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게시판에 맞는 글일까 고민하다 노동/시사와 그나마 관계가 있어서 시사게에 올립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마트에서 일하는 어머니들이 가장 괴로웠을 때가 가족이 마트에 와서는
열심히 시식 권하고 있는 분들을 보며 애들에게
'너 공부 열심히 안 되면 커서 저런 사람 되는 거야' 라고 말할 때라죠.
얼마 전, 경비원 분신 사고 이후에 이런 얘기가 돌았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부모가 되지 말고
'너는 열심히 공부해서 저런 사람들을 도우는 사람이 되어라'고 말하는 부모가 되자구요.
아니야!!!!!!!!!!!!!!!!!!!!
'저런 사람'부터가 틀렸다고!!!!!!!!!!!!!
네. 그렇습니다. '저런 사람'이라뇨.
그 저런 사람이 뭐죠? 비정규직? 급여 낮은 사람? 남들이 폼 안 나서 안 하는 일 하는 사람?
'저런 사람'은 없어요.
그게 노동을 하고 있는 직업을 가리킨다면 말이죠.
수위가 어때서요?
나이 들고서도 경제활동 하기 위해 일하시는 분들입니다.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 다니다 은퇴하고 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아요.
마트요?
집에서 귀염 받고 자란 딸이 대학 나와 사랑하는 사람 만나 결혼해서 아이 낳고
그 아이 학원비나 보탤까, 생활비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나온 분들 많으시죠.
설령 이런저런 사정으로 배움이 조금 짧다거나, 어려운 일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저런 사람'으로 부를 일은 아니죠. 노동엔 귀천이 없다면서요.
집에 빌딩이 여러 개 있어서 임대료만 받아서 먹고 사는 사람이면 자식 데리고
아침에 회사 들어가는 회사원들에게 '저 봐라.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저런 사람 되는 거야' 해도 되겠네요?
심지어 요즘 적지 않은 아이들은 '노동자 = 불쌍한 사람/공부 안 한 사람'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더군요.
어쩌면 아예 '노동'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기도.. (얘.. 너희 아빠가 삼성에서 과장을 하고 있어도 노동자란다)
예를 들어 어떤 아줌마가 개 데리고 산책 가다가 개똥도 안 치우고 가는 걸 본 아이에게
'저러면 다른 사람들이 똥을 밟을 수도 있으니 나쁜 일이다.' 같은 건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지만
'너 공부 안 하면 저런 사람 된다'고 '공부해서 저런 사람 도와라' 같은 도찐개찐 이상한 교육 하지 마세요.
애들 앞에서 수위아저씨에게 차 키 던지며 '저 앞에 분식집에 우리집 차 있어요. 좀 가져다주세요.' 이런 거 말고
어른이니까 뵐 때마다 인사하고, 집에 과일이라도 들어오면 그 중 좋은 걸로 골라 '남 줄 때는 제일 좋은 걸로 주는 거다'얘기하며
쟁반에 받쳐서 아저씨 드시라고 인사하고 오라고 가르치세요.
수위아저씨라서가 아니라 어른한테는, 이웃한테는 좋은 거 나눠먹고 인사하는 거라고 가르치세요.
절대 '너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고 , 절대 말하지 마세요.
'공부해서 저런 사람 도우라고'도 말하지 마세요.
다 소중한 사람이고,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해주세요.
그러다 내가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친구/가족이 도와주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어려운 일을 겪으면 같이 힘 내라고 도와주는 것이 다 같이 잘사는 방법이라고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