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게 있는 외국인이 쓴 덴마크 복지에 대한 칭얼거림을 읽고 한국 살다 이민온 인간이 복장이 터져서 글을 씁니다.
리플에도 어떤 분이 다셨지만, 애플 제품이 비싸네 차가 비싸네 세금이 많이 붙어 이런 사치품 소비에 대한 불평불만만 가득 써 놓고
거기에 의료가 개판이네 어쩌네 해 놨는데 정작 실제 국민의 삶의 수준을 높이는 데 직결된 교육과 주거등 중요한 부분은 다 빼놓고 투정이네요.
공보험 의료 거지같고 돈많은 사람들은 다 사보험 든다? 딱 가족 생각 안 해 본 학생 나이에 쓸 글입니다.
독일에도 의료보험에 공보험과 사보험이 있습니다. 그래요, 비율로 볼 때 돈 잘버는 사람들이 사보험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
사보험이 공보험에 비해 병원에서 좋은 대우를 받는것도 까놓고 말해서 사실입니다. 근데 그 좋은 대우가 뭐냐, 사보험 환자가 공보험 환자보다
병원에 이익이 좀 더 돌아가기 때문에, 의사가 좀 더 싱글벙글 웃어주고 병원 예약을 좀 더 신경써서 받아주고 나갈때 인사 잘해주는 정도지,
공보험이면 줄 서다 죽고 사보험이면 바로 수술받는다? 진짜 말도 안되는 개소립니다. 거기서 아파본 적도 없는 것 같네요. 병원 예약하기
거지같은건 여기 북유럽 인간들의 전반적인 특성이지 공사보험 차이는 정말 아닙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제가 그 염병할 사보험 가입자거든요!!
사보험자들은 뭐 병원에서 레드카펫 깔아놓고 반겨준답니까? 전화통 붙잡고 예약좀.. 하면서 의사느님께 굽신거리면서 바들바들 떠는건 똑같습니다.
의료체계 구린 거 맞습니다. 근데 깔려면 북유럽 의료 체계 전반을 까야지 그걸 공보험 사보험 차이고 몰고가는게 어처구니가 없네요.
사보험이 초반에는 오히려 공보험보다 적게 돈을 납부하고 보장내용도 더 번쩍번쩍 하는 것 처럼 써 놨지만, 나이가 들었을 때는 공보험보다 훨씬
비싼데다 차라리 그 돈으로 우리나라 암보험처럼 몇 가지 추가보험만 들면 공보험이 오히려 훨씬 저렴하고 괜찮습니다.
웃긴게, 어느 정도 나이가 지나거나 소득이 공표기준선보다 높은 경우, 사보험 가입자가 공보험으로 갈아타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사보험에 발 들였다가 공보험으로 옮기려는 사람들이 법으로 막아야 할 정도로 무지하게 많았다는 이야기죠.
그렇게 공보험이 거지같으면 왜 그 돈 많은 사보험 가입자들이 그렇게 다들 기를 쓰고 다시 공보험으로 갈아타려고 했을까요?
제 주변에 싱글일 때 별 생각없이 사보험으로 옯긴 직장동료들이 진짜 많은데, 저 포함해서 특히 남자 동료들. 솔직히 그.. 들뜬 마음에 그런게
있었습니다. 이제 월급도 썩 괜찮게 받겠다, 사보험 권유도 막 받아보고 뭐랄까 사보험 가입자라 하면 좀 뽀대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객기라고나
할까 그런게 있었어요. 별 생각 없이 저도 같이 어깨 으쓱으쓱하면서 아주 간지나게 사보험으로 갈아탔죠. 남자 동료들이 그러고 있는 사이
이상하게 여자 동료들은 거의 모두가 굳건하게 공보험에 남았죠. 아무래도 여자들이 가족이나 자녀나 그런 걸 좀 더 생각해서 그랬겠죠.
공보험은 주소득자인 가장에 딸린 모든 가족을 자동으로 보장해 줍니다.
사보험은? 택도 없죠. 부인과 자녀 모두 따로따로, 한 명씩 사보험을 들어줘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심지어 제 와이프가 공보험인데도
사보험에 들어있는 제가 와이프보다 소득이 높아, (가구의 주소득자가 사보험 가입자) 저희가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애도 일일이 사보험을
잡아줘야 합니다. 제 자녀가 공보험으로 가려면, 사보험 상태로 학교를 다 마치고 성인 나이가 되어서 잡을 가지거나 직업학교에 다녀서 자기
세금을 내기 시작할때, 그 때 걔가 공보험에 가겠다고 결정하면 됩니다. 그 때까지는 제 자녀도 사보험에서 나갈 수 없습니다. 저 때문에요.
당연히 몰랐죠. 제가 공보험 가입자였으면 애초에 제 배우자와 제 모든 자녀가 추가금 없이 모조리 자동으로 의료 보장범위에 들어가죠.
덴마크도 똑같은데 왜 이런건 안 써놓죠? 게다가 전 저 소득 기준선에 걸려서 지금부터 영영, 실직 부랑자가 되지 않는 이상 지금 직장 가지고는
공보험으로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하.... 다른 결혼한 동료들도 거의 다 같은 상황입니다.
보험 이야기만 나오면.. 참으로 거지같은 결정이었지..똥같아 똥! 하면서 진짜 욕 달고 살면서 사보험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보험이 좋아서 갖고있는게 아니라, 공보험으로 돌아가는게 법으로 막혀있어서 못 가는 겁니다. 돌아갈 수 있으면 당장 돌아갔어요.
똥 같아요!
정신과 환자 이야기는 그냥 처 웃지요. 그만큼 사람들이 정신과 문제를 우리처럼 삐딱하게 안 보고, 건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주기적으로
검진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형성이 되어 있다는 건데 장점이면 장점이지 그게 단점이라니?
그래요, 세금, 정말 무지막지하게 걷는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덴마크만 그런게 아니고, 독일도 저소득층은 세금을 많이 내지 않지만 어느 정도
이상 올라가면 정말 피 토하게 뜯어갑니다. 그래서 독일 사람들도 불평 많습니다. 아 세금 진짜 너무하네..투덜투덜투덜, 근데 덴마크 사람들
불평할 때 면전에다가 물어보라고 하세요. 그래서 그리스나 이탈리아 갈래? 스페인 갈래? 그 대답 한번 저도 참 듣고 싶습니다. 거기다 일 해서
세금 내는 날을 '무급으로 일한다' 는 개념으로 참 잘도 계산해 놨으면서 그 중 법정 최소휴가가 4주에, 일반 평균 5주에서 6주가 연 유급휴가라는
말은 쏙 빼놨네요. 한 달 반의 유급휴가, 저는 한국에서 받아본 기억도, 남이 받는 걸 본 기억조차 없습니다. 거기에 모두가 야근 없이 칼퇴근 하는 건
너무 당연해서 안 써놨나 봅니다.
아이고, 집세도 불만이 많네요. 유럽에서 아파트가 백년이 되었으면, 백퍼 시내에 올드타운 건물일텐데 (보통 타운 외곽은 다 뒤집어 엎어
개발했으니), 그 넓은 땅에 흩어져 박혀있는 미국 집들하고 유럽 도시 집세 비교하면 말이 안됩니다. 막말로 비교를 하려면 미국 도시 다운타운
아파트 집세랑 비교를 하거나,유럽 타국 도시내 아파트 세를 비교를 해야지.. 덴마크 말고 북유럽 중유럽 다른 도시들은 뭐 싸답니까?
절대로, 저 사는데가 비싸서 이렇게 짜증내는게 아닙니다.... .... .....
런던이나 뮌헨, 빠리 같은 큰 도시는 말 그대로 가격이 천문학적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고, 보통 사람들이 도시 이름 대충 아는 정도 규모의
도시도 중심부의 1존 구역들 진짜 끄악 소리나게 비싼 건 유럽 어딜가나 똑같습니다. 덴마크 집세가 오히려 평균소득에 비해서 싸면 쌌지..
그래도 투덜투덜 하면,다시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그래서, 그럼 덴마크 떠나서 그리스 가실거나고요. 허허허.. 저라면 안갑니다.
부를 드러내지 마라, 그게 공산주의에서 온 눈총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할 말이 없네요.
좋은 차나 사치품을 가지면 사람들이 눈총을 주는 건 그 차 모는 녀석이 새파란 애녀석일 경우 정도입니다. 아우토반 타다 보면 진짜 입
떡벌어질 차들도 많이 보는데, 보면 거의 다 나이 드신 분들입니다. 평생 정당하게 본인이 일해서 머리 희끗희끗해질 때, 그걸로 남은 인생을
즐긴다는, 그런 마인드가 여기 전체에 강하게 박혀있죠. 페라리를 끌든, 뭘 끌든 아무도 뭐라고 안합니다. 부유함이 부패의 상징이 아닌, 스스로
열심히 산 인생의 증명이 되는 사회가 되면 말이죠. 도대체 뭘로 돈 벌었는지 알 수도 없는 뒤 구린 졸부의 자녀들이 십대 이십대부터 부모가 준
돈으로 몇 억씩 하는 차 끌고 다니면서 떵떵거리고 그걸 다른 애들이 부러워하는 문화와 그런 부의 세습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제발 부탁이니
북유럽 떠나서 돈만 있으면 신노릇도 가능하다는 중국가라고 하세요. 아, 한국으로 보내도 되겠네요. 한국에서 자라고, 한국에서 학교 다니고,
내 꿈이 뭔지도 모른 채로 입시지옥 거쳐 한국에서 학자금 빚 지고, 야근하고 울면서 회식가서 술처마시면서 그거 갚고, 그리고 독일 와서 정착한
인간으로..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는 것도 아니고, 애플 스피커와 자동차가 비싸서 덴마크가 거지같다고 오지 말라고 하니.. 정말 애들 장난같은
투정이라고 밖에 생각 못하겠습니다.
북유럽 중유럽이 분명히 천국은 아닙니다. 세금 정말 많이 뜯어갑니다. 한달 내내 일하고 세금 뜯기고 정말 비싼 월세 턱 내고 나면 한숨
푹 나올 때 있는 건 똑같습니다. 허나 그게 인생의 가장 큰 걱정이라는게 엄청난 장점이지요. 아이 낳아 키울 걱정 없고, 야근 없이 매일 매일
칼퇴근해서 와이프와 함께, 자녀가 있으시다면 자녀와 함께 집에서 도란도란 저녁을 먹을 수 있습니다. 매일요. 이게 무슨 차이인지 회사다니는
분들은 아실겁니다. 거기다 한국과 비교하면 정말 유급휴가와 육아휴직, 육아수당이 하늘에서 뚝뚝 떨어진다고 느낄 정도인데.
도대체 전에 어디서 살다 왔길래 저리 불만이 많은지 정말 진심으로 궁금합니다.
저는 독일인 와이프가 한국에 적응을 못해서, 그럼 딱 5년만 살아보자 하고 함께 독일로 왔습니다.
애초에 이민 생각 안 하고 있던 인간이라 벌벌 떨면서 왔죠.
저는 한국에 절대로 안 돌아갑니다.
PS 글에서 딱 한가지 공감할 수 있는 건, 범죄자들 싸고돈다는 정도네요. 확실히 감옥은 좀 더 거지같이 돌려도 좋겠습니다. 팽!