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후, 잠시만요 한숨 좀 쉬고...<br></div> <div> </div> <div>안녕하세요, 햇수로 5년을 지나 6년차를 바라보고 있는 한 마리 바리스타입니다.<br>알바 2년과 정직원 3년이군요... 그 사이 매니저 직도 겸했었고, 아무튼 벌써 6년이 다 되어 간다니...<br>각설하고,<br></div> <div> </div> <div>1.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br></div> <div> </div> <div>당시 제가 테이크 아웃 커피 전문점 매니저로 있을 때였습니다.<br>ㅅ동에 있는 매장이었는데 유일하게 홀이 있는 매장이어서 잠깐의 여유를 즐기시는 분들도 많고 하여튼 그랬어요.<br></div> <div>사건은 한가롭고 평화로웠지만 그게 폭풍전야일거라곤 생각도 못했던 어느 일요일 날<br></div> <div>당시 ㅅ동 근처엔 등산코스가 있어서 굉장히 많은 중년 손님들이 몰렸습니다.<br>주로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가시는 손님들이 오전, 산을 타고 내려와 여담을 마무리 짓는 손님들이 오후에 분포되어 있었죠.<br>저는 평소처럼 열심히 태운 콩가루즙을 뽑아댔습니다.<br>솔직히 하루 몇 시간동안 바에 서 있는 동안, 어떤 손님이 오는지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br>그저 옷차림만 보고 등산객들이구나, 하고 말아버리죠. 문제는 오후에 일어났습니다.<br><br>부부처럼 보이는 한 중년남녀가 들어와 나란히 커피 두 잔을 주문하고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더군요.<br>음악소리 때문에 제대로 대화가 들리지도 않거니와, 남일에 워낙 신경 안 쓰는 편이라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신경도 안 썼습니다.<br>조금이 지나고, 한 남자 손님이 커피를 주문하고 앉을 테이블을 물색하다가 두 사람을 보고 맙니다.<br>어떻게 되었을까요?</div> <div>네<br><br>부부 같은 두 사람은 불륜커플이었고 후에 들어온 남자 손님은 여자분의 남편이었습니다.<br>일순간 남편분의 눈에선 혹한의 바닷가처럼 싸늘함이 감돌다, 이내 베수비오 화산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이글거리는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습니다.<br>전 당황한 나머지 우유스팀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남편을 발견한 순간<br>아내의 얼굴은 마치 살해당하기 직전의 릴라 크레인을 연상케 할 정도로 끔찍하게 일그러지더군요.<br>남편분은 마치 분노조절에 이상이 있는 사람처럼 주변에 비치된 물건들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br>저는 거기에 화가 난 나머지 저기요! 하고 소리쳤지만 남편분의 귀는 이미 세상과 단절되어 어떤 소리도 듣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습니다.<br>남편에 행동에 당황한 아내분은 소리를 지르고, 그 옆에 있던 내연남은 도망가려 하더군요.<br><br>그런데 쉽게 도망이 가 지겠습니까? 당연히 잡혔죠.<br>문제는 그 과정에서 테이블이 하나 완전히 못쓸 정도로 파손되었고, 의자가(나무였습니다) 세 개나 다리가 부러졌습니다.<br><br>제 장점 중 하나라면 비브라늄으로 긁어도 실기스 하나 안 날 정도로 멘탈 튼튼데스 입니다.<br><br>결론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경찰을 불러 빠르게 해결했습니다.<br>그 사이 남편분은 폭력만 휘두르셨고, 저를 포함한 다른 분들이 말리긴 했지만... 내연남은 바닥에 웅크리기만 했고<br>아내분은 구석에서 울기만 하더라구요. 남편분은 계속 분노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구요.<br>사람이 그렇게 화가 나서 핏줄 선 거 태어나서 처음 봤습니다.</div> <div> </div> <div>아무튼 사건은 그렇게 해결이 되었고, 저는 그 뒷수습하느라 한 시간동안 알바생과 함께 유니폼이 흥건하도록 몸을 움직였다죠....</div> <div>암튼, 그랬다고요.<br></div> <div>요약.<br>1. 평화로운 일요일<br>2. 불륜커플 등장<br>3. 여자 남편 등장<br>4. 전쟁터가 된 매장<br>5. 수습으로 고생하는 알바와 나<br></div> <div> </div> <div>2.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오늘은 참으로 신기한 날이다.</div> <div> </div> <div><br> </div> <div>1<br></div> <div>1과 동일한 회사였고, 매장만 다른 경우였습니다. 그날은 하루가 수상쩍었습니다.<br>오전근무를 끝내고 퇴근을 할 무렵 받은 전화 한 통, 오후 파트 직원의 "나 응급실이야."<br>전날 회를 먹고 배탈이 나 응급실에 실려갔다더라구요. 덕분에 하루 16시간을 근무하게 된 저는 한숨을 푹 쉬며 근무를 이어갔습니다.<br>오후 두 시쯤. 손님이 적당히 빠지고 쉬엄쉬엄 할 무렵, 쇼케이스에 빠진 빵을 굽고 늦은 점심을 먹으려 할 즈음이었습니다.<br><br>- 학생, 커피 두 잔 줘 봐요.<br></div> <div>아주머니 두 분이셨습니다. 웃음기가 얼굴에 가득한, 막 부엌에서 일을 하다 나오신 어머니 상 같은?<br>커피를 주문하고 두 분께서 넌지시 뒷말을 덧붙이십니다.</div> <div><br>- 근데 내가 동전이 많아서 그런데 동전 괜찮지?<br></div> <div>저는 아무 생각 없이 네~ 하고 대답해버렸습니다. 뒤에 일어날 크나 큰 일의 무게를 생각하지도 못한 채 말이죠.<br>두 분은 갑자기 빵도 몇 개 먹고 싶다며 몇 가지를 더 고르셨고, 금액이 팔 천원이 조금 넘어갔었습니다.<br>갑자기 한 분이 가방에서 온갖 잡다구니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안경케이스, 성경, 노트, 그리고 지갑<br>전 당연히 지갑에서 돈을 꺼낼 줄 알았죠. 그런데 지갑을 내려놓더군요.<br>그리곤 가방에서 느껴지는, 불현듯 악몽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다가 갑작스럽게 깬 다음 등 뒤에서 느껴진 서늘함.<br>그 서늘함이 저를 감싸고 놓아주질 않더라고요.<br><br>예상은 적중했습니다. 가방 안엔, 동전들이. 그것도 오백 원도, 백 원도 아닌 오십 원 짜리가 아주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습니다.<br>무슨 동전 수집하시는 분인 줄 알았습니다.<br>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오십 원짜리 동전은 처음 봤습니다. 심지어 매장에서 구비하고 있는 오십 원 짜리 동전보다 많았습니다.<br>그렇게 전 당황한 목소리로 스탭룸에서 밥을 먹고 있던 알바생을 불러<br><br>일일이 돈을 셌습니다....<br>그 상황에서 안 된다고 하면 아까는 된다며? 루트로 빠질 게 눈에 선했습니다.<br>신기한 건, 돈을 맞췄다는 수준으로 가방에 있던 오십 원과 두 분이 주문하신 가격이 똑같았다는 겁니다. <br>그렇게 두 분은 커피와 빵을 사서 유유히 사라지시고, 저와 알바생에게 남은 건 지독한 구리냄새와 퉁퉁 불은 라면뿐이었습니다.<br></div> <div><br>2</div> <div><br>이번 건 좀 기분나쁜 일이었습니다.<br>오후 다섯 시 즈음, 퇴근 시간이 다다를 무렵. 러쉬를 대비해 할 일이 많아집니다.<br>테이크아웃 매장 특성상 중년과 노인분들이 굉장히 많이 오십니다. 가격이 싸기 때문이죠.<br>저는 싸구려 원두라도 맛있게 만들겠다는 의지로 관리를 정말 철저히 하고 항상 샷도 균일한가 테이스팅을 했죠(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div> <div><br>평소처럼 샷을 뽑아 맛에 이상은 없는지 확인하던 중, 흰머리가 성기게 돋아난 노인분이 직원을 불러 주문을 합니다.<br>그런데 이 노인, 저를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며 제 뒤에 있는 여자 알바생을 뚫어져라 쳐다 보기 시작했습니다.<br>아주 노골적으로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고, 입술은 거머리처럼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br>커피를 한 잔 달라더군요. 계산 내내 노인은 알바생의 뒷모습만 보고 있었습니다.<br>알바생 뒷태에 돈이라도 걸려 있는 줄 알았네요.<br><br>저는 빠르게 눈치를 챈 뒤 알바생에게 말했습니다.<br><br>- ㅇㅇ씨 창고가서 물건 좀 정리해주세요.<br><br>알바생은 갑작스런 내 말에 당황하면서도 뒤에 선 음흉한 노인 때문에 금세 눈치를 채고 재빨리 도망갔습니다.<br>그리고 제가 커피를 타기 시작하자 등 뒤에서 말이 들려왔습니다.<br><br>- 에이, 커피는 여자가 타줘야 맛있지<br><br>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하나 있다면,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당하는 겁니다. 물론 그 직원들이 잘못했을 경우 사과하는 건 맞지만<br>무조건적인 사과, 다 필요 없고 사과해, 무릎꿇어 같은? 이런 경우도 해당되겠죠. 성희롱.<br>순간 커피에 아밀라아제를 첨가해드릴까 0.8초 고민하기도 했습니다만 서비스에 특화된 몸뚱어리가 그걸 막더군요.<br>얼굴에 조커 미소 같은 뒤구린 웃음을 품은 채 그분 께 커피를 안겨드리고 저는 그분이 갈 때까지 카운터에 서서 그분을 노려봤습니다.<br>후에, 여직원은 노인이 한 말 때문에 소름이 돋았다는군요.<br>그러게 일할 때 치마 좀 입고 오지 말라고 말했지 않느냐 라고 했던 제 말을, 그 이후 꼬박꼬박 듣더군요<br>바에서 일을 하면 화상 입을 일이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반바지 치마 굽 있는 신발을 금지하는 거구요.<br><br>아무튼 그 손님은 제 철벽에 진저리가 났는지 그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뭐, 모르죠. 저 없을 때마다 왔을지?</div> <div> </div> <div> </div> <div>3</div> <div> </div> <div>저녁이라고 끝난 게 아니죠. 머피의 법칙의 지속시간은 랜덤인데, 이날 하루를 몰빵당한 기분이었습니다.</div> <div>무슨 커플이 와서는 서로 껴안으며 서로를 탐하더군요. 네, 주문 받는 카운터 앞에서요.</div> <div>솔직히 니들이 뭔 짓을 해도 나는 상관 안하겠다 모드였는데 이 두 쌍의 뱀은 서로가 한 몸이 된 것처럼 행동하더군요.</div> <div>당시 본사에서 버블티를 신메뉴로 내놓는 병크를 저질렀는데, 덕분에 맞은편 가게랑(버블티 전문점) 싸움나고 난리도 아니었죠.</div> <div>이 두 커플이 주문한 건 타로 버블티 두 잔이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별 탈 없이 버블티를 만들 생각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 버블 마아아아니~ 마아아아니~ 쥬떼여!</div> <div> </div> <div>...</div> <div>...</div> <div> </div> <div>농담 아니고 진짜 저렇게 말했습니다. 몇 년 전 일인데 아직도 이때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합니다.</div> <div>혀를 직화구이라도 했는지 그 오글거림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습니다.</div> <div>그래서 버블 많이 달라길래 많이 주긴 했습니다.</div> <div>컵의 14온즈 테이크아웃 컵의 절반을 버블로 채워서 말이죠. 배불러 죽어도 모르겠단 심정이었습니다.</div> <div> </div> <div>두 사람의 눈을 아직도 기억합니다.</div> <div>음료보다 많은 타피오카의 향연을. 컵 속에서 꿈틀거리는 그 까만 알갱이들의 움직임을.</div> <div> </div> <div>뭐, 다 먹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음... 적으니 대충 이 정도 나오는군요.</div> <div>사실 돈 던지기, 기저귀 투하, 반말테러, 음료 바닥 샤워 정도의 진상들은 이제 웃으며 넘길 정도로 저는 하루하루 보살이 되어가고</div> <div>알바생들은 그런 저를 보며 할렐루야를 외치더군요.</div> <div> </div> <div>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잖아요.</div> <div> </div> <div>오늘도 빙수 바닥에 엎고 말도 안 하고 튄 학생 샊... 아니 손님들 때문에 홍역을 치르긴 했습니다만.</div> <div>그래도 좋은 하루 되시라고 웃으면서 맞이하는 바리스타 되렵니다.</div>
그러니까 카페 와서 빙수 먹지 말라고요.
제발 내가 일하는 덴 오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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