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값은 400원. 잔돈이 없어 옆의 선배에게 돈을 빌렸습니다. <div>종이값을 내준 선배는 '너에게 부끄럽고 또 미안하다' 고 말했습니다.</div> <div>여기는 경남권 4년제 지방사립대. 몇년째 비권이 계속 총학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div> <div>좋게 말하면 온건하고 나쁘게 말하면 정치에 아예 관심이 없는 그런 대학입니다.</div> <div><br /></div> <div>저는 무섭습니다. 여당 국회의원이 이사장인 이 학교에서,</div> <div>그런 대자보를 붙인다는 게, 너무도 무섭습니다.</div> <div><br /></div> <div>그러나 지금 침묵하면 영원히 침묵할 것 같아서</div> <div>용기내고자 합니다. 그래서 종이를 샀습니다.</div> <div>종이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종이에 긁혀 왼손 새끼손가락에 긴 상처가 남았습니다.</div> <div>상처에서 핏물이 새어나왔습니다. 손가락이 쓰려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었습니다.</div> <div>불길한 징조인 것만 같습니다. 간이 하도 작다보니 이런 것조차 무섭습니다.</div> <div><br /></div> <div>종이를 샀으니 뭘 적긴 적어야 할 것 같은데</div> <div>이미 적을 말도 다 정리해두었는데</div> <div><br /></div> <div>종이에 옮길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div> <div>나보다 어린 고등학생들 마저 나서서 대자보를 붙이는 마당에</div> <div>스물 몇씩이나 먹어서 이런데 겁을 먹다니 부끄럽고 슬픕니다</div> <div><br /></div> <div>사실, 부끄러운 것은 내가 겁먹는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지만</div> <div>이런 것에 겁먹어야하는 세상인 것이 더욱 더 부끄럽고 슬픕니다. </div> <div><br /></div> <div>더 이상 부끄러워지지 않기 위해서 저는 글을 써야합니다.</div> <div>미약한 시작이라도, 같은 학교 동기들과 학우들을 위해서 저는 나서야 합니다.</div> <div><br /></div> <div>오늘, 저희 과 교수님이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남기셨습니다.</div> <div>한때는 자신도 서울의 그들과 같았다는 말. 그 분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며</div> <div>저는 결심했습니다. 이 결심이 내일이 지나도 흐트러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div> <div><br /></div> <div>여전히 무서운 저에게 용기의 말 한 마디만 해주세요.....</div> <div><br /></div> <div><br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