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 </div> <div>우리는 주말오후에 또 같이놀고 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정확히는, 같이 논다기 보다 토요일 회사차원에서 하는 봉사활동 때문에, 금요일날 퇴근할 때 토요일날 다시 여기까지 오기 귀찮은 머저리가</div> <div>병신인 내 집에 와서 술을 마신게... 일요일까지 같이 있게 된 것 뿐이다.</div> <div> </div> <div> </div> <div>나는 이새끼가 봉사활동이 끝나고 나면 집에갈 줄 알았는데, 어쩌다보니 토요일날 저녁까지 장장 여섯시간 반을 경쟁전에 몰두했음에도</div> <div>불구하고 사람새끼가 아닌마냥 100점 떨구고 구십몇점을 복구해 거기서 거기인 점수를 유지한 뒤에 내가 이놈을 데려다 주겠다며 차에 시동을 거는</div> <div>순간 머저리는 혼자 중얼거렸다.</div> <div> </div> <div> </div> <div>"지금 ㅅ동 족발이 문을 열었을란가..."</div> <div>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아 오늘 집에 못들어가겠다.</div> <div> </div> <div>이럴줄 알았으면 빨래라도 좀 다 하고 나올걸.</div> <div> </div> <div>뭐 이렇게 된거 어쩌겠나. 아무튼 나는 차를 몰아 부산으로 향하는데, 옆에 앉아있던 머저리가 뭔가 불현듯 생각난 듯이 말했다.</div> <div> </div> <div>"아 로또 안샀네! 행님 로또 잠깐 사러가지예"</div> <div> </div> <div>"안되는거 뭐 맨날 해서 뭐하노"</div> <div> </div> <div>"사는데 의의가 있심더"</div> <div> </div> <div>"니 저번에 로또 다섯게임 스무장 넘게 사서 번호 한개 맞은거 그새 잊어뿐거 아이가?"</div> <div> </div> <div>"존나 짜증나네예 고마 씨부리소"</div> <div> </div> <div>"씨부려? 주댕이로 니 다 뜯어뿔까?"</div> <div> </div> <div>아무튼, 우리는 로또를 사기 위해 양산에서 가장 인기있는 로또판매점에 들어갔고, 그 머저리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div> <div>판매점에 들어가려고 할 때 나는 그놈의 팔목을 붙잡고,</div> <div> </div> <div>"삼천원줄께 내껏도 하나 사온나" 하자 그놈이 싹 다 자동으로 긁어 사왔는데 오자마자 헐레벌떡 뛰어오며</div> <div>당황한 표정으로 내게 그 번호를 보여주는 것이다.</div> <div>번호는 1 2 3 5 7 10 식으로 연결된 번호였는데, 상식적으로 나올 수가 없는 번호였다. 머저리는 매우 흥분한 말투로 외쳤다.</div> <div> </div> <div> </div> <div>"행님! 내가 사왔심더! 20프로 콜하지예!"</div> <div> </div> <div> </div> <div>그런데 그쯤되니까, 진짜 이게 당첨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div> <div>그래서 '그래 20...' 까지 이야기하다가 나는 나도모르게 정색하며 말했다.</div> <div> </div> <div> </div> <div>"안된다. 거 20미터도 안되는 거린데 10프로 하자"</div> <div> </div> <div> </div> <div>그러자 머저리가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15프로' 라고 잘라말한다.</div> <div>좋다! 내가 이놈한테 15프로 정도는 줄 수 있다! 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div> <div> </div> <div> </div> <div>"에라이 ㅆ발! 20프로 하고 우리 내일 카드 현금서비스 한도까지 긁어서 서울가자!"</div> <div> </div> <div> </div> <div>당첨된다면, 거의 200억에 가까운 금액이 나와 그놈의 손에 들어오는 것이다.</div> <div> </div> <div>우리는 매우 흥분해 있었다. 심지어 나는 손이 떨렸다. 그놈은 에임에 지진난 맥크리마냥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div> <div>벌써부터 인생계획을 잡고 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행님 행님은 나 20프로 떼주고 나면 뭐할낍니꺼?"</div> <div> </div> <div> </div> <div>"뭐하긴 일단 내 사는 원룸 인수받고 피씨방 두개 차리고 검소하게 bmw 520d 사야지"</div> <div> </div> <div> </div> <div>"아 내는 차욕심은 별로 없어서"</div> <div> </div> <div> </div> <div>"그럼 니는 그냥 렉서스같은거 하나 사라"</div> <div> </div> <div> </div> <div>"아 그럴까예 그것도 검소하고 좋지"</div> <div> </div> <div> </div> <div>"캬 오늘 여덟시 반 넘으면 니 현금서비스 380만원 받는각이가 우리 한우묵으러 가나?"</div> <div> </div> <div> </div> <div>"한우가 문젭니꺼 일찍자고 내일 서울가가 인터컨티넨탈 호텔 스위트룸 잡고 앞으로 삶을 생각해봐야지예"</div> <div> </div> <div> </div> <div>하여튼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며 가고 있는데 우리 차 바로앞에 아우디 A7 한대가 정속주행을 하고 있었다.</div> <div>나는 말했다.</div> <div> </div> <div> </div> <div>"니 봐라. 오늘은 내가 핸들에 K.I.A 가 써 있지만 일주일뒤에는 동그라미 네개 달린 차를 운전하고 있을끼라"</div> <div> </div> <div> </div> <div>"내는 동그란 원에 파란색 삼각형 있는 차 운전할낍니더"</div> <div> </div> <div> </div> <div>"이야 니 쫌 검소하네"</div> <div> </div> <div> </div> <div>이런 쓸데없는 대화를 한 뒤 오후 아홉시 반 우리는 로또번호 당첨결과를 검색했고</div> <div>그냥 그날 술 존나많이 마시고 다음날 시장에서 칼국수먹고 헤어져 월요일날 정상적으로 출근했다.</div> <div>이런 병신같은놈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