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껍데기의 나라를 떠나는 너희들에게<br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게 바침<br /><br />권혁소(시인. 강원 고성중 교사)<br /><br />어쩌면 너희들은 <br />실종 27일, 머리와 눈에 <br />최루탄이 박힌 채 수장되었다가<br />처참한 시신으로 <br />마산 중앙부두에 떠오른<br />열일곱 김주열인지도 몰라 <br />이승만 정권이 저지른 일이었다<br /><br />어쩌면 너희들은<br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br />남영동 분실에서<br />머리채를 잡혀 <br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이 <br />욕조 물고문으로 죽어간 박종철인지도 몰라<br />전두환 정권이 저지른 일이었다<br /><br />너희들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고향은 쥐라기 공룡들이 살았던 태백이나 정선 어디<br />탄광 노동자였던 단란한 <br />너희 가족을 <br />도시 공단의 노동자로 내몬 것은<br />석탄산업합리화를 앞세운 <br />노태우 정권이었다<br /><br />나는 그때 꼭 지금 너희들의 나이였던 엄마 아빠와 함께<br />늘어가는 친구들의 빈 자리를 아프게 바라보며<br />탄가루 날리는 교정에서 <br />4월의 노래를 불렀다<br />꽃은 피고 있었지만 우울하고 쓸쓸한 날들이었다<br /><br />여객선 운행 나이를 <br />서른 살로 연장하여<br />일본에서 청춘을 보낸 <br />낡은 배를 사도록 하고<br />영세 선박회사와 소규모 어선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br />엉터리 안전 점검에 대기업들이 묻어가도록 하고<br />4대강 물장난으로 강산을 <br />죽인 것은 이명박 정권이었다 <br /><br />차마 목 놓아 부를 수도 없는 사랑하는 아이들아<br /><br />너희들이 강남에 사는 부모를 뒀어도 이렇게 구조가 더뎠을까<br />너희들 중 누군가가 정승집 아들이거나 딸이었어도<br />제발 좀 살려달라는 <br />목멘 호소를 종북이라 했을까<br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절규하는 엄마를 전문 시위꾼이라 했을까<br /><br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들이 <br />막말 배틀을 하는 나라<br />너희들의 삶과 죽음을 단지 기념사진으로나 남기는 나라<br />아니다, 이미 국가가 아니다<br />팔걸이 의자에 앉아 <br />왕사발 라면을 아가리에 <br />쳐 넣는 자가 교육부 장관인 나라 <br />계란도 안 넣은 라면을 먹었다며 안타까워하는 자가<br />이 나라 조타실의 대변인인 나라<br />아니다, 너희들을 주인공으로 받드는 그런 국가가 아니다<br />그러니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의한 타살이다<br />이윤만이 미덕인 <br />자본과 공권력에 의한 협살이다<br /><br />너희들이 제주를 향해 떠나던 날 <br />이 나라 국가정보원장과 대통령은 <br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br />국민에게 사과했다<br />머리를 조아렸다, <br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을까, 그래서였나<br />그래서 세월호의 파이를 <br />이리 키우고 싶었던 걸까<br />아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br />이제 막 피어나는 4월의 봄꽃들아<br /><br />너희들의 열일곱 해는 <br />단 한 번도 천국인 적이 없었구나<br />야자에 보충에 학원에, <br />바위처럼 무거운 삶이었구나<br />3박 4일 학교를 <br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br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br />흥분했었을 아이들아<br />선생님 몰래 신발에 <br />치약을 짜 넣거나<br />잠든 친구의 얼굴에 <br />우스운 낙서를 하고 <br />베개 싸움을 하다가<br />선생님 잠이 안 와요, <br />삼십 분만 더 놀다 자면 안 돼요<br />어여쁜 얼굴로 칭얼거리며 <br />열일곱 봄 추억을 만들었을 <br />사랑하는 우리의 아이들아 <br />너희들 마지막 희망의 문자를 가슴에 새긴다<br />학생증을 움켜쥔 <br />그 멍든 손가락을 심장에 심는다<br /><br />이제 모래 위에 지은 나라를 <br />떠나는 아이들아<br />거기엔 춥고 <br />어두운 바다도 없을 거야<br />거기엔 엎드려 잔다고 <br />야단치는 선생님도 없을 거야<br />거기엔 네 성적에 잠이 오냐고 <br />호통 치는 대학도 없을 거야<br />거기엔 입시도 야자도 <br />보충도 없을 거야<br />거기엔 채증에는 민첩하나 구조에는 서툰 경찰도 없을 거야<br />거기엔 구조보다 문책을, <br />사과보다 호통을 우선 하는 대통령도 없을 거야<br />어여쁜 너희들이 <br />서둘러 길 떠나는 거기는<br />거기는 하루, 한 달, 아니 일생이 골든타임인 그런 나라일 거야<br /><br />따뜻한 가슴으로 꼭 한 번 <br />안아주고 싶었던 <br />사랑하는 아이들아<br />껍데기뿐인 <br />이 나라를 떠나는 아이들아<br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br />눈물만이 우리들의 마지막 인사여서 참말 미안하다<br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부디 안녕<br /></div> <div class="autosourcing-stub-extra"></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