뭐 그런 러브스토리는 그렇다 치고 아무튼, 할머니는 말을 엄청 억세게 하셨다.</div> <div>고향 사투리를 거의 잊어버리신 시점에서도 마음같지 않게 말을 툭툭 던져</div> <div>뭇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곤 하셨는데 사실은 마음이 그런것이 아니라 말투가 단지</div> <div>그럴 뿐이였다.</div> <div> </div> <div>나는 어렸을 때 작은아버지댁에 가서 친척동생들과 방학을 함께 보내곤 했다.</div> <div>잠자리에 누울때면, 친척동생들은 항상 내 옆에 와서 자려고 했고 그때마다 할머니는</div> <div>작은 동생을 당신 옆으로 끌어들이시며</div> <div> </div> <div>"깔려죽어"</div> <div> </div> <div>라고 말씀하셨다.</div> <div> </div> <div>실제로 몇번 깔아뭉개기도 했고.</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장례식장에서 삼일 밤낮을 새며 문상객들을 맞이하던 와중에</div> <div>나는 정말 일면식도 없는 노인 두 분이 오셔서 갑자기 내 손을 잡더니 니가 노동자구나</div> <div>하면서 말을 잇지 못하셨다.</div> <div> </div> <div>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그런데 누구...' 같은 병신같은 말실수나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황하게 이야기를</div> <div>해 주시길</div> <div> </div> <div>두 분은 할머니와 사촌간이라고 하셨다.</div> <div>6.25때 찢어져 부산으로 피난을 와 그대로 사셨고 서로간의 소식도 모른 채 살다 내가 태어날 때 즈음</div> <div>연락이 닿아 만나셨고 그 때 나를 처음 보셨다고 했다.</div> <div> </div> <div>그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나를 보며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잘 몰랐다.</div> <div>우리 가족중에는 내가 할머니를 가장 많이 닮았고, 하는 행동이나 말투도 그렇다고 했다.</div> <div>자라고 보니 더 그렇다고, 이제 내가 언니를 보고 싶으면 너를 보면 되겠구나 하며 우셨다.</div> <div> </div> <div>글쎄 언제 한번 인사라도 드리러 가야 하는데.</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서술한대로 작은아버지는 연대를 나오셨다.</div> <div>그리고 그분의 아들 즉 친척동생은 고대를 나왔다.</div> <div> </div> <div>지금도 연고전 시기만 되면 첨예한 논쟁을 거듭하며 대립한다고 한다.</div> <div> </div> <div>작은아버지는 지금도 말에서 밀리면 이런 이야기를 하신다고 한다.</div> <div> </div> <div>"우리학교 앞에는 신촌과 독수리다방이 있지만 너네학교에는 뭐 있냐? 하나있네. 이명박."</div> <div> </div> <div>예송논쟁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를 가장한 부자간의 싸움을 지켜보던 나는 아버지에게</div> <div> </div> <div>"나도 아버지가 연대를 나왔으면 고대를 갔을건데"</div> <div> </div> <div>아버지는</div> <div> </div> <div>"내가 연대 할애비를 나왔어도 이놈아 여즉껏 연애할 머리도 없는 니 대가리로는 고대는 커녕</div> <div>졸업장 받은게 신기하다 이놈아."</div> <div> </div> <div>뼈좀 그만 때려요. 제발. 제발. 제바류ㅠㅠ</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